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수천명, 많게는 2만 명. 민주통합당 총선 후보자들이 모은 ‘국민참여 선거인단’ 규모다.

일단 선거인단 모집은 지난달 29일로 끝났지만, 익산시민들은 보름 가까이 예비후보들과 그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선거인단 모집 및 참여를 종용받느라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한 차례 더 고비가 남아 있다. 자의든 타의든 선거인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후보경선 날 투표를 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 투표를 택한 유권자들은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들 및 지인으로부터 지지해달라는 전화와 문자를 경선을 전후한 이틀 동안 끊임없이 받을 것이고, 현장투표를 선택한 시민은 경선 날 투표장에 나오라고 재촉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천혁명을 이룬다며 도입한 국민참여경선, 어쩌다 '스트레스 도가니'가 됐을까?

◇ 지역사회 큰 혼란 유발

민주통합당은 후보공천을 유권자들에게 돌려준다며 완전국민경선제 및 모바일(휴대폰)투표제를 도입했는데, 취지는 좋았지만 운영이 미숙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검경 등 사정기관도 단속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선거인단 모집이 후보경선의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역국회의원이나 예비후보들이 사활을 걸었다.

민주통합당 후보자들과 정치권 인사, 당직자와 당원, 정치인과 잘 알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 일부 통리장과 반장, 각종 사회단체 인사들, 단체나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이 경로당, 식당, 교회, 사무실, 상가, 점포, 일반 가정 등을 돌며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선거인단을 모집하느라 바빴다.

종교는 종교대로 지지후보를 정해놓고 '뒷배'를 자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호별로 방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선거인단에 참여하고 싶지만 휴대폰이나 컴퓨터 조작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대비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일부 후보자들 캠프에서 노트북이나 첨단 전자기기를 들고 찾아다니며 선거인단을 접수한 이유다. 이게 불법인지, 합법인지도 아직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역과 후보자들 간 차이만 있을 뿐 대리 모집과 탈·불법 행위가 판을 쳤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런 사단은 예견된 일이었는데, 중앙당은 공천심사 일정을 핑계로 감시와 통제에 무력했고, 후보자들은 고발될 것을 각오하며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누가 몇 명을 모았다느니, 수십 명, 수백 명을 모았다는 무용담이 오갔다. 돈이 건네졌다는 말도 나왔는데, 금배지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법과 도덕성은 내팽개쳐졌다는 탄식이 나왔다.

무소속·진보통합당 후보들이 동원선거 운운하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이렇게 되면서 민주통합당의 국민참여경선은 '대국민사기극'으로 비화됐다. 

중앙당은 광주서 선거인단모집과 관련해 자살소동이 벌어지자 현장에 조사단을 급파하고,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 선거인단은 전국적으로 약 100만 명, 이중 20만 명이 전라북도 사람일 것으로 추정됐다. 

◇ 후보경선, 대규모 불법 우려 

정작 문제는 오는 10일을 전후해 치러질 후보경선 때 선거인단으로 참여시킨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동원하는 과정에서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선에서 이기는 것이 곧 당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 동원이 불 보듯 뻔하고, 현금이 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휴대폰 조작방법을 잘 모르는 노인들의 경우 특정 후보자의 대리인들이 옆에서 조작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경선 당일에는 우선 선관위나 검경의 밀착 감시가 있어야 하고, 다음 선거 때부터는 선거법을 미리 개정해 합법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인단 모집에 참여했던 시민 K씨는 "처벌과 포상금 제도를 도입해 시민들이 상호 감시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원 A씨는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없애 지역 정치인이 현역의원에 줄서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