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정비사업조합이 자동차관리사업자(정비업자) 등록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국토해양부가 1997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고 자동차관리사업에 대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사업자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여 지역적으로 불균형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익산 역시 20여개 업체면 충분한데도 43개 업체가 존재한다. 불균형에 따른 부조화 및 과도한 수리비 상승, 위장사고 등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현실 때문에 정비사업체들이 생존의 목소리와 불법 등에 따른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이다. 익산시는 이론적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자동차관리사업법 근본 취지'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조정'

1997년 자동차관리사업(정비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정비업체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정비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자 정비업계(연합회 및 시도조합)에서는 정비업 등록제를 총량제로 변경해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 2006년 10월 4일 국회 김동철 의원 외 11인의 의원입법으로 자동차관리사업의 총량제(적정공급 규모)를 발의했다.

이는 '자동차관리사업의 적정공급을 위하여 총 허용량을 정해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할 것'과 '시·도지사는 자동차관리사업 총량제의 시행을 위하여 자동차관리사업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정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3년마다 자동차관리사업 총량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관리사업(정비업)은 자동차관리법에 등록제로 되어 있으며 총량제 도입은 사실상 허가제와 마찬가지고, 직업선택의 자유 및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반대했다.

대신 시장·군수가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여길 경우 자동차관리사업(정비업) 등록을 제한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제53조4항에 '적정공급 규모'를 추가하여 2009년 2월 개정 공포했다.

국토해양부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고 2009년 3월 29일부터 새로운 법을 시행했다. 이 법 53조 4항은 "자동차관리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하여야 하며, 각 시·도는 등록기준 및 절차 등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자동차관리사업이 적정공급규모(총량제)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자동차관리사업자 등록기준을 적용함에 있어 자동차관리사업의 적정공급 규모 또는 교통.환경.오염·주변여건 등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등록제한 권한'을 시·군에 위임한 것이다.

정비사업조합 등 사업자 단체들이 사업자수가 급속하게 증가해 지역적으로 불균형이 초래되자 정부에 적정공급규모(총량제) 지침을 제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자 정부는 이들 사업자단체의 의견을 검토한뒤  2009년 2월 17일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공문을 보내 "지역적 특성, 행정 효율성 및 조례 제정권을 가지고 있는 시·도에서 여건에 맞는 지침을 제정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하고, "각 시·군·구에서 기준 제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자동차 대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자동차의 품질 향상 등으로 실질적 정비수요는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시장개방으로 정비업체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만성적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극복 대안인 것이다.

타 지자체의 사례

강원도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은 2009년 1월 28일 강원도에 "조례제정이나 적정공급 규모 산정기준 등에 관한 사무처리규정 마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09년 11월 26일 강릉시, 2010년 7월 30일 속초시, 8월 3일 제주특별자치도, 10월 28일 양구군이 적정공급규모(총량제) 지침을 마련하고 등록을 제한했다.

속초시의 경우 (재)대한자치행정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객관적인 근거와 기준을 마련해 총량제를 적용해 2010년 8월 2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등록을 제한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지난해 9월 3일부터 2012년 9월 2일까지 2년간 정비관리사업자 등록을 제한했다.

익산시의 입장

익산시의 입장은 정비조합측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최근까지 5년동안 등록한 업체는 4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공급량이 과잉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측은 5년간의 공급량이 문제가 아닌 현재 존재하는 총 업체의 수가 과잉공급되어 적정량의 두배를 초과하고 있다는 서로의 주장이 상반되고 있다.

시는 또, 등록을 제한하면 기존의 업체는 보호되지만 신규로 등록하고자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와 행정소송 등의 분쟁 야기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등록을 제한함으로 인해 기존업체에 대한 프리미엄이 발생, 이들 업체의 매매 시 프리미엄권이 상승 조장될 우려가 있다는 민원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제주도의 경우 등록을 제한 한 뒤 신규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반발 민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익산시의 주장을 종합하면 현재 정비업소가 월등히 많다는 치수가 없기 때문에 등록까지 제한할 필요가 없다. 신규업체를 제한할 경우 기존의 낙후된 공업사들에 비해 첨단시설과 환경으로 신규개설하는 업체의 좋은 환경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될 것이라는 게 익산시의 주장이다. 또 용역비 3천만원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도 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안은 없나

대안을 요약하면 익산시가 우선 등록을 최소 3년간 제한하고, 그 기간동안 현재 기존 업체에 대한 철저한 법적 제재와 적발 및 조치를 통해 경쟁력이 약한 업체에 대한 정리를 통해 적정규모의 공급을 안정시켜야 한다.

속초시와 강릉시의 경우 총량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3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재)대한자치행정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익산시가 현재 정비업소가 월등히 많다는 치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정비업체들이 현장에서 적정공급량의 두배 이상이라는 주장이 있다면 이를 객관적인 수치화할 필요가 있다. 정비업체들의 주장에는 '생존권'에 관한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용역을 통해 총량제의 도입을 결정할 일이다. 43개의 주요 업체의 생존에 관한 문제라면 3천만원의 예산이 그리 큰 예산은 아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정비업체의 자부담도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 정비업체의 생존권에 관계된 일이라면 그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익산시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불량 업체 퇴출이다. 시민에게 전가되는 과중한 수리비, 위장사고, 보험사기, 환경오염 등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 등 강력한 제제를 통해 불량업체 퇴출을 통한 공급의 조절에 대해 시가 나서야 한다.

익산시는 현장의 생존에 관한 목소리를 귀기울이고, 시민의 공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익산시의 안일한 탁상행정이 아닌,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여망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