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5일 국회가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달 22일 14개 이행법안에 서명하면서 발효를 위한 모든 과정을 마쳤다. 정부는 협정 발표시점을 늦어도 올해 2월부터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외에도 우리나라는 이미 칠레, 싱가폴, 아세안, 인도, 유럽, 페루 등과 협정을 체결했고, 현재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중국, 일본, 베트남과도 협상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농업문제 뿐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모든 부문에 걸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익산의 경우 농업비중이 크기 때문에 우선 당장 농업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요청된다.
이에 본지는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익산시의 대책을 농민들에게 알리고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만,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됐던 피해 예측은 제외했다.

◆익산시의 대응 방침

지난달 25일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한수 익산시장은 즉각 농업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어 농업기술센터 소장 및 과장들과 농업인단체 관계자로 이뤄진 ‘FTA 대책반’을 구성해 지난해 12월 29일 1차회의를 열었다.

대책반에는 시의회를 대표해 성신용 의원이 참여했고, 손선규 농협익산시지부장, 최재평 농업경영인연합회장, 오면택 농민회장, 김상구 과수연합회장, 김정호 한우협회장, 이웅렬 양돈협회장, 김석산 양계협회장, 노승관 낙농협회장이 농업관련 기관단체를 대표해 포함됐다. 쌀 전업농 단체 대표자와 축협, 원협 관계자도 나중에 참여할 계획이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소장 류문옥)는 이 자리에서 2017년까지의 ‘한미자유무역협정 대응방안’을 발표했는데, 크게 농업경쟁력 기반확충, 농산물유통체계 구축, 활력 있는 농촌 건설, 농업인 경영안정 등 4개 분야로 나눴다.

농업경쟁력 확충 분야는 축산과 친환경, 원예작물이, 활력 있는 농촌 건설 분야에는 마을만들기 및 농촌 지원 사업이 포함됐다. 자유무역협정에 대응해 내년에 익산시가 투자하는 총 예산은 84개 사업에 361억7천600만원이다. 

△축산부문

축산부문에서는 크게 돼지와 젓소, 닭, 한우와 육우 사육 부문으로 나눴는데, 우선 돼지 사육 분야에서는 시설 개선, 질병 근절, 분뇨 자원화 시설 확충 대책을 내놨다.

젓소 분야에서는 조사료 생산 확대 및 시설 개보수 지원, 가축 개량 대책을, 닭 사육 분야에서는 시설 개선, 질병 근절, 대형 닭(2.5킬로그램 이상) 생산 확대, 전 농가 계열화 대책을 내놨다.

한우 및 육우 분야에서는 가축개량으로 소고기의 품질을 향상하고 명품화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설 개보수 분야에서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23억원을 투자해 150개소의 농장을 고쳐주기로 했다. 또 같은 기간 동안 137억원을 들여 지열 냉난방시설을 설치하고, 액비저장조 설치나 액비살포비 등의 지원에 13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총보리 재배면적을 2015년까지 2천500헥타르로 확대하고, 질병을 막기 위해 방역시설 설치및 약품 지원에 내년부터 6년 동안 111억원, 구제역과 조류독감 방역 지원에 같은 기간동안 19억원을 쓰기로 했다. 

△친환경 부문

친환경 부문에서는 특히 친환경 쌀을 생산하는 게 주요 내용인데,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양을 점차 늘려나가기로 했다.

우선 친환경농업 재배면적을 올해 1천43헥타르에서 2017년까지 2천290헥타르(전체면적의 10%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친환경 인증 면적도 확대할 방침. 이를 위해 규산질 및 석회질 등 토양개량제를 3년 주기로 공급하되, 2017년에는 2만2천431톤까지로 지원을 늘린다.

유기질 비료와 녹비작물 재배 확대, 친환경유기질비료 공급량도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늘리고,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제 대상 면적을 2017년까지 600헥타르로 확대키로 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도 2017년에는 400건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친환경농업 지구도 6년 동안 5개소로, 공동이용시설도 35개소로 늘린다.

