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은연 중 “부채상환용”, 의회 “치적 홍보용”

익산시가 지난 2차 추경을 통해 순세계잉여금 약 108억 원 정도를 결산 추경까지 보유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용처가 불문명한 예산을 쓰지 않고 남겨놓는 것은 예산총계주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익산시가 있는 예산을 쓰지 않고 남겨둘 여유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은 세입과 세출에 모두 계상해 사용처를 정해놓아야 하며 사용처가 불문명한 돈이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익산시 예산부처가 내부적으로 사용처를 정해놓고 의도적으로 예산에 반영시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기획행정위원회의 2차 추경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오자 익산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사용처가 이미 제한된 상황임을 시인하기도 했다.

계획대로 쓰지 않고 남겨 놓은 108억 원을 연말 결산 추경에서 사용할 경우 약 10일 만에 모두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쓰일 수 없다. 이에 계속사업이나 부채상환, 대금지급 등의 재정 집행에 쓰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2차 추경 심사 과정에서 익산시 관계자가 ‘부채상환’을 언급하며 사실상 108억 원의 대부분을 익산시 부채상환에 투입할 용도로 남겨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헌율 시장의 부채상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미 정헌율 시장은 지난해 부채상환 로드맵 발표를 통해 순세계잉여금의 10%를 부채상환에 사용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108억 원의 대부분이 부채상환 용도로 남겨둘 만큼 익산시가 재정운영에 여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당장 시급하게 사용할 곳도 많은데 굳이 있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익산시의 부채를 청산하는 것은 따로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데도 예산을 아껴서 조기상환을 서둘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또한 익산시의 빚을 갚기 위해 예산을 긴축 운영하는 것이 익산시의 방침이라면 기본적으로 시의회 및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텐데 예산부처의 판단으로 108억 원이나 되는 예산을 놀리게 두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은 “알아보니 순세계잉여금은 다음 해 예산에 반영되는 것이 원칙이나 전국 지자체가 모두 당해 추경에 사용하고 있고 익산시도 마찬가지였다”라며 “적어도 산단 분양 등의 유입 자금으로 부채상환을 계획해야지 써야할 세금을 아껴서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것은 익산시의 손해이며 특히 의회와 합의 없이 그러한 무분별한 예산운용은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참여연대 이상민 사무처장도 “108억 원의 사용처에 문의해보니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 결산추경 후 10일 만에 다 사용하겠다고 하더라”면서 “그러면 건물매입비용이나 부채상환 등에 쓴다는 말인데 그러려면 차라리 예산을 세우지 왜 결산까지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예산부서의 행태를 지적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