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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초청 특강

▲ 내가 나를 사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한다

혜민(慧敏39) 스님은...

서울 청량고을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대 학사, 하버드대 비교경영학 석사, 프리스턴대 종교학 박사 학위를 얻었다. 현재 미국 메사츄세츠 주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하버드대 비교경영학 석사과정 중 출가했으며, 2000년 합천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됐다. 혜민스님은 미국 유학시절 고향이 그리워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쇼셜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종교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 서울에서 마음치유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한 혜민스님은 매일 트위터 등에 명언을 올리고 있으며, 저서로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젊은날의 깨달음' 등이 있다.

마음 치유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나의 가치를 매기는 권한을 남에게 맡기지 말라”

쇼셜테이너로서 마음을 치유하는 것으로 유명한 혜민스님이 19일 익산 원광대를 찾았다.

그는 오후 세시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주최로 콜로키움에 초청돼 숭산기념관 대법당에서 특강을 벌였는데, 30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그는 강의가 시작된 직후부터 15분 가량 불을 끄고 청충들에게 눈을 감게 한 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명상의 시간을 갖게 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특강 내용을 정리했다.

◇경청이 중요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마음을 치유하는 글들을 올렸다. 사람들이 요새는 시대가 바뀌어 버스나 전철에서 다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한다. 그 안에서 내가 올린 얘기들이 돌면서 조금씩 알려지게 됐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의 얘기를 잘만 들어줘도, 누군가가 내편이 돼서 이렇다저렇다 판단하지 않고 그냥 정말로 잘만 들어줘도 마음이 스스로 열리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걱정으로부터 위안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잘 들어주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그게 마음치료의 가장 큰 원리다.

잘 들어줄 때는, 정말로 상대편이 돼서 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듣기 보다는 내가 말하기를 더 좋아한다. 상대편이 얘기할 때 기다려주질 못한다. 벌써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머리 끝까지 쌓여 있다. 그래서

'언제 저 사람이 말을 그치나' 보면서 참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 잘 듣는 것이 자신을 어마어마하게 자비롭게 하는 것이고, 자비함의 발현이라는 것이 남의 의견을 정말로 잘 들어주는 것, 그리고 잘만 들어줘도 정말로 가슴 속에 있었던 것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왜냐면 우리가 너무 고통스럽거나 마음 속의 상처가 너무 깊으면 남에게 그 얘기를 잘 못한다. 때문에 이것을 누구에게 얘기를 못한다. 얘기조차 못한다. 상처가 너무 깊으면. 그러나 누군가가 내가 얘기를 하면 내편이 되어 들어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나도 모르게 전부 얘기를 할 수가 있다.

그러다보면 어떤 일이 생기냐면, 한 번씩 두 번씩 나의 상황을 객관화해서 마치 타자화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내속에 달라붙어서 나를 괴롭혔던 것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게 되고 그런 것들이 나와 상관 없는 인연들에 의해 일어났다가 또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가 있구나, 이런 식으로 보여질 수가 있다.

◇나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나의 장점을 살려야

이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해드려야 할 것 같다.

나에게 많은 질문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몇 가지 패턴이 발견됐다.

젊은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는 얘기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나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나의 가치가 쪼그라드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얘기를 한다.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들어간다"고. 절대 나의 가치의 결정권을 남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우리는 이미 부처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해주겠다.

내가 광고를 찍었다. 출판사를 통해 광고사에서 연락이 왔다. 스님이 안 나가면 다른 사람의 머릴 깍아 출연시켜야 하고, 스님이 광고료를 받아 기부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수락했다. 그런데 계약서를 받아보니 “에게?” 하는 말이 나왔다. 나는 나의 가치가 꽤 높다고 생각했는데 계약서에는 1천만원이라고 써 있었다.

스님이라 돈을 더 달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웠다. 광고사에서 이런 나의 약점을 알고 이용하는 것 같았다. 괘씸했다. 그래서 많은 생각 끝에 4천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금액을 제시하자 광고사 직원이 금액을 바꾸려면 여러번 결재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선 광고를 찍어놓고 나중에 금액을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두 시간만에 연락이 왔다. 4천만원에 하자고. 그러니까 나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라. 다른 사람이 나의 가치를 매기는 것에 대해 동조하지 말라.

사람들은 나를 보고 법정스님처럼 큰스님이 되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혜민스님이 되겠다고 한다. 나는 법정스님이 될 수 없다. 나는 나만의 빚깔과 향기가 있다. 남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아류밖에는 안 된다. 나만의 특성을 찾아 발전시키다보면 나만의 스타일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들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나는 나일 뿐,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라

사람들은 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그것은 완전히 자기만의 착각이다.

나도 어찌하다보니 이렇게 됐다(유명해졌다). 나도 상상을 못했다. 이렇게 될 줄을.

예를 들어보겠다.