△원예작물

주로 비닐하우스 형태로 기르는 원예작물 분야의 대책은 시설 개보수 및 난방시설 확충, 전문 농법 지원과 수출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3억원이었던 과수시설 지원비를 점차 늘려 ‘17년에는 10억원까지 지원하고, 채소분야에서는 지난해 33헥타르에 시설을 지원하던 것을 ’15년에는 86헥타르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또 지열이나 목재펠릿을 이용한 난방시설, 다겹으로 된 보온커튼을 ‘15년까지 60헥타르에 지원키로 했다. 익산의 농가들이 생산하는 사과나 배 생산단지는 지난해 11개에서 올해 38개로 재배농가 및 면적을 늘리고, 수출길을 열기위한 농민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아울러 미국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잘하는 농가들에 수출용 봉지나 물류비도 지원한다. 

△농산물 유통체계 개선

가장 중요한 분야인 유통체계 개선분야에서 익산시는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를 보는 분야에 우선 집중키로 했다.

‘17년까지 7억원을 들여 농산물을 저장할 소규모 저온저장고 110동 지원하고, 고구마에서 양파, 딸기, 상추, 토마토를 추가로 상품화 하는데 4천500만원을 지원한다.

채소나 화초, 과일 등 신선농산물 수출품목을 기존 5개에서 8개품목으로 늘려 3억5천만원의 수출물류비를 지원하고, 농산물 직거래장도 올해 2개, ‘14년 이후에는 3~4개소 더 설치할 계획이다.

우수농산물 7,8개 품목을 선정해 공동으로 선별하고 출하토록 돕고, 읍면동에 흩어져 있는 농협 유통조직을 통합해 출하창구를 단일화(익산시농협탑마루공동사업법인) 하기로 했다.

또 익산의 농산물 공동브랜드인 ‘탑 마루’(미륵사지탑의 ‘탑’과 넓은 들판을 뜻하는 ‘마루’가 더해진 말) 상품들에 대해 디자인을 세련되게 하면서 판촉방법을 개발하고, 전라북도의 인터넷농산물 판매센터인 ‘JB플라자’에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에게는 택배비를 지원한다. 탑마루 쌀을 생산하는 농가에는 40킬로 한포당 7천원의 보상금이 지원된다.

△마을 만들기 사업

‘마을 만들기 사업’은 활력 있는 농촌 건설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인데, 우선 ‘색깔 있는 예비마을’을 지정해 성과가 있을 경우 ‘색깔 있는 마을’로 육성하고 평가를 거쳐 소규모 국비나 도비를 지원한 후 성공할 경우 대규모 국도비 지원사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읍면 소재지 종합정비 및 농촌마을 개발 사업은 올해부터, 15년까지 12개 권역으로 확대하고, 녹색농촌체험마을과 향토산업 마을의 경우 올해 3개소를 지정, 지원한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체험마을 8개 전체를 농촌체험 및 휴양마을로 지정하고, 경관보전직불제도 올해 7억4천300만원을 지원한다.

생산에서 가공, 판매, 체험이 어우러진 농업의 6차산업화 모범사례를 육성하는 데 ‘15년까지 2개소에 60억원을 지원한다. 

△농촌 지원

이것도 활력 있는 농촌건설 부문의 하나인데, 식품산업 육성, 소규모 창업 지원, 농기계 임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쌀과자나 떡, 식혜, 장아찌 등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17년까지 34개소를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농특산물을 명품화 하는 사업장에 시설개선비, 상품개발비, 포장재 제작 등을 지원한다.

농업기계 임대사업의 경우 비닐하우스 전용 트랙터, 논 콩 예취기, 두둑 성형기, 모판 성형기, 콩 정선기, 파종기, 승용 제초기 등 아홉 개 종 29대를 확보하고, 2013년에는 농기계 임대사업장 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농업인 경영안정

경영 안전 대책은 재해보험 확대, 안공공제 가입 지원, 농업인 학자금 지원, 가사도우미 지원, 경영 및 기술 상담 등으로 짜여졌다.

