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법률에 피해자 잘못 의미 들어 있는 ‘수치심’ 사라져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익산 갑)이 지난 4월 30일 국회사무처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총 12개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불쾌감’이나 ‘모욕감’으로 바꾸는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오용됨으로써 자칫 피해자가 잘못한 것처럼 인식될 여지가 있어 이를 정확한 용어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법률개정의 목적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향후 각 법률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말 대신 ‘성적 모욕감’이나 ‘성적 불쾌감’이 피해를 규정하는 용어로 쓰이게 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수치심’이라는 용어는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가 가져야할 느낌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치심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그러므로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느꼈는지 묻는 현행 법률은 오히려 피해자를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해자 쪽이 법률을 위반하거나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수치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이에 이 의원은 수치심이라는 용어 대신 불쾌감이나 모욕감이라는 용어로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불쾌하거나 모욕감을 느꼈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법률 적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해당 용어로 개정안을 내놨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 경찰이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느꼈냐고 묻는 것이 일반적인데 잘못한 것이 없는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법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버리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내용의 법을 전수 조사해 12개 법률에서 용어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어연구원도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법률로 쓰이면서 주체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법제처에서도 관련 용어가 오용되고 있거나 잘못 인식될 우려가 있음을 인정해 본격적인 법률 개정에 나서게 됐다.

이춘석 의원은 “법률을 만들면서 세심하게 용어를 점검하지 못해 아무렇지도 않게 주체가 뒤바뀐 용어가 만연하게 된 것 같다”며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는 법이 아니라 가해자가 수치스러움을 느껴야 하고 피해자는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정확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피력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