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손학규 대표체제로 이행하면서 당내 호남세력 소외론이 일고 있다.

손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수도권 인사를 주요 당직에 기용하거나 지원하고 있고 영남권으로의 동진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국정당화를 위한 쇄신정책이다.

하지만 당의 정체성 확립과 정책의 차별화 및 실천 없이 호남 탈피로만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익산 출신 이춘석 대변인이 사직했고, 수도권 장악론을 주장한 김진표 의원이 원내 사령탑이 됐다.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강봉균·유호선 의원의 석패는 호남출신이라는 이유가 가장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수도권 출신이 됐다. 새 대변인에는 인천 부평 출신 홍영표 의원이 지명됐다.

충남 출신 전병헌 의원도 정책위의장 사표를 제출했는데 경기 용인 출신 우제창 의원과 전남 함평 출신 이용섭 의원의 경합 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탈피를 넘어 수도권으로 주요당직이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선거 때마다 호남 물갈이론도 나오는데, 이는 민주당 스스로 호남당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호남 지역 가운데 전북정치권이 당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의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차기 대선에서도 텃밭으로 기능할 전북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할 경우 현재 전북정치권이 차지하는 위상이 낮다는 것. 

김대중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수십 년간 당을 장악해오면서 당의 중심이 광주전남으로 흐른 경향이 짙은 가운데, 전북 정치권이 전남 정치권의 오랜 당내 집권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물갈이론이 나오는 것도 국민의정부 때까지 당권을 잡았던 전남 정치권의 폐해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의원이 뒤늦게 대권에 뛰어들어 같은 전북 출신인 정동영 의원과 경쟁하면서 전북 정치권이 타 지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 측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진표 의원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북출신 의원들이 중앙당에 요구해 당론으로 받아들여졌던 토지주택공사 분산배치는 이뤄지지 못하고,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게 됐다. 민주당이 당운을 걸고 분산배치안을 지켜내지 못한 것은 당내에서 차지하는 전북 정치권의 위상 문제와 함께 영남 지역에 더 비중을 두는 속셈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영남 지역 국회의원 수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손 대표 스스로가 동진정책을 강하게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호남을 소외시키면서 수도권이나 영남권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에 앞서 당의 정체성이나 정책적인 차별화 및 실천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김진표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지만 중도보수 성향인 김 의원이 민주당의 색깔을 분명히 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변하지 않은 채 겉으로만  수도권과 영남을 공략하려는 과정에서 텃밭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