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들 강제수용 절차 시 “온몸으로 막겠다”
대책위, 익산시의 공시지가 동결 책임론 주장

<속보>LH가 익산시 왕궁면 일원에 조성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용지보상 문제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갈등양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익산시가 줄곧 외쳐왔던 식품클러스터 연내 착공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주민들과의 물리적 마찰이라는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본지 9월 30일자 1면 보도>

왕궁면 식품클러스터 편입용지의 토지주들은 지난달 말경 시작된 LH의 식품클러스터 토지보상 결정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정평가 결과가 너무 낮은 금액으로 책정됐으며 평가 과정과 절차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이유다. 이에 주민대책위는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의제기 신청을 접수받고 있는 중이다.  

또한 대책위는 식품클러스터 부지를 5년 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놓고 공시지가를 동결하디시피 한 익산시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산시가 공시지가를 동결해 감정평가 결과가 낮게 나오도록 유도했다는 얘기다. 대책위는 익산시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대책위 소길영 위원장은 “몇 곳의 표준 샘플을 조사한 결과 2009년 이후로 공시지가가 동결된 사실을 알았다”며 “이렇게 사전에 동결시킨 책임을 선량한 시민인 토지주들이 떠안아야 할 상황에 개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실군의 경우 왕궁과 비슷한 상황에서 주민들 생계대책의 일환으로 50-60억원을 현금지원한 사례가 있다”며 “시장과 면담을 통해 피해 보상 약속을 서면으로 해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며 추후 법적인 절차대로 진행하되 주민동의 없는 어떠한 절차도 온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사업주체인 LH가 법적인 절차대로 진행됐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으며 2개월간의 보상협의 기간이 끝나면 11월 중순경 토지수용재결을 신청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익산시도 공시지가 동결에 대한 문제제기를 일축하고 있다.

익산시 종합민원과 관계자는 “공시지가가 어떤 사업과 관련해 동결되는 일은 행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몇몇 변동이 없는 공시지가는 주변상황에 따라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어서 시가 일부러 동결했다고 말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수용재결 절차와 이의재결, 그리고 행정소송의 순으로 식품클러스터 편입용지 보상 문제가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보상협의가 끝나고 LH가 수용재결을 신청하면 재 감정평가 및 심의를 거쳐 내년 5월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연내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수용재결 결과가 나온 후도 문제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와 토지주가 보상을 거부하더라도 강제 수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후 주민들이 이의재결신청을 하더라도 LH가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후 강제 수용에 들어가게 된다면 토지주들과 물리적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이다. 대책위는 이미 자신들의 동의가 없이는 착공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의재결 기간도 6개월여가 걸리기 때문에 내년 12월 경에 결과가 나온다면 그 다음은 행정소송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식품클러스터 착공이 연기될 수밖에 없는 한편 편입용지 보상 문제가 장기화될 공산이 큰 이유다.

소길영 위원장은 “주민들의 심정을 LH에서도 납득한다고 말하면서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토지주들 쫓아내겠다는 것밖에 더 되겠나”라면서 “앞으로 법적인 대응과 어떠한 물리적 투쟁도 불사할 각오가 돼있으며 이런 점이 욕심 때문이 아니고 생존 문제라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