세부적으로는 농가의 농작물재해보험 지원비로 올해 1억원을 투입하고, 사고에 대비해 안전공제비 7천800만원, 농업인자녀 학자금 788명 8억6천700만원, 사고나 질병으로 농사를 못 짓는 농가에 가사도우미 106명 지원에 7천만원, 영농기술 상담 지원에 5천만원이 책정됐다.  

◆농업예산 확보 시급

사실 익산시의 방침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으며, 이미 시작했던 사업을 나열한 것과 정부 및 전라북도 시책과 맞물려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익산시가 자체적으로 투입하는 예산과 사업 항목이 적다.

우선 올해 자유무역협정에 대응해 편성한 총 예산 361억7천600만원 가운데 익산시가 독자적사업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106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또 총 84개 사업 가운데 27개만 익산시 자체사업이고, 나머지는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올해 본예산을 심의했던 성신용 의원은 “익산시는 앞으로 농업예산을 20%까지로 확대할 방침이라는데, 올해 농업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11~12% 정도에 불과해 오히려 지난해 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농업문제의 근원은 유통

농업농촌의 문제는 많은 농민들이 못 산다는 것이고, 이는 농민들이 돈을 못 벌기 때문인데, 원인은 농민들이 일을 게을리 하거나 농촌에 농축산물이 넘쳐서가 아니라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농민들은 품목별로 조직화되지 않아 제대로 된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수요공급과 같은 농산물 유통 정보에도 어둡다. 특히 산지 수집상부터 도매상, 소매상에 이르는 유통구조가 복잡해 농민이 산지에서 헐값에 넘긴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비싸게 사 먹는 기형적 구조 때문에 농민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에도 판매, 도축, 도매상, 소매상(정육점,식당)을 거쳐 소비자로 오는 동안 값이 불어난다. 소, 돼지 값은 떨어지는데 삼겹살이나 등심 값은 그대로인 이유다. 도매상이나 식당, 정육점에서 예전보다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체예산 확보하고
유통체계 개선 시급
학교급식·로컬푸드
확대에 주력 해야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유통구조 혁신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으면서도 농산물 값 상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고, 지자체는 정부에만 책임을 떠넘기면서 잘못된 구조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

익산시는 올해부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초기 작업에 돌입한다.

쌀이나 고구마를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납품해왔던 기존의 ‘탑마루영농사업단’ 운영과 함께 쌀과 채소류 등 10가지 품목을 학교에 납품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사업, 익산시내 14개 농축원협과 각 읍면단위 농가조직을 아울러 공동생산 출하 납품을 전담하는 ‘익산시농협탑마루조합 공동사업법인’을 올해부터 운영한다.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하고 개학하는 3월부터 본격 운영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사업의 경우 센터 운영을 담당할 업체나 법인을 오는 19일까지 선정할 예정이다.

급식지원센터는 쌀과 고구마, 딸기, 수박, 토마토, 배 등 10여개 품목을 선정해 농가와 계약재배한 후 학교에 납품한다.

‘익산시농협탑마루조합 공동사업법인’은 오는 3월께 출범할 예정인데, 익산시내 14개 농축원협과 익산시농업기술센터, 농협 익산시지부, 각종 농가조직 등이 참여한다.

내부에는 양곡사업부와 원예사업부, 축산사업부, 경영기획본부를 두고 농산물을 공동으로 생산, 출하하고 판매하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다만 축산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

우선 올해는 탑마루 상품으로 지정된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는 데서 시작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품목과 판매량을 점차 확대해 2016년까지 연 매출 600억원, 최종적으로 1천억원 정도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은 정부가 추진하는 ‘1시군 1유통회사 설립방안’에 따른 것인데, 아직 초기단계라 사업의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우선 익산시 차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자치단체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광범위한 의견수렴과정이 생략됐다.

또 전국적인 농축산물 재배현황과 수요공급에 대한 예측 체계를 만들어 제조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시장전망을 농민들에게도 제공하는 것 또한 중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