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판정에 속수무책.. “져 준 것 아니냐” 특혜시비 새 국면
전북도감사실, “시효지났다” 솜방망이 문책.. 배임 논란 재점화

<속보>익산시가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 준공지연에 대한 배상금(지체상금)으로 민간투자자인 뉴워터주식회사로부터 지난 2월 총 1억4천9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이에 대한 특혜시비 및 익산시의 배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본보 6월 2일자>

이는 당초 익산시가 부과한 11억2천만원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일뿐더러 감사원의 해석과도 상반되는 결과여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한 책임 소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지연 배상금액을 1억4천9백만원으로 결정한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 과정에서 신청자인 뉴워터주식회사가 법률대리인을 고용해 적극적으로 대처한 반면, 익산시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전문지식이 없는 담당 공무원을 내보내는 소극적 대처로 "일부러 져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익산시에게 10억원 가량 손해가 나는 판정사항에 대해서도 어떠한 법률적 고민 없이 즉각 수용한 익산시의 행정조치와 이를 알고도 가벼운 문책 조치로 결론을 내린 전북도 감사실도 함께 도마에 오르고 있다.<관련보도 3면>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 사업자인 뉴워터주식회사는 지난 2008년 착공한 공사를 준공 기일인 2011년 6월 28일을 넘겨 2012년 3월 31일까지 총 233일을 지체해 준공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준공 지연 배상금 11억2천만원을 부과했지만 배상액 산정이 잘못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상호간 실시협약에 의하면 총 사업비 424억3천4백만원의 0.001%를 지체일수만큼 곱한 금액은 91억2천969만원인데도 익산시는 기성금 지급분 및 저류조공사비, 진입도로 개설공사비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산정해 11억2천485만원만 부과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감사원은 지난 4월 익산시가 뉴워터주식회사에 11억2천만원의 치체상금을 부과한 것이 잘못됐다는 해석을 내리고 보다 더 정밀하게 감사하라고 전라북도 감사실에 사안을 이첩했다. 실시협약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91억여 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전라북도 감사실 역시 감사원의 해석을 따를 것으로 밝히고 감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익산시에 8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힌 공무원의 배임 및 사업자와의 유착 관계 여하에 따라 대대적인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사안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새 국면을 맞았다.

전북도 감사실의 조사가 진행되던 도중 지난달 익산시가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 사항을 꺼내놓은 것. 그 판정 사항은 ‘뉴워터주식회사에 총 1억4천9백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총 지연된 일수 233일 중 31일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 감사실은 중재원의 판정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다는 이유로 앞서 취했던 입장을 뒤집었다. 지체상금 부과에 대해서는 중재원의 판정을 수용하는 한편 익산시가 사업자를 공모하고 실시협약을 체결할 당시 민간투자법과 지방계약법을 혼용함으로써 논란을 야기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만 본 것이다. 이에 따르는 문책도 2008년 당시 사업을 추진할 시점으로부터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훈계’에 그칠 것으로 드러나 결과적으로 약 90억원의 손실에 대한 문책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도 감사실 관계자는 “지난 4월 감사원으로부터 사안을 이첩 받아 조사하던 중 지난 7월에서야 익산시가 제출한 중재원의 판정을 받게 됐다”면서 “중재법에 따라 판정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익산시는 실시협약을 잘 못 체결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감사 결과는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민간투자법보다 상호간 실시협약을 우선시해야 된다는 감사원의 해석과도 상반될뿐더러 처리된 모든 결과가 뉴워터주식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익산시가 부과한 11억2천만원의 지체상금이 부당하다며 지난 1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신청한 주체도 뉴워터주식회사다. 당시 뉴워터 주식회사는 세종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중재안을 신청했고 익산시에서는 공무원이 담당했다. 그 결과 중재원은 여러 면책사유를 들어 부과액을 대폭 경감해 1억4천9백만원의 책임을 뉴워터주식회사에 한정지었다. 그러자 익산시는 즉각 중재안에 따라 경감된 금액을 부과해 지난 2월 납부 받아 내부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당초 부과했던 금액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을 아무런 조치 없이 수용한 셈이다. 이 후 논란이 일어나 감사원과 도 감사실의 감사가 벌어지자 7월에 와서야 중재원의 판정을 슬그머니 내놓게 된 것이다.

익산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실시협약에 따라 중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중재를 받은 결과에 따라 부과하고 이미 납부받았다”며 “사업자의 시운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비용이 들어간 만큼 경감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은 결과적으로 뉴워터주식회사의 입맛에 맞는 대로 적용됐다는 지적이다. 막상 실시협약에 따라 지방계약법에 의한 지체상금 산정은 뒷전으로 한 채 뉴워터주식회사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사항만을 취사선택하고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중재원의 판정사항에 대해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포기한 협약서 77조 조항 또한 일방적으로 민간투자자에게 유리한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