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시의원이 대학교 총학생회장에 출마하는 이례적인 사건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익산시의회 박종열 의원(민주. 동산·영등1)이 이달 초 원광대학교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정당인·정치인이자 현직 시의원이 뒤늦게 대학교에서 다니면서 총학생회장 선거에 뛰어든 전례가 없는지라, 시민들의 느끼는 황당함이 크다.

익산지역 10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것이냐"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출마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 의원이 총학생회장을) 한 번 해 보고 싶다. 선택은 자유 아니냐?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라고 하기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현재 시민의 혈세로 3천5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고, 시의원 유급제는 정부가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시의원은 시민에 대한 무한봉사라는 도덕적·정치적 책무를 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협의회는 "현직시의원이 시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으면서 의원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총학생회장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질책했다.

또 "현직 시의원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는 것은 많은 오해와 시비 그리고 정치적 이용의 문제를 일으키는 상식 이하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시의원이 농민이나 노동자라고 해서 선출직인 농민회장이나 노동조합장 선거에 마구 출마하지는 않는다는 게 일반상식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박 의원의 학생회장 출마는 익산시민을 위해서도, 원광대 학생들을 위해서도 옳지 않은 행동"이라며 "박 의원은 시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시의원이라는 직책이 조금만 애쓰고 대충 때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닌 이상 박 의원의 행태는 저잣거리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출마를 포기하는 것이 순리이며 상식"이라고 충고했다.

협의회는 박 의원을 공천한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를 향해서도 "불과 몇 달 전에 현직 도의원이 사리사욕으로 농협조합장선거에 출마해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일을 벌써 잊은 것이냐"며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시민들이 지난 사건을 용서하거나 잊은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는 박 의원의 학생회장 출마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고, 대학교 다는 것조차 몰랐다"며 "개인 행동까지 당에서 관여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