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개막한 사리장엄 특별전에서 이한수 시장이 금동제사리내·외호를 바라보며 역사를 거슬러 과거와 마주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이 다시 태어난다. 북소리와 함께 탑이 서 있던 자리의 한가운데 심초석이 자리를 잡으면서, 100여년 만에 부활을 꿈꾸고 있는 미륵사지 석탑이 그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1시, 금마면 미륵사지에서는 익산시와 전라북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미륵사지 석탑 복원 착수식이 열렸다.

이날 착수식은 미륵사지 석탑이 일제강점기인 1915년 콘크리트 보수 이후 약 100여 년 만에 다시 제 모습을 찾는 시작을 알리는 행사로, 이한수 시장과 김대오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와 박성일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최진호 전라북도의회 의장, 최종덕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스님 등 주요 인사와 관계자,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미륵사지 석탑 남쪽 행사장에서는 식전 행사인 도립국악원의 나비춤과 승무, 무왕행차 재현 공연을 시작으로, 홍보영상 시청과 사업추진 경과 및 계획보고, 기념사와 주요 관계자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스님의 주재 하에 미륵사지 석탑의 사리 친견 예불 의식이 진행돼 참여한 이들이 함께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이날 이한수 시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은 우리 모두의 염원인 미륵사지 석탑 복원을 시작하는 가슴 벅찬 날이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된 석탑으로 모든 석탑의 시원인 ‘국보’가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제 모습을 되찾는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이라며 미륵사지 석탑 복원 착공을 축하하고, “문화재청, 전북도청 관계자 분들과 연구원들의 그간 노고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복원 완공까지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후 석탑 자리의 가설 덧집 내부로 이동해 심초석 놓기 시연이 진행됐다. 내부에 시립풍물단의 타고식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행사에 참여한 모든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한수 시장을 비롯한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심초석을 감싼 광목천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기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인 이의상 석장의 지휘 아래 1.2톤 무게의 심초석이 탑 바닥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으며 새로운 탄생의 시작을 알렸다.

미륵사지 석탑은 현존하는 최고, 최대의 석탑으로 2009년 사리장엄이 발견되면서 구체적인 석탑의 건립시기가 639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전라북도는 2010년까지 석탑의 해체와 발굴조사를 완료했으며, 총 195억원이 투입되는 복원공사는 2016년 8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공사를 통해 석탑을 해체 보수 직전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원래 9층으로 추정되지만, 미륵사지를 비롯한 백제역사문화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해체 이전의 모습인 6층까지만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미륵사지유물전시관 앞 광장에서는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과 함께 전시관 안에 전시된 유물들을 관람하고, 월주스님의 주재 하에 사리 친견 예불이 진행됐다.

미륵사지 석탑 복원 착수와 발맞춰 마련된 이번 사리장엄 특별전은 금제봉영기, 금제사리내·외호, 은제관식 등 사리장엄 및 진단구는 물론 2009년도에 공개하지 못했던 청동합 유물들을 포함해 9,900여점 상당의 유물들이 공개돼 내년 3월 30일까지 전시되며, 백제인의 섬세한 금속공예 예술과 미의식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