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락가락하는 5월 21일 오후 4시 동산동 비사벌 아파트 앞 보도에 네다섯 명의 노점상  아주머니, 할머니가 스티로폼 의자에 앉아서 시금치, 파, 시래기거리를 다듬고 있다. 기자가 다가가 서복임(63세)할머니에게 “점심은 드셨어요.” 물으니 “점심은 뭐”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아침 10시에 나와 오후 6시 쯤 집에 들어가는데 점심은 거의 굶는다고 한다. 시래기 두 바가지와 시금치 한 바가지를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서 할머니는 " 영세민 좀 되게 해줘 ” 말하며 가족사를 넌지시 말하는데 그 눈길에 세상의 서러움이 흠뻑 담겨 있었다. 서 할머니는 동산초등학교 앞 동네에 사는데 남편은 전동기로 움직여야하는 장애인이고, 아들이 둘이 있는데 큰아들은 페인트를 칠하는 일용 잡역부로 일하고 작은아들은 사고를 내어 교도소에 있다고 했다. 서 할머니의 상황을 볼 때 부양인의 실재가 현실적 경제적 부양의 유무보다는 존재로서의 유무 상태가 기준이 되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처해있어 사회의 차상위계층의 복지지원에 틈새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동산동 비사벌 아파트 앞 보도에는 바로 뒤 동네인 마동 신설지 등에서 나온 10여명 할머니들이 2, 3일 간으로 노점을 펼친다고 한다. 시금치 한 바구니에 1000원하는데 더 달라고 하는 주부에게 서복임 할머니는 “요거가지고 뭐 남는다고”하며  한줌의 시금치를 바구니에 올려놓는다. 그나마 5000원을 넘기면 다 털고 일어나야겠는 서 할머니의 굽은 허리에서 세상살이의 굽이굽이를 보는 것 같았다. 노점의 고단한 일상에서 “담배 값이나 벌려고 나왔어”하는 서복임 할머니의 말처럼  생활고의 단순한 희망은 나눔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박정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