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위반해 신청사 건축, 미곡처리장 부실운영

일부 조합원 비상대책위 구성해 진상 규명 착수

북익산농협(구 함열농협)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새 청사를 지었다가 빈 공간으로 놀리고 있어 도덕성 시비와 예산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또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을 부실하게 관리해 11억여원을 손해 봤다.

이에 따라 대의원 및 조합원 10여명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 사업 추진 배경 의문

농협은 총 사업비 31억7,300만원을 들여 지난 2009년 7월 토지 2,200여㎡(694평)를 매입, 올해 3월 새 청사를 준공했다. 이곳에는 본점과 하나로마트를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농협이 지켜야 할 내부 규정을 어긴 것이었다. 농협중앙회가 마련한 ‘회원조합지도 지원규정’은 신용점포를 설치할 때 각 점포 간에 400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도록 했다.

그런데 새 청사로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 농협 계통의 ‘익산군산축협 함열지점’이 있기 때문에 이곳은 금융업무를 보는 본점 사무실로 쓸 수 없게 됐다.

현재 새 청사는 1층 일부에 하나로마트만 문을 열었으며, 나머지 업무공간과 2층 회의실, 식당 등은 비어 있다. 따라서 예산낭비 논란이 이는 것이다.

게다가 이웃 축협에는 이미 90평 규모의 하나로마트가 있기 때문에 북익산농협이 개설한 하나로마트와 경쟁관계가 된다. 이름도 똑같이 ‘하나로마트’다.

비상대책위원들은 농협이 새 청사를 본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대의원총회에서 축협 함열지점이 청사 신축에 반대한다는 점이 거론됐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이런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함열읍을 관통하는 간선도로의 길이가 500미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규정대로 할 경우 청사를 읍내에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초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본점 사무실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알면서도 왜 건축을 강행했는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논란을 잠재운 뒤 본점을 이전하겠다는 것인지, 공사를 강행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축협과 농협중앙회를 설득해 본점을 이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축협은 반대가 완강하며, 중앙회가 내부규정을 스스로 깨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미곡처리장 손실, 후속조치 미흡

북익산농협은 지난 5월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로부터 나흘간 미곡종합처리장(익산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손실에 대해 감사를 받았다.

미곡처리장은 북익산농협이 95% 가량 출자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독립법인으로 운영되지만 사실상 농협의 소유이며, 인사권도 농협조합장이 갖고 있다.

감사결과를 보면, 2009년부터 2년 동안 미곡처리장은 농협 조합원의 쌀을 수매해 중간상인들에게 넘긴 뒤 대금 11억4,700만원을 받지 못해 농협에 큰 손실을 끼쳤다. 이중 절반 정도는 대금을 못 받을 것을 대비해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했으나 2순위로 되어 있어 대금 확보가 어렵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담보조차 설정하지 않았다.

조합감사위원회는 당시 미곡처리장 운영을 담당했던 인사들을 징계하고, 변상할 금액을 확정해 농협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미곡처리장 전직 대표 P씨는 해직과 함께 변상금 1억9,400만원, 현 대표 K씨는 견책 및 변상금 4,900만원, 과장대리 S씨는 주의촉구에 변상금 1,500만원, 계장 L씨는 주의조치에 변상금 3억2,800만원을 물게 됐다. 이 가운데 K씨는 변상금을 이미 납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농협의 대표이며 인사권자인 조합장에게는 관리감독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점과 회계담당직원에 대한 인보증제도가 없어 변상금을 미납할 경우 손실을 만회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게다가 변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손실금 5억6천여만원은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해직된 인사는 퇴직금 급여에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조합에 손해를 끼친 배임행위에 형사고발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북익산농협 관계자는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