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평가 결과를 활용해 강제로 연수

도교육청, 교사가 자율적으로 연수토록

교원평가를 둘러싸고 교과부와 전라북도교육청의 입장 차이가 여전하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에 관한 규정을 확정했다. 

교과부가 이날 국무회의에 올린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통과시킨 것인데, 교원평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교육자치를 강조하고 있는 전라북도교육청은 일부 내용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교원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교과부는 평가가 낮게 나온 교원에게 강제적인 직무연수를 시켜야 한다고 규정한 반면, 도교육청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교과부의 경우,  대통령령 8조1항을 통해 "교원평가 결과 직무수행능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원을 대상으로 '직무연수'를 실시하도록 했다. 평가 점수가 낮은 교원을 강제로 교육시키겠다는 취지다.

또 23조에서는 평가결과의 활용 및 연수 지원을 교과부장관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교육감이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교과부 지침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교과부는 교과부장관 또는 교육감이 직무연수 시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연수기간이나 연수과정, 연수자 관리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연수기관장에게 통보토록 하고, 직무연수자가 충실히 연수를 받는지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연수기관장은 직무연수를 받는 교원들이 수업을 태만히 하거나 기관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 퇴학처분을 할 수 있고, 교장이나 교육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사후관리를 교육감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과부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모든 교원이 자기개발능력계획을 세우고 평가결과를 활용해 어떤 연수를 받는 게 좋을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 법 취지에 더 부합하고 수업전문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낮은 점수를 맞은 교원들을 가릴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교원평가는 객관식(체크리스트), 서술식, 병행식이 있는데, 서술식 평가결과로 어떻게 점수를 매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교과부와 전북교육청의 입장차가 드러난다.

교과부는 대통령령(19조)을 통해 평가방법은 계량화될 수 있는 측정방법과 서술형 평가방법 등을 병행해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지난 7월 마련한 지침에서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기도 하겠지만, 학교 자율에 따라 체크리스트(5단계 객관식)와 자유서술식 중 한 가지만 선택해도 된다고 규정했다.

이렇게 되면 수치로 계량화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우수교사와 질 낮은 교사를 점수로 구분할 수 없게 돼 교과부 방침과 어긋나게 된다.

또한, 대통령령에 대한 적법성 논란도 나온다.

김승환 교육감은 지난 7월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교과부가 강행하는 교원평가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교사의 권리와 의무는 대통령령이 아니라 국회 입법을 통해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과 갈등이 예상되는데, 교과부는 민의에 의해 선출된 교육감의 권한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고, 전북교육청은 교사의 자율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부적절한 평가를 받은 교사에 대한 사후처리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컨대 양 기관의 소통이 부족한 가운데, 서로의 정치적 입장과 교육관의 차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교과부 방식이든 도교육청 방식이든 학부모나 학생이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방식이나 평가결과 활용 측면에서 일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