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주 사례 검토하고, 도시자연공원구역 적극 활용해야

<속보>도시공원의 공공성 및 순기능 훼손 우려, 개발이익을 둘러싼 특혜 소지 등이 상존해 있는 ‘민간공원특례사업’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토지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에 근거한 ‘도시자연공원구역제도’ 적극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2018년 1월 2일, 8월 13일, 12월 3일, 2019년 2월 11일 보도>

현재 익산시는 도시계획시설로 묶여 장기간 방치돼 온 도시공원에 대해 민간투자를 이끌어 내 개발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0년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이후 난개발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전체 부지의 70%에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하게 하고 나머지 30%는 자체 개발(아파트 등)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개발과 환경이라는 가치의 충돌, 개발이익 배분을 둘러싼 이해당사자간의 갈등 등이 해소되지 않아 공공재인 도시공원의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소중한 도심 녹지공간을 훼손하면서 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으로 구성된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이하 전국시민행동)’의 ‘도시공원 대응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공원녹지법상 도시공원 유형의 하나다.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10년 동안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정책수단으로 도입돼 전국적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이 지정돼 있고, 토지소유자의 매수청구권과 수용신청권이 있어 위헌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지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지정이 되면 도시기본계획이나 공원녹지기본계획, 기본경관계획 등 상위계획에서 도시의 자연환경 및 경관보전, 정체성 확보를 위해 보전해야 할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고,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남산, 관악산의 위기를 정책으로 극복하는 지혜

이에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방안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제도를 채택했다. ‘토지재산권은 사유지라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공적 이용이 우선한다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헌재의 판결을 원용해 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서울시는 남산, 관악산, 내사산 등 현재의 도시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함으로써 이들 도시공원의 기능을 유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구역 내 사유지에 대해서 매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구역 내 사유지에 대해서는 재산세 50%를 감면해 주고 사유지 소유주에게 휴양림이나 수목원 등의 수익사업을 허용할 계획으로,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실무에 착수했다.

◇ 민간사업자에게 끌려갈 우려

반면 익산시가 현재 추진 중인 민간공원특례사업은 재원 마련이 용이하다는 이점은 있지만, 공공성 훼손이나 특혜 시비의 발생 가능성, 도심 내 난개발 위험성, 공원 단절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2009년 국토부는 일몰제 대비책으로 민간공원특례제도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전국시민행동은 “이 제도는 마치 70%의 공원을 존치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포장돼 왔지만, 기부채납 하는 70%의 공원부지들은 본래 개발이 어려운 높은 경사지의 임야가 대부분이며, 다소 차이는 있으나 9.8%만 개발해도 나머지 90%의 공원부지에 대한 매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30%까지 고밀개발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유재산권과 관련이 없는 국공유지가 다수 포함되거나 일몰제가 적용돼도 개발 및 매매의사가 없는 종중부지, 학교부지, 개발이 불가능한 맹지 등을 가리지 않고 사업성만 있다면 민간공원특례사업부지로 지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또 공원부지는 사전에 공동주택용지로 계획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도로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여기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을 추진되면 주변지역의 교통난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고, 설사 도로여건이 좋다고 하더라도 학교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도심의 멀쩡한 기반시설을 두고 신규 기반시설의 수요를 창출하므로, 결과적으로 도심이나 도시외곽 전체 기반시설의 비효율을 초래해 관련 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민간특례사업은 공공성을 담보하기보다는 인근 주민들의 사적 편의를 전제로 한 시설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공산이 커 비공원시설에 대한 과밀개발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이는 산지공원의 특성상 방재, 미세먼지 저감, 뜨거워진 도시를 식히는 ‘쿨 아일랜드(cool island)’ 효과를 감소시키는 등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광주광역시는 과거와 달리 아파트 개발면적을 전체의 10%로 제한하고 국공유지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환경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지정해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국시민행동은 이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는 그간 많은 갈등을 유발한 민간특례사업이 지나치게 민간개발자 이익을 우선했음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도시경관, 생태축, 시민복지 등 도시 전체 차원에서 공원기능 유지를 전제로 시군의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따라 종합적 판단과 체계적인 계획 아래 다양한 정책수단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민간공원특례사업은 이에 따른 노력 없이 개발업자의 수익과 지방정부의 세수확보에 유리한 가장 행정편의적인 방법만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방법도 사업자 제안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아파트 개발로 인한 공익과 사익의 크기와 적절성을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과정이 없거나 미미하고, 이는 결국 특혜 논란으로 이어져 지역사회의 갈등유발 요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