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황등면 A중학교의 교장·교감 맞고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육자들이 본분을 잊고 파벌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교회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A중학교 교감 K씨(53)가 지난 7월 교장을 상대로 익산경찰서에 고소(명예훼손 등)했고, 교장이 무고로 맞고소 하면서 내부상황이 밖으로 드러났다.

교장 B씨(55)는 여성인데, 교감이 평소 자신에게 막말을 하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재단 측에 알렸고, 교감은 이를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한 것이다.

이로써 학교에 내분사태가 일어났고, 교사와 학생들, 학부모들이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중재역할을 요청받은 학교운영위원장 L씨는 9월 20일 익산교육지원청과 전북교육청에 조사와 진정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두 기관이 조사를 거쳐 내놓은 해법이란 게 학교재단에 교육 정상화를 권고하는 공문발송 수준으로 마무리되면서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막말·거짓말쟁이 공방

운영위원장 L씨에 따르면 교장은 교감이 성희롱 발언과 막말을 일삼았다고 주장했고, 교감은 교장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교장은 교감이 회의시간에 자신을 겨냥해 막말을 하고 성희롱적 발언을 했으며, 교사들에게는 이놈, 저놈 하면서 인격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학생들에게는 “정신병원에 가 있어야 할 놈”이라고 말했고, “저런 아이를 낳아놓고 미역국을 먹었느냐”며 학부모 무시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감은 교장이 회의시간에 자신을 향해 컵으로 물을 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성희롱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교감으로서 정당한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교감은 또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으로 대응한 만큼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교육청 소극적 대응

두 사람의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교사들마저 교장파와 교감파로 나눠 분쟁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위원장 L씨는 9월20일 도교육청과 익산교육지원청에 감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의 조사가 시작됐는데, 최근 구두 경고와 공문 발송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감사관실은 나서지 않은 채 중등교육 관련 부서가 조사를 실시한 도교육청은 재단측에 판결이 날 때까지 이 문제가 학교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구두 경고를 했고, 익산교육청은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처리하고, 교장과 교감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교육에 지장을 줄 경우 업무를 정지시키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도교육청 감사팀장에게 등기우편으로 민원을 보내 감사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학부모들만 피해

교장 교감의 갈등과 교사들의 분열이 지속되고 교육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법원 판결 때까지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장 및 교감 측 교사 2명씩을 선정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방안도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단 이사회는 6일 이사회를 열어 교장과 교감 등을 불러 진상을 조사한 후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사장 명의로 도교육청에 공식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4일 경찰은 교감이 교장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불기소, 물을 뿌린 것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폭행)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교감의 성희롱 협의는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