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부채에 대한 시각 교정 필요

최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부상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익산시의 부채 논란이다. 익산시가 많게는 8천억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 있어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논란의 핵심에는 현역 시장의 책임을 물어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저변이 깔려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빚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빚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이는 일견 익산시 재정에 대한 걱정으로 비롯된 것 같지만 사실상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왜곡된 시각을 주입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꺼린다면 그 소문의 숨은 의도가 빤히 드러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에 본지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을 막고 또한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익산시의 부채를 비롯한 재정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도대체 빚이 얼마인가?

3천억원 vs 8천억원

먼저 익산시가 짊어지고 있는 빚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부터 명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항간에 제시되는 익산시의 빚은 적게는 3천억원에서 많게는 8천억원까지 두 배가 넘을 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빚을 산정하는 방법부터 다양한 시각차이가 있기 때문이어서 정확한 기준 제시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2013년 12월 말 기준으로 익산시가 제시하고 있는 익산시의 총 부채는 3,379억원이며 이는 지방채 1,769억원과 와 민간투자비 1,610억원으로 구성됐다. 순수 시비 기준으로 산정된 결과이며 지방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민간투자사업비에서의 운영비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익산시의회 K 시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익산시의 채무는 8,706억원으로 치솟는다. 지난해 초 중앙일간지가 발표한 4,554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나 되는 액수이며 익산시 한해 예산과도 맞먹는 엄청난 수치다.

이러한 차이는 채무액 산정 방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가 포함하지 않고 있는 지방채 이자와 민간투자사업 운영비를 모두 포함한 액수인 셈이다.

예를 들어 익산시가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기 위해 발행한 지방채 1,769억원에 대해 이를 모두 상환하기 전까지 매년 발생하는 수십억원의 이자비용을 모두 합산해 갚아야 할 빚으로 보는 것이다. 최장기간으로 볼 경우 2026년까지 누적된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민간투자사업의 경우에도 현재 1,610억원의 상환잔액에다 최장 2034년까지 발생하는 운영비를 산정에 포함했을 경우 익산시의 채무액은 급등하는 결과를 나타낸다.

◇ 이자와 운영비를 빚으로 볼 것인가?

익산시는 실질채무를 산정하는 기준에 대해 이자와 운영비 등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나 기업과 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자를 비용 개념으로 판단해 회계적으로도 빚으로 볼 수 없으며 민투사업의 운영비도 소요경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빚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반면 이자와 운영비를 포함해야 한다는 시각은 어차피 모두 부담해야 할 금액이기 때문에 빚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시각이다. 매년 발생하는 이자비용과 운영비는 실제 짊어지고 있는 빚이나 다름없다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익산시 예산부서 관계자는 “이자비용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더라도 이를 원금에 포함해 채무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민투사업 운영비의 경우에도 재정사업으로 추진했을 시에도 매년 소요되는 경비인데 이를 빚이라고 판단한다면 사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편의와 혜택을 부정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 빚이 어떻게 발생했나

   건전한 투자 vs 방만한 재정운용

빚을 산정하는 방법과 함께 중요한 것은 빚이 발생한 이유다. 무엇 때문에 빚이 발생했는지 따져보지 않고 결과에만 치중해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바라보는 생산적인 투자로 인해 발생했거나 시민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시 재정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사업에 대해 민간투자를 유치해 발생한 빚이라면 비교적 건전한 빚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반면 투자나 생산적인 면이 배제된 대규모 토목사업이나 시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들로 인해 빚이 발생했다면 재정파탄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익산시의 경우 지방채와 민간투자비(BTL, BTO)를 포함해 총 3,379억의 빚이 있다.

이 중 지방채 상환잔액으로 남아 있는 1,769억원은 2002년부터 청사신축 비용으로 발행한 23억원과 신재생자원센터 731억원,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1,464억원 가운데 기 상환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또한 익산시가 민간투자로 시행한 사업으로는 모현도서관과 예술의전당 건립, 하수관거정비사업, 하수종말처리장과 가축분뇨처리시설이며 총 3,013억원의 사업규모다. 이중 민간투자금액 2,108억원에 대한 상환액 1,762억원을 제외하고 작년 말 기준 1,610억원이 남은 상태이며 이를 산술적으로만 보면 최장 상환기간인 2034년까지 30년 동안 매년 약 50억원 씩 갚아나가야 한다.   

◇ “허투루 쓴 빚 없다”

익산시의회 김대오 의장은 최근 벌어진 익산시의 채무 논란에 대해 간단하게 ‘유용하게 잘 쓰인 빚’이라고 방만 운영 주장을 일축했다.

김 의장은 “익산시가 빚을 얻을 땐 항상 시의회에서 꼭 필요한 빚인지 정밀한 심사를 거쳐서 결정되므로 최종 책임이 시의회에 있다”며 “당장 빚이 발생한 면면을 보더라도 정말 필요해서 진행한 생산적인 투자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은 “최근 익산시가 빚이 많다는 등의 소문을 퍼뜨리며 시민 불안을 조장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그런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