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시장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삭감한 것을 두고 시청 안팎에서 “감정에 매몰돼 무리하게 칼질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장 업무추진비는 2억8천만원 정도인데, 상임위별 심사에서 우선 삭감된 후 예산결산특위 최종 심의과정에서 2억5천만원이 깎였다.

이에 따라 내년 추경예산에서 추가로 업무추진비가 편성되지 않을 경우 시장의 대외활동은 사실상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시청 일각에서는 민주당 을지역위원회 소속 예결위원들이 시장과의 감정싸움에 매몰된 나머지 대외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활동비를 삭감하는데 앞장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을 지역 소속 시의원들은 조배숙 국회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한수 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실제로 예결위 심의과정에서는 삭감된 예산을 다소나마 복구하려는 갑지역위 소속 의원들과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그대로 반영하자는 을지역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표결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연식 예결위원장은 “감정으로 예산을 처리한 것이 아니라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안을 존중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결위 심의에 앞서 이 시장이 박종대 의장 및 4명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김대중 기획행정위원장이 상임위서 삭감된 예산의 일부 복구의사를 예결위원들에게 전달했는데, 을지역 소속 예결위원들이 이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집행부와 의회가 갈등국면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 8월 노조의 시의회 비난성명에 이어 11월 업무보고 때 A과장이 조례안 부결에 대해 기획행정위원회에 항의한 이후 양쪽의 소통구조가 막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무원은 의회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시의원들은 집행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시의회 B의원은 “집행부가 의회와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아 의원들 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예산안에는 매년 관행적으로 편성해왔던 시의원들의 재량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은 대신 읍면동장 재량사업비가 5천만~1억원씩 편성돼 의회에 제출됐다.

이에 대해 C의원은 “지난해에는 예산을 편성하기 전 집행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도 없이 재량사업비를 빼고 읍면동장 사업비를 편성했다”고 말했다.

D의원은 “의회는 이번 예산안 심사에 앞서 구차하게 재량사업비를 요구하지 않고 원칙대로 심의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E의원은 “집행부나 의회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소통채널이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라며 “양 기관 모두 갈등 해소를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