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적으로 좋은 아파트나 주택은 어떤 것일까? 풍수강의로 유명한 건국대 문화컨턴츠학과 김기덕(55) 교수가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김 교수는 23일 익산솜리문화회관에서 ‘풍수로 본 익산역사문화’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배산임수의 기본적 풍수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남향만 고집하는 잘못된 남향집문화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는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보다는 지형인데, 1980년대부터 각종 개발이 이뤄지고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배산임수 개념은 없어지고 앞뒤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남향으로만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건설회사들은 남향집으로 지어야 분양이 잘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잘못된 상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풍수에서 배산임수란, 어떤 곳이든 집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뒤가 높고 앞이 낮은 지형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집터보다 1미터만 높아도 산으로 보고, 1미터만 낮아도 물로 본다. 그런데 요즘 집 짓는 것을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남향으로만 짓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기운도 받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

따라서 아파트를 볼 때는 “베란다 문을 열고 앞 경치만 보고 좋다고 할 것이 아니라 뒤를 보고 뒤가 높은지, 높은 곳에서 완만하게 지기가 흘러왔는지 봐야 한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향으로만 지을 것이 아니라 “높은 곳을 뒤로 하고 낮은 곳을 바라보는 형태로 집을 지어야” 기운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전북고창에 있는 김성수 가옥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인데, 남향이 아닌 북향이다.

자리만 제대로 되면 남향이든 북향이든, 동서향이든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김 교수가 본 익산의 풍수는 어떨까?

익산은 백두대간에서 나온 금남정맥이 대둔산을 거쳐 계룡산으로 가는 산맥 중간에서 서쪽으로 뻗어나온 지맥에서 형성됐는데, 금강과 만경강이 둘러싸고 있고, 산은 비교적 멀다.

모악산과 완산칠봉, 기린봉, 가련산, 황방산, 건지산 등 도시주변 사방에 지맥이 와 닿아 분지형태를 이룬 전주와는 달리 익산은 가까운 곳에 산이 있지 않고 먼 곳에서 응했다.

하지만 단단한 암반형태의 비산비야의 구릉지대 형태인 익산은 먼 곳의 지맥이 익산에 응결한 지형이다. 그래서 높은 산은 없지만 좋은 돌이 나온다.

먼 곳의 산들이 익산을 감싸주면서 낮게 흘러와 뭉친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익산의 경우 높이 1미터의 낮은 지형도 10미터의 산으로 보고, 10미터의 구릉은 100미터의 지기를 갖는 산으로 생각해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김 교수는 “무분별한 석산개발은 풍수에 아주 좋지 않다”며 “응축된 기운을 파내는 것은 사람에게 해롭다”고 말했다. 때문에 각종 개발 과정에서 낮은 지형이라도 보호하는 것이 좋다. 그는 익산의 지세는 먼 곳의 산들이 응했으므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다른 지역과 교류, 협력하면서 발전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익산은 두개의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와의 만남과 소통에 알맞은 지세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익산에 응축된 기운을 잘 보호하면서 외부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내부 발전을 꾀하는 것이 풍수적으로 본 익산의 전략”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익산 출신인 김기덕 교수는 건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박사학위를 얻은 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인문콘텐츠학회장을 지냈고, 교육방송에서 풍수특강을 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한국전통문화와 문화콘텐츠’, ‘생활풍수’, ‘영상역사학’ 등이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