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처음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Like익산포럼(대표 임형택 익산시의원)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지난 4월 29일 ‘시민이 사회적 참사를 생각하는 방법’을 주제로 마련한 포럼에서 70대 시민 김경희 씨가 41년 전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한쪽 눈을 실명하고 평생을 살아온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주에서 시집와서 철인동에 살다가 이리역 폭발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하고 천막촌에 거주하는 동안 4살짜리 큰 아들을 잃는 사고도 당했다”면서 “지금까지 사고의 진실도 알지 못하고 피해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 한번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청와대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결국 동사무소로 민원이 다시 돌아오는 등 제대로 된 응답이 없었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이 없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날 강연에 나선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시민백서 ‘기억과 전환’ 책임연구원 원도연 교수는 “이리역 폭발사고 후 국가와 군대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주도하면서 마치 도시 전체가 군대가 된 상황이었고 시민들도 일사분란하게 군대처럼 움직였다”면서 “사망자 공식기록도 불분명하고 희생자나 사망자 사진이 없고 ‘박 대통령 각하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 문구가 보이는 사진들이 주로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국가와 이리시가 사고를 기억하는 방식이 의아했다”고 피력했다.

책임은 모른 채 ‘새이리건설’ 구호만을 앞세워 일사천리로 복구작업이 진행되면서, 결국 이리역 폭발사고가 ‘사회적 참사’가 아닌 ‘도시발전의 기제’로만 기억되고 있다는 것이 원 교수의 설명이다.

원 교수는 “이리역 폭발사고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기저의 사고가 깔려있는 것으로, 사람은 없고 도시만 기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리역 폭발사고 최대 피해지역인 철인동, 마살메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참사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면 긍정의 전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이리역 폭발사고 관련 익산역 내 조형물을 이동하거나 작은 조형물이라도 조성해 이름을 기억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고, 함라 장점마을의 경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 암 발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함라 장점마을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2001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비료공장에는 밤 12시가 넘으면 병원적출물, 폐타이어, 피마자박, 연초박 등 전국의 온갖 폐기물들을 싫은 트럭들이 들어왔다”면서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꿀꺽꿀꺽 지하수를 마셨던 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또 “이런 고통을 2001년부터 끊임없이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모두 외면해서 이 지경까지 일이 커졌다”고 지적하고 “12월에 종료하기로 했던 환경부 정밀역학조사 결과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도 답답하다”면서 향후 비료공장 부지에 환경치유공원을 조성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강공원 원광보건대학교 교수는 “일본에 미나마타병으로 큰 고통을 겪은 지역에 환경학습장을 만들어 전국의 시민들이 환경교육을 위해 방문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함라 장점마을도 한국의 대표 환경학습장이 될 수 있도록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박형오 씨는 “40년 지났으면 상처가 치유됐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을 보면서 결국 상처와 사건을 매립해버린 상황이 새삼 인식되는 것 같다”면서 “사회적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민의식의 대전환과 실천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