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는 남북철도 연계 운행을 위한 철도망 구축방안과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성방안 등을 마련해 국가 법정계획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향후 남북철도 및 대륙철도 연결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의 경제권이 유라시아 대륙까지 확장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는 익산에게도 기회다. 익산역이 유라시아 철도 거점역이 되면 국제철도역으로서 각종 시설을 갖추고 국경통관업무 등 관련행정 기능을 유치하고,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거대 스케일의 유동 인구와 물류 흐름을 통해 획기적 지형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헌율 시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시장은 익산역이 노선 분기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철도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익산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위해 반드시 유라시아 철도 거점역 선정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에 익산시는 지난해 전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철도정책포럼을 창립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며, 관련 용역을 준비 중이다.

◇ 허황된 꿈 아니다

익산역은 KTX 고속열차의 운행으로 수도권과 호남권 이용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1만여명에 그쳤던 1일 평균 이용객은 지난해 2만여명에 육박했다.

이는 고속철도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익산역이 전북광역권역 중심이며 호남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익산시의 미래발전을 위해 익산역의 역할 재정립과 그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유라시아·서해안 시대는 철도가 중심이라는 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동부연안 벨트와 랴오닝성의 황해연접지역을 포함해 한반도의 서해안 벨트로 지칭되는 환황해경제권 경제블록의 내부교역 및 경제협력 체제가 구축되면 본격적인 서해안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익산역은 유라시아 대륙철도 거점역으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철도이용객 규모나 도시세력 측면은 개선과제로 꼽히고 있지만, 새만금과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물류연계성 측면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부권·호남권·서해안권을 아우르면서 전국적으로 이미 연결돼 있는 철도망과 새만금 개발 프로젝트의 미래, 서해안 시대의 도래에 대응하는 국제물류체계의 관점에서 보면 익산역의 유라시아 철도 관문으로서 독보적 위상과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익산역의 최대 강점은 최대 7개 철도노선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과거 이리시 시절부터 전라선, 군산선, 호남선이라는 간선철도가 교차하는 철도도시로서의 위상이 높았고 2015년 4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돼 KTX 속도혁명이 시작됐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3차에 걸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군산선은 군장산단인입철도, 새만금신항인입철도, 장항을 거치는 서해안선의 건설 확충계획이 발표됐고, 김천·전주철도 노선 역시 장기검토 사업으로 포함되는 등 장래에 익산은 최대 7개 철도노선과 연계되는 철도네트워크의 중심지로서 전국적인 교통도시로서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11월 국회 철도정책 세미나에서 익산역이 유라시아 철도 시발역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배경이다. 당시 세미나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김시곤 교수는 “익산역은 시발역의 필요조건인 ‘독립터미널 및 플랫폼 기능’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조건인 ‘경제성’ 및 ‘상징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광역 복합환승체계 구축이 선결과제

반면 익산으로 모이게 할 도시중심성이 약하다는 점은 개선점으로 지목된다. 익산시라는 도시가 전주시라는 전북권의 중심도시보다 하위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전남권의 광주시나 대전권의 대전시 등에 도시계층적으로 열세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철도노선이 교차하는 철도의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은 있으나 통과하는 여객과 화물들의 철도기능적 지위만 있을 뿐, 그 장점이 도시중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고속철도의 개통이 빨대효과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속철도가 정차하는 대도시권에 대한 의존성이 강화돼 도시경제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산을 중심으로 하는 광역 복합환승체계 및 경제권역 개발과 그 파급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보다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대응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통과여객들이 익산역과 익산시에 머무르거나 사회경제적 활동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익산시는 주요 공약사업 중 하나로 익산역 광역 복합환승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익산역 선상공간을 활용해 8,000억원 규모의 복합환승센터와 주차장을 건립하고 기본적인 철도시설 기능 이외에 상업·문화·공공·환승·교류시설 등을 포괄하는 복합문화 정보교류의 장으로서 통합적 기능의 역사로 개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지난해 KTX익산역 발전 및 익산시 미래비전 구상 용역을 추진했고, 올해 KTX익산역 광역환승체계 구축 및 복합개발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과거 구도심 상권과의 이견, 민선6기 초기 재정비상체제 선포 등으로 인해 실패한 이력이 있는 익산시 담당부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헌율 시장은 나름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익산 넘어 전북 전체의 응집된 힘 필요

유라시아 철도 거점역은 익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프로젝트다. 이에 전북도민 전체의 응집된 힘이 요구된다.

특히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움직임으로 인해 지역 전체를 위한 사업이 다가오는 총선 과정에서 이슈파이팅 소재로 악용되거나 당초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익산지역 내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헌율 시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가능성과 희망을 전하며 전 시민적인 관심과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춘석 국회의원은 적정한 공론화 시점을 총선 직후로 밝힌 바 있다.

익산시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거점역과 관련해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앞장서서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익산을 넘어 전라북도 전체의 힘을 결집시키는 것과 거점역의 전제조건인 익산역의 접근성 및 편리성 제고가 함께 추진되고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우선 익산지역 내에서 합일점을 찾고, 이후 설득력 있는 논리로 전북 전체를 설득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이 요구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