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농협공판장장인 송옥방씨는 38년간 매일새벽 2시50분에 어김없이 공판장 경매대 위에 선다.
새벽을 처음 여는 사람 익산원예농협공판장장 송옥방(58)씨, 그는 38년동안 매일 새벽 2시 50분이면 새벽을 깨우고 어김 없이 그곳에 섰다. 그를 향해 숨죽이고 도열한 중매인들은 송 장장의 목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새벽 바람에 섞인 과일 향기와 맛 그리고 채소 빛깔을 선별하면서 아침을 함께 맞이한다.
중매인들은 어떤 과채류가 사람들을 사로잡을 지를 먼저 알고, 송 장장은 언제부턴가 그런 중매인들의 눈 빛을 읽어내고 있었다. 송 장장은 38년 동안 그들과 함께 해왔다. 공판장장에 취임한지는 만 2년 되었지만, 그의 장장 이전의 36년은 고난과 시름으로 얼버무려져 있었다.
기자가 공판장으로 이동하는 새벽 4시, 그는 이미 한창 경매대를 달구고 있을 것이다. 아파트 복도에서 스쳐지나가며 미소를 건네는 신문배달부 아주머니 보다 앞서 새벽을 열었을 것이다. 2010년 12월 30일, 밤새 하얗게 소복히 눈이 쌓인 들판을 뒤로 하고 들어선 공판장은 경매사와 중매인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2번과~ 3번과~ 4번과~ …8번과, 2번과 만오천원…27번. 3번과~ 3번과 ……" 일반인들이 언뜻 들어서는 웅얼거리는 듯 전혀 변별할 수 없는 경매사 송옥방 장장의 목소리가 공판장을 울리고 중매인들은 그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는 곳에서 일희일비 했다.
송 장장이 경매에 붙이는 각 상품들에는 정해진 코드가 있다. 제주도 생산자들이 익산원예공판장에 판매를 요청하고 출하한 귤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은 2번이고 가장 큰 것은 8번과일이란 뜻이다. 2번 과일부터 8번 과일까지 경매하는데 가장 작은 2번 과일이 1만5천원에 27번 중도매인에게 낙찰된 후 3번과일로 넘어가고 있었다.
공판장의 산 증인
전남 장성이 고향인 송옥방씨는 19세부터 익산 원협공판장에서 근무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 가족이 생계를 위해 익산에 건너와 당시 인화동에 있는 공판장에서 하역일을 맡았다. 그는 이와 함께 리어카로 물건을 운반하는 일도 맡아 했다. 리어카로 물건을 한번 배달하는데 500원부터 1천500원까지 받았고,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마다하지 않았다. 오후 1시부터 경매가 시작되기 전까지 들어오는 물건을 하역하면서 사무실보조까지 송씨는 가리지 않고 했다.
송옥방씨는 2년 후인 1974년에 창고지기로 정기입사했다. 그때부터 공판장에서 청소도 하고, 창고물건도 관리하는 등 온갖 잡일을 도맡아 왔다. 사무실 보조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경매사 보조일을 맡게되었고, 1981년은 그가 진급한 해였다. 경매사 기록 보조업무를 맡은 것이다. 이렇게 바닥부터 시작한 그의 공판장 일은 11년 뒤에 첫 결실을 보았다. 1983년 그는 결국 경매사가 된 것이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그래서 더 크게 들린다.
"공판장은 저에게 사실 집보다 더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동생 두명을 다 공부시키고 부모와 다섯식구가 먹고사는 곳이었습니다. 여동생은 현재 유아원 원장, 남동생은 양말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부시키고, 생계를 이어왔고 결혼까지는 시켰으니 저에게는 소중한 삶의 공간입니다."
새벽을 여는 소망
"익산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익산시민들이 더 많이 소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송씨의 첫 소망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서울이나 경기도 등 타 지역에서 채소와 과일 등을 가져오는데 지역민들에게 도움되지 않습니다. 시에서도 그들에게 허가를 내어줄 때 법을 제정하든지 해서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먹도록 해야 합니다."
송옥방 장장은 지난해 600억 매출을 달성했다. 이에 대한 그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그는 자신의 직장을 내집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하는 것은 그에게 금물이다. 농민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농민들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최선의 목적이다.
"주어진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좋은날이 옵니다. 제가 일을 잘못했다면 오늘 같은 날이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직하게 사는게 최고죠."
2011년 신묘년의 새벽을 여는 그의 덕담이다.
오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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