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국세와 지방세 비중 8:2 수준 유지.. 국세중심 탈피해야
지방소비세 확대해 중앙의존 낮추고 국가사업 지방분담비 낮춰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온 나라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 상태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분위기에 젖어있다. 몇몇 기초단체에서는 공무원의 월급을 주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서울시 서초구가 늘어난 보육료를 감당하지 못해 두 손 들었다. 다른 지자체들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는 소식에 불안감이 나돌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지방행정에 힘을 쏟을 겨를 없이 연일 지방재정난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고, 예산계 공무원들이 중앙정부를 찾아가 읍소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압박 수준은 위험한 단계로 치닫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무소식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숨통을 트이게 할 근본적인 대책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어 왔다. 지방자치의 실현은 재정분권의 기반이 이뤄졌을 때 가능하고 과도한 중앙정부 의존하는 수직적 재정배분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비와 지방세 비율 조정, 지자체의 자체 세원 확대, 국고보조금에 대한 지방비 분담률 재고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중앙의존 방식 벗어나야

2013년 익산시의 재정자립도는 전라북도 평균인 22.6%에도 못 미치는 20.7%에 그쳤다.  2008년 24.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날로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나머지 부족분에 대한 중앙정부 의존도는 날로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재정공백은 정부가 지방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으로 메워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조정제도인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로 2006년 정해진 이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의 세출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비해 지방교부세 증가율은 이를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약 24억 원의 교부세가 내려와야 했으나 3분의 1인 8억 원밖에 받지 못했다. 교부세가 내국세와 연동해 이뤄지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세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면된 것이다. 소득세나 법인세율 인하 등 감면 정책으로 인해 내국세가 덜 걷히는 만큼 지방교부세 규모도 떨어지게 되는 구조 탓이다.

국고보조금 또한 지방교부세 못지않은 지방재정의 한 축을 담당한다. 2012년 익산시 재정공시에 따르면 2011년 국고 및 시도비 보조금이 2천6백억원에 달해 전체 예산의 36% 이상을 차지했고 지방교부세보다 3백억원 가량 많았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의 경우 지방비분담율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여서 오히려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익산시는 2013년 국고보조금 1598억원을 확보했지만 이는 익산시가 자체 지방재정에서 수백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나친 국고보조금제도가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지게 되고 있다.

▣ 사회복지예산만 33%

익산시 올 한해 예산은 약 8천6백억원이다. 이 중 33%가 복지관련예산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익산시 재정난에 미치는 영향 또한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복지관련 사무는 계속해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 해 줄 재정이양은 그에 미치지 못해 지방재정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중앙정부는 지방분권 강화와 함께 사회복지 사무를 대폭 지방으로 이양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에서 부담해오던 주요 복지 지출책임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일정한 원칙에 따라 분권교부세를 교부해오고 있다.

그러나 익산시와 같이 도시형 지자체에서는 분권교부세가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필수 수요에 해당하는 복지수요에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 결국 국가가 부담해오던 복지서비스를 지방에서 떠안은 후 부족한 운영비를 지방재정으로 충당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2002년에 지방비부담 5,032억원에 분권교부세가 4,215억원으로 약 1천억원의 차이를 보였던 것이 2011년에는 지방비 약 2조2천억원에 분권교부세는 1조원 가량에 불과했다. 불과 10년 새 1조2천억 이상의 큰 폭으로 벌어졌으며 이는 고스란히 지자체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신정부 들어서 이 같은 부담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무상보육 확대와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서비스의 확대를 추진했지만, 이는 이미 한계 상황에 맞닥뜨린 지자체의 재정난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 재정분권을 위한 정부 결단 필요

현재 영유아 복지서비스의 국비와 지방비의 분담률은 5:5다. 보육료로 월 20만원을 받는 가정은 국비 10만원에 지방비 10만원을 받는 셈이다. 그러나 국비지원액 마저도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예상하지 않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도시권 지자체의 재정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전국 지자체장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영유아 보육료와 양육수당의 국고지원 비율 상향을 비롯해 지방교부세율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 서초구와 같이 폭발적인 부담 증가로 인한 보육료 지급 중단 사태가 전국으로 번지기 일보직전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결국 지난 2일 국회 법사위에 발의된 ‘영유아보육법’과 ‘지방교부세법’이 정부측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영유아보육법은 현행 보육료 및 양육수당의 국고지원비율을 서울의 경우 20%에서 40%로, 지방은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었다. 지방교부세법은 지방교부세율을 내국세 총액의 19.24%에서 19.88%로, 분권교부세율을 0.94%에서 1.58%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이었다.

기획재정부는 반대 이유로 국가재정부담을 들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대안 마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동안 지자체에 떠넘긴 부담을 ‘나 몰라라’ 하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 예산관계자는 “이미 한계에 부딪힌 지자체의 재정난 해소에 대한 여러 대책은 이미 나와 있는데도 중앙중심의 수직적 재정분배구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며 “지방자치의 관건인 재정분권은 고사하고 마른수건을 쥐어짜고 있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