책을 내고 서울의 대형서점에 갔다. 나는 내성적이라 혹시 나를 알아보고 사람들이 사인해달라고 할까봐 걱정하며 책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몰라봤다. 그래서 내가 내 책을 하나 샀다. 계산대에 있는 아가씨도 나를 못 알아봤다. 그가 나에게 말을 붙였는데, "저, 혹시 우리서점 회원이세요?”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남들은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을 의식하지 말고 정말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해야 한다.

◇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해선 안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이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것이다.

누가 날 싫어하면 아프다. 그런데 아파할 필요 없다. 그 이유는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기 때문이다. 나도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 남들도 모두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남이 나를 미워하더라도 그냥 그러나보다 하고 넘어가야 한다.

절에 갔더니 두 명이 나를 되게 좋아했고, 몇몇은 괜히 나를 미워했다.

그들은 내가 지나가면 “미제 중 간다”고 수근댔다. 누군가 괜히 나를 미워하면 '그 사람 잘못이다' 하며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를 괜히 미워한 이유는 자신이 미국으로 유학가고 싶은데 못가니까 미국에서 공부한 나를 싫어했던 것이었다. 나중에는 나에게 미국 유학에 필요한 것들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니 남이 나를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내 잘못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 연애는 밀고당기기를 잘해야

대학생이나 결혼 안한 20대는 연애상담을 많이 한다. 내가 스님인데, 연애상담을 해 온다.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나는 그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는 날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스토커가 되지 말고 밀고 당기기를 잘 하세요”라고 말한다.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과 내가 그를 좋아하는 감정의 차이, 즉 잉여감정을 참고 억누르면서 상대방에 맞게 감정을 조절해 점점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 잉여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겠다면 2명을 동시에 만나라고 한다. 정식으로 누굴 사귀기 전이라면 두 명이라도 만나 사귀어보는 것도 좋다.

두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그가 날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날씬한 것이 좋다고 하니까 다이어트 해야 하고, 명랑한 성격이 좋다고 하니까 활발한 것처럼 보여야 하는 등 상대의 마음에 맞추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될 인연은 힘 안 들여도 돼요”라고 말한다. 힘들면 그 사람을 놔버려야 한다. 그때 그쪽이 나를 잡으면 인연이고, 안 잡으면 인연이 아닌 것이다.

◇ 힘들게 하는 것은 나를 수행하게 하는 것

30대의 고민 중에서는 갑자기 어떤 사람을 봤는데, 자기가 싫어하는 단점이 눈에 확 들어온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 이유는 내 안에도 비슷한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나 스스로를 수행시키려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보살님으로 태어나게 하셨구나 하고 생각하라.

어렵고 힘든 것은 나를 수행시킨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어려울수록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 아이가 인생의 운전대를 잡게 하라

어머니들로부터는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요”라는 고민을 많이 듣는다.

왜 스님에게 육아상담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 어머니들은 아이를 유별나게 사랑한다. 자기를 희생해가면서까지. 서양 사람들은 기러기부부를 이해 못한다. 부부가 서로 좋아하는 데 자식 때문에 떨어져 살지는 않는다.

어머니들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선택을 아이에게 맡기라고. 그리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아이에게 지게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아이 대신 부모가 선택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열심히 하지 않고 부모에 대한 고마움도 모른다.

기다리는 게 사랑이다.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릴줄 알아야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듯이. 탤런트 김여진씨를 만났는데 이런 말을 했다. 어릴 때 엄마가 알람시계를 사 주시면서 시간 맞춰서 아침에 일어나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는 자기가 늦게 일어날 때 한 번도 깨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아침 일곱 시에 깨우고, 일곱 시 십 분에 깨우고, 일곱 시 이십분에 또 깨운다.

아이를 아이 취급하지 말고 어른처럼 대해야 한다. 아이는 아이 취급 당하는 걸 싫어한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 말하듯이 분명하게 말하고 선택권을 줘야 한다. 인생의 운전대를 스스로 잡게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엄마 스스로가 행복한 것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남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 맛있는 것이 있어도 내가 먼저, 두 번째는 배우자, 세 번째는 부모, 맨 나중에 자식에게 주어야 고마운 줄 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잘해주는 것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게 하고 버릇만 나빠지게 만든다.

◇ 결핍은 스스로 채우고, 나를 사랑해야

마지막으로는 부부관계다.

남녀가 애인관계에 있을 때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결혼한 후 배우자에게 친한 친구같은 파트너가 돼 주는 게 어렵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상대를 나에게 맞게 통제하려고 한다. 부부는 마치 하나의 사원을 떠받치는 두 기둥처럼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는 ‘나 이 정도면 됐어’라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때 행복하다.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남편이나 아내, 아이들을 채근하지 말고 나의 결핍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

대부분이 배우자나 아이들에게 인정받길 원하는데, 이럴 때도 스스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고.

정리=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