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장터, 도깨비공연 등 옛 거리 재현된 듯 인파 몰려
시민참여 확대를 위한 홍보 및 주차 시설 편의 마련돼야

지난달 24일 저녁,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 한창인 구 영정통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찼다. 과거 익산의 명동이라고 불렸던 영광을 재현한 듯 모처럼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이 음악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거리에 줄지어 있는 작은 노점들에선 저마다 손수 제작한 생활용 소품이나 예술품 등을 판매했다. 거리 공연팀이 선사하는 인형극은 거리를 찾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어 열린 가요와 랩 경연대회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됐다.

한낮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던 거리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고무적인 변화에 거리를 지키며 살고 있는 주민들과 시민들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 지속적인 문화의 거리 활성화에 대한 염원과 행사에 참여하길 원하는 시민들을 위한 홍보 및 편의시설 확충의 필요성이 확인됐다.

◇ 활력 찾은 축제의 거리

중앙동 구 영정통 거리(황해사-국빈반점)는 지난해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사업비 52억원이 투입되는 ‘익산 문화예술의거리 조성 및 활성화’ 사업이 한창이다. (재)익산문화재단(이사장 이한수)에서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시비 5억원과 도비 5억원이 투입돼 전시장 조성 및 거리축제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등장해 서서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트마켓-활짝’ 과 ‘도깨비공연’도 문화예술의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올해에 준비된 총 10회의 행사 중 지난 8월 17일부터 31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 여름시즌 행사에는 시민들의 참여와 함께 거리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먼저 ‘아트마켓-활짝’에는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핸드메이드 팀들과 지역자활센터, 청소년 단체에서 참가를 희망해 총 20여 팀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저마다 손수 만든 아기자기한 생활소품들을 작은 노점에 전시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도 하면서 거리를 찾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트마켓이 거듭 열릴수록 참가하려는 단체 및 개인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깨비공연’에서는 부산에서 초청된 나루극단의 줄인형극이 큰 호응을 얻었다. 초상화를 그려주는 인형과 ‘싸이’ 인형 등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밖에도 스포츠예술 경연이 펼쳐져 거리의 축제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또한 한편에서는 가요와 랩 경연대회, 전설의 디스코디제이의 무대가 펼쳐졌으며 31일에는 치킨과 맥주를 무료 시식할 수 있는 ‘치맥파티’가 열려 젊은이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 “추억 속 영정통 거리 재현된 듯”

문화예술의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며 활력을 찾는 모습에 현지 주민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추억의 옛 거리’가 재현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영정통 거리는 익산역이 들어선 이후부터 70년대까지 낮부터 밤까지 인산인해를 이루던 거리였다. 양복점과 금은방, 음식점에서부터 스탠드바까지 없는 것 없이 상업시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으며, 익산시의 세금 수입의 상당 부분이 영정통 거리에서 나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번성하던 거리는 대로(중앙로) 건너로 새 중심 상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쇠퇴하기 시작했고 영등동 권역으로 상권이 이동하면서부터는 급격히 쇠락했다.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자 상가들도 문을 닫아걸고 주민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이렇게 방치되다 익산시의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옛 상업의 거리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거리를 찾은 한 시민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든 거리를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며 “앞으로도 자주 찾아서 옛 추억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활력 넘치는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 십년 동안 거리를 지키고 있는 한 상인은 “문화예술의거리 사업이 지지부진한 점이 속상하기도 하고 일회성 행사가 벌어지는 것이 시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에 희망이 보인다”며 “역세권 개발과 평화주거지구 개발 등 기대하고 있는 일들이 빨리 이뤄져 옛 영정통 거리의 모습이 재현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 참여 확대, 주차시설 확충 필요

지난 8월은 문화예술의 거리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지만 행사가 끝난 이후의 거리는 다시 쓸쓸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단지 1회성 행사를 치르기 위한 장소로서의 거리가 아닌 지속해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거리에는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될 건물들이 아직 착공도 시작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다. 예술가들의 상시 거주공간과 전시, 공연장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아트마켓-활짝’에 참여할 개인과 단체들의 확대 또한 시급하다. 거리 행사시 20여개의 노점이 약 50여 미터의 공간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금방 둘러보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거리 전체로 확대될 만큼의 다양한 물품과 먹거리 등 참여자 확대가 필요하다.

거리 축제 행사에 대한 홍보도 미흡했다. 구도심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영등·부송동 신도심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통편 등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많은 시민들이 찾을 때 문화예술의 거리와 구도심 활성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거리를 찾는 시민들이 주차할 공간의 부족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거리를 막고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주변에 주차할 공간이 필요한데도 길을 막는 것 외에 주차 공간 안내 등의 편익 제공이 없어 미흡함이 드러났다.

한 시민은 “문화예술의 거리 행사에 관심이 있어 찾아왔다가 주차하는 데 애를 먹어 다음 행사에는 막상 찾아와 질런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위한 편의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