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쨍쨍한 5월 28일 오후 4시 동산동 움솟골 말랭이 콩나물 고개를 올라 동산이용원에 도착했다. 65년 동안 터를 지키다 기울던 이발소는 3년 전 덧댄 블럭에 의해 나름은 말쑥한 모습이었다.
"손님은 많으세요?" 한창 이발중인 김준희(66세)이발사에게 물으니 "아니 뭐. 아들자식 다 키웠는데 뭘 바라겠어"한다.
김씨는 40년 동안 이용원을 운영하면서 삼정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지원봉사를 해왔고, 전라북도 지사, 익산시장 등 표창과 여러 단체에서 감사패를 받은 지역의 소중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동산이용원은 옛 이리시 동산동 가난한 이웃들의 판잣집들이 즐비하던 산 말랭이의 동네 사랑방이었고 늘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함께 했던 정겨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김준희 이발사가 처음 이발을 시작 할 때는 이용료가 어린이 200원, 성인 400원이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은 성인 9000원, 노인 7000원 으로 크게 올랐다.
산 아래 미용실이 생기면서 손님이 줄어들었다. 기자가 어릴적 동네 이발소에서 나무받침에 앉아 머리를 깎던 이야기를 하니 "예전엔 이발소에 와서 우는 아이들이 많았는데"라며 잠시 회상에 젖는 김씨의 눈에도 옛 이발소 풍경이 떠오르는 듯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발소에 들어온 동네사람이 “집에 양상추 2개가 있는데 혼자는 다 못 먹으니 한 개를 주겠다”고 하니, "이따가 집에 갈게 그때 주면 되지"라고 대꾸한다.
동네 사랑방으로 서로 나누고 세상 살아가는 사람의 정을 느끼게 했다.
70-80년대 이발소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발소를 살피던 기자에게 김준희 이발사는 전북대학교를 나와 전주에서 보험회사 지점장을 하는 아들자랑을 한다. "좋으시겠어요." 기자가 말을 건네니 "자식들이 잘 커 주어서 고맙지" 가위를 보이며 "이걸로 우리가 먹고 산거지"라며 말하는 얼굴에 한길로 살아 온 삶에 당당함이 묻어난다.
이발하면 떠올리는 옛 풍경을 간직한 이발소를 찾기가 힘든 요즘 동산이용원과 김준희(66세)이발사를 만난다는 것은 쉼과 느림의 향취를 느끼는 소중한 시간 일 것이다. /박정훈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