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집단따돌림이나 폭력문제와 관련, 전라북도교육청의 조정기능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선 학교현장에서 나타나는 작은 문제들마저도 교사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 학부모의 학교 눈치보기 등으로 제도적으로 활동이 보장돼 있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도 큰 문제다.

최근 극기훈련장에서 발생했던 익산시 부송초등학교 집단따돌림 및 폭력문제가 치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피해학생과 학부모에 따르면 학교측의 자치위원회 회의 개최, 도교육청 및 익산교육청 직원들의 조사, 민간단체인 'SOS지원단 전북지부'의 실태조사 및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왕따문제는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피해학생의 담임과 학교측은 이전보다 더욱 냉담하게 피해학생을 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학생은 자신이 속해 있는 5학년 뿐만 아니라 저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손가락질을 당하는 등 왕따문제가 학교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학교측의 냉담한 반응과 안일한 관행으로 가해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최소한의 경각심마저 느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건 발생 후 가해학생들이 오히려 피해학생을 따돌리는데 더욱 골몰하고 있었다는 반증으로 분석된다. 

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김승환 호의 도교육청이 집단따돌림이나 학내 폭력사태에 대해 어떤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우선 학교측의 대응을 보면 '형식적으로 대응하기', '책임 회피하기', 또는 '적당히 끝내기',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무사안일' 등 관료주의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을 수 있는 행태가 엿보인다.

학교가 실태를 조사하고 학교측 주관으로 자치위원회가 열렸지만 이후 자치위원회에서는 민간단체인 'SOS지원단'에 사태 해결을 의뢰하는 등 회피성 행태를 보였다.

또 가해학생이 결석하자 반 학생들에게 위로편지를 쓰라고 요구했던 담임에게서는 피해학생에 대한 위로조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학생 K군(12)은 심지어 '요즘 담임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보다 훨씬 냉담해졌다'는 내용의 우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2차에 걸쳐 열렸다.

그러나 자치위원회의 회의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우선 불러 1차조사를 하는 게 순서지만 위원회는 학교측의 형식적 조사결과만 받아들고 회의를 열었다.

1차회의에서 위원회는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의 어머니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때문에 의견이 대립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자신의 자녀가 가해자로 지목됐기 때문에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어머니는 극히 드믈 것이기 때문이다. 회의는 처음부터 꼬일 수밖에 없었고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가해학생들에게 사태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에는 부족했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학부모들끼리 원만히 합의해 끝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학교측의 입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2차회의도 싱겁게 끝났다. 피해학생 학부모와 가해학생 학부모의 진술이 상반되기 때문에 판단을 못 내리겠다는 것이 회의의 최총결과였다. 그러면서 문제를 SOS지원단에 맡기자는 결정을 내렸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자치위원회에는 학부모 대표뿐 아니라 교원들까지 다수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는 것이 애초에 무리였을 수도 있다. 10명의 위원중 무려 4명이 교사다. 자치위원회에 참여한 교원이 교장과 교감이 원하지 않는 방식의 해결책을 강구하리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학부모 위원들이 교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가해학생에 대한 전학조치,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등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조치들을 단행하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이에 대해 부송초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관계자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에 가해학생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했다"며 "강한 조치를 취하자는 의견은 소수였고 민간단체에 일임하자는 의견이 많아 그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산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 SOS지원단의 조치도 형식적이기는 마찬가지.

익산교육청 및 도교육청 소속 직원들은 피해학생이나 학부모를 면담하지 않은 채 학교만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만 듣고 돌아갔다. 그 후 사무실로 돌아와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경과를 설명하는 요식이 뒤따랐다. 학교를 방문한 익산교육청 직원과 전주서 익산까지 올라온 도교육청 직원이 왜 현지에서 피해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지 않고 돌아갔는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사건의 발단과 경과를 정확히 알기 위해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마저도 내팽개쳤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SOS지원단의 경우 학부모를 면담하는 등 최소한의 실태조사 형식을 갖췄지만 결국 내놓은 대안이라는 게 '교육'과 '상담'이 전부였다.

최근 SOS지원단과 자치위원회는 합동회의를 열어 피해학생이 소속된 반 전체 학생들 및 교사, 가해학생 학부모에 대한 교육, 피해학생 심리상담 등 지극히 하기 쉽고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학생은 학내에서 불란을 일으킨 주범으로 인식돼 더욱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학교와 자치위원회, 익산교육지원청, 도교육청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송초 집단따돌림 및 폭력사태 대응과정에서 학교측과 교원, 교육공무원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학부모들끼리 사과를 주고 받으며 적당히 합의하고 끝냈으면 좋겠다'는 태도였다.  

학부모들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조정할 것이라 믿었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던 도교육청과 SOS지원단마저 무사안일식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막기 위해서는 일선 교육 공무원들의 의식변화부터 끌어내야 하고 실질적인 인사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