창인동 천주교회 김시몬 주임신부

성탄절을 앞두고 성당과 교회가 분주하다. 사회가 돈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 아기 예수 탄생의 참 의미는 뭘까. 익산 시내에는 10개의 성당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창인동천주교회(주임신부 김시몬)는 예수의 참 가르침을 실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동을 위한 유치원, 외국인 노동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익산 노동자의 집'을 운영한다. 사목회장은 최병기, 사무장은 하석수 신자가 맡고 있다.

익산 카톨릭의 모태

창인동성당은 익산시내, 구 이리에서 카톨릭 신앙의 모태 역할을 했던 전통 있는 곳이다.현재 익산 시내 10개 성당은 창인동성당이 기초한 것이다. 창인동성당은 1934년 2월 이리읍 주현동에 설립된 '이리천주교포교소'가 전신인데, 이듬해 6월 본당으로 승격되고 하한주 신부가 주임으로 부임했다.일제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창인동성당은 전교 및 성가정 확립, 자녀 교육, 부인들의 정신개발에 힘썼다. 2세 교육을 위한 '소년 십자군'을 창설하기도 했다. 이후 성당은 급속한 발전가도를 걷게 된다.

지역민들과 함께 한 역사

66년 창인동성당은 전북 최초로 성심신용조합을 설립했다. 65년에는 수해를 당한 고령지역에 2천200원의 의연금을 보냈고,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을 위해 해성중학원을 설립해 교육사업도 벌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77년 11월 일어난 이리역 폭발사고였다. 당시 창인동성당은 새 성당을 건립하고 있었는데, 지붕이 날아가고 대들보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많은 익산시민들이 피해를 입자 성당은 이재민을 돕기 위한 운동을 벌였다. 신자들은 복구활동에 적극 동참했고, 이듬해 청년회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폐품 및 영수증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79년에는 유치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80년 가까이 익산시민과 함께한 익산시 창인동 천주교회 본당 전경

민주화의 한 복판에서
74년 박정희 정권 때, 당시 12대 박진량 주임 신부는 인권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인권이라는 말을 모르는 시대였다. 1988년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유명한 익산시 황등면 출신 문정현 신부가 주임으로 부임했다. 문정현 신부는 노동자 조직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을 때 '노동자의 집'을 설립해 힘없는 자들을 위해 노력했다. 몇몇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와 경찰과 대치했다. 창인동성당은 서울의 명동성당이었다.성당이 민주화를 위한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는 장소로 인식되자 이곳은 늘 정보과 형사들과 공안요원들이 상주했다. 성당은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하고 든든한 방패막이처럼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찾기

80년대 설립된 '익산 노동자의 집'은 2000년 들어 노동의 제2계급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장소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김호철 사무국장과 프랑스 출신 베라드 크리스토퍼 신부(한국명 하대권)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인권 상담사 역할을 맡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임금, 퇴직금을 못 받았을 때, 어려운 서식을 써야 할 때 이들은 대리인이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집은 익산시 약사회 및 신자들 중 의사로 구성된 '루까회'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플 때 치료에 나선다. 또 일주일에 한번씩, 매주 일요일 오후 오후 2시반에는 영어로 미사를 올린다.

"영적인 병, 사랑으로 고치자"

창인동성당 김시몬(43) 신부는 성탄절을 10일 앞둔 지난 15일 "물질적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영적으로는 더 병 든 상태"라면서 "오직 사랑으로만 사셨던 예수님의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아기 예수 탄생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신부는 "현대를 사는 우리는 '왜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자문해봐야 한다"면서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체적으로 사고하고 다 함께 따뜻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진 것이 없어도, 돈과 힘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게 예수님의 삶이었다"며 "예수님이 보이셨던 사랑의 마음으로 현대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