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부담해야 할 자부담금을 경감된 금액으로 이면계약 후 설계와 달리 부실시공하고 자치단체에는 허위 정산서류를 꾸며 약 16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편취한 설치업자가 검거돼, 보조금 부실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익산시는 2011년부터 농업인 소득증대를 위한 시설하우스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5ha이하의 중·소농 중에서 대상자로 선정된 농가가 비용의 40%를 스스로 부담해 시설하우스를 설치한 경우 자치단체가 보조금 60%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사업비 160억원(시비 96억원, 자부담 64억)을 가지고 내재해형 시설하우스 1,000동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각 읍·면·동에서 선정된 농가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시는 면밀한 검토와 함께 준공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적은 인원으로 많은 수의 시설하우스를 점검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 직원 한 명이 관내 시설하우스를 전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실한 관리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며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하우스 설치가 주로 겨울에 진행되기 때문에 준공검사를 실시해도 땅을 일일이 파 볼 수가 없다. 제대로 설치했는지 점검하다 보면, 미비된 부분을 스스로 고칠 테니 시기 놓치기 전에 빨리 끝내 달라는 농가도 있다”며 “설치업자가 하우스를 설치할 때 꼭 농가가 확인하도록 강조하고 교육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별도 체크리스트 20항목을 만들어 농가와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원 부족의 문제는 별도의 감리단을 이용하거나 단기 계약직의 활용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제대로 설치했는지 여부를, 이면계약을 하며 부실시공의 공범이라 할 수 있는 농가와 함께 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실시됐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찰은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로 붙잡힌 설치업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관련 농가들은 불입건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 익산경찰서에 검거된 김 모(45,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13범) 씨는 (주)무궁화라는 상호로 시설하우스를 설치하는 업자로, 2011년 11월 농업인 이 모(35) 씨에게 “비닐하우스 공사비를 깎아주겠다”며 접근해 비닐하우스 5개동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시설비 7,680만원 중 농가부담금(40%) 3,072만원에 허위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는 자부담금 1,050만원에 이면계약했다.

이후 농가를 대신해 자부담금(40% 3,072만원)을 농민의 통장에 입금하고 그 돈을 재차 위 무궁화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허위의 서류(입금내역서 등)를 꾸며 자치단체에 제출한 뒤, 설계도면과 달리 줄기초 작업 없이 부실시공하고 인건비 및 자재비를 부풀려 자치단체에 허위의 준공서류 등을 제출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편취했다. 조사 결과 김 씨는 같은 수법으로 익산·전주시와 완주군의 총 64개 농가 비닐하우스 223개동을 대상으로 해 약 16억원의 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풍과 폭설에 견디기 위해 설계된 내재해형 도면과 달리 ‘줄기초 지중화 작업’ 없이 부실시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줄기초 지중화 작업’이란 파이프를 땅 30cm를 파서 골을 만든 후 덮는 것을 말하며, 강풍 및 강설에 견디기 위해서는 줄기초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던 8개 농가 25개동이 지난해 태풍에 쓰러진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익산서는 피의자 김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반면, 64개 농가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공사비를 깎아주겠다며 먼저 농민들에게 접근한 점, 통장만을 건네준 후 모든 서류의 접수 및 보조금 청구의 절차 등은 피의자가 주도한 점, 부실시공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도 없지 않은 점, 보조금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인 점 등을 참작해 형사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 혈세를 편취한 피의자와 더불어 사기 행각에 참여한 농가의 죄질 또한 가볍지 않다는 지적과 향후 유사범죄 예방 차원에서도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농민이 시설업자를 선택해 지정하도록 하고 있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자부담금을 대납 받거나 경감 받으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이 같은 사건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