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13 지방선거 직전 24면으로 증면 발행된 2018년 1월호 소식지 기획특집판.

◇ 시장 승인 하에 발행

익산시는 ‘꿈과 희망의 익산이야기(내고장소식지)’라는 제목의 시정소식지를 매달 발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일반판을 펴내고 분기별 1회 기획특집판을 펴내는 방식이다.

홍보담당관실에서 연간 계획을 수립해 시장에게 보고하고 매번 발행 때마다 초안과 최종안을 보고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간에 보고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첨삭이 이뤄진다. 시장의 승인 하에 발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행된 기획특집판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익산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정보전달을 위해 시민혈세로 만들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편집 면에서 시장 개인의 홍보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선거공보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지적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시장의 사진이나 캐리커처, 직접 코멘트 등이 도배되다시피 한 기획특집판을 발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에는 기존 16면으로 발행되던 것을 두 차례에 걸쳐 24면으로 늘려 발행했다.

시장이 직접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는 점에서, 다가오는 선거를 염두에 둔 행태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타 지자체 발행 수준과 비교를 거치고 사전에 선관위의 검수를 받았다는 게 담당부서의 입장이지만, 소식지의 본래 취지가 개인 홍보가 아닌 시민 정보전달이고 시민혈세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지시에 불복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거나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2006노1007, 2480 판결)과 대법원(2007도4294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86조 제5항의 입법목적이 현역 단체장의 재직기간 중 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기회균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지자체의 홍보활동이 지자체장의 선거운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할 수 없고, 허용되는 한계를 넘었는지 여부는 홍보물의 내용, 외관, 발행횟수, 배부대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 위법의 소지는 있지만 위법하지는 않다?

현재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답변은 “위법의 소지는 있지만 위법하지는 않다”라는 것이다.

선관위가 위법 소지를 인지한 경우,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소식지의 경우 소식지 편집·발행 주체를 상대로 편집경위, 과도하다고 문제가 지적된 시장 사진과 코멘트 등이 들어간 이유 등을 조사하면 된다. 하지만 익산시선관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취재 초기에는 익산시 담당부서로부터 pdf파일을 메일로 받아서 하는 사전 검수의 부실을 분명히 인정했다. 명확히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개선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구두로 주의만을 통보한 것이 전부였다.

발행 이후 배부된 특집판을 확인하고서도 취재 전까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취재가 진행되자 익산시 담당부서에 공문으로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한 것이 전부다. 이는 향후 발행에 대한 주의 조치에 불과하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는 4월호를 비롯해 기존에 발행된 기획특집판이 전부 “위법의 소지는 있지만, 위법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처음에는 사전검수 부실을 분명히 인정했다가, 혹여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온 사전검수가 문제시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행태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 단단히 고장난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

최근 3년간 발행된 기획특집판은 분명히 위법의 소지를 안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익산시선관위의 판단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시선관위는 최근 4월호 이전까지 공문이나 서면으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위법의 소지는 있지만 위법이 아니라는 선관위의 판단대로라도, 이전까지의 기획특집판에 대해 최소한 공명선거 협조요청이 있었어야 사리에 맞기에, 매번 사전검수를 해왔음에도 공문 한 장 보낸 적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재 선관위의 해명대로라면, 위법의 소지가 있는 소식지가 발행돼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주의 공문 한 장 받고 다음에 또 발행하면 된다. 또 같은 수준의 위법 소지를 안고 있는 특집판이 나와도 협조요청 공문만 받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발행과 아무 실효 없는 공문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위법의 소지는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서도, 특집판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익산시선관위 탓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