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을 위한 문화휴양시설 마련 방안에 힘 모아야

웅포관광지개발의 일환으로 조성된 골프장. 당초 27홀이었다가 36홀로 늘어났다.

웅포 관광개발과 관련해 익산시가 지난 24일 사업자인 ‘웅포관광개발(주)’에 공사기간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그동안 익산시는 업자가 요구한 대로 협약을 변경해주면서까지 충분한 기간과 조건을 주었지만, ‘시민을 위한 관광지 조성’이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업자는 또 기간연장을 요구하면서도 어떻게 공사를 완료할 것인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익산시와 이한수 시장의 이번 결정이 더 이상의 특혜의혹을 불식시키고 익산시민을 위해 잘 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회 줄만큼 줬다.

그동안 익산시가 관광개발을 위해 업자를 배려한 점은 눈물겨웠다. 검찰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당초 사업을 추진했던 익산시장이 숨졌고, 이후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이 단적인 증거다.

2004년 익산시와 업자가 체결한 협약인 ‘웅포관관광지(3지구) 조성사업 실시협약’에 따르면, 업자인 웅포관광개발(주)은 1천753억원을 들여 2006년12월31일까지 웅포면 웅포리와 송천·입점·고창리 일대 74만여평의 관광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곳에 들어설 시설은 골프장 27홀, 콘도, 호텔, 클럽하우스, 골프연습장, 피크닉광장, 자연학습장, 다목적광장, 전망대, 산책로, 연못, 골프학교 등이다.

이를 위해 익산시는 공유지를 업자에게 내놓고, 민원을 감수하며 사유지를 싼값에 사들여 업자에게 매각했으며, 주민들이 땅을 팔지 않자 토지수용령까지 동원해 개발을 도왔다.

겉으로만 보면, 웅포관광지 개발사업은 업자에게 골프장과 같은 수익사업을 허용하고 부지도 사 주는 대신, 시민들이 즐길 수 있고 관광객들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달라는 취지였다.

협약 체결시 업자는 2007년에 ‘월드골프챔피언십대회’를 유치하겠다고 장담했다. 자본금을 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사 계약기간 만료를 7개월 정도 앞둔 2006년 4월 느닷없이 업자는 협약을 변경해달라고 익산시에 요청했다. 익산시는 수용했다.

골프장 27홀을 36홀로 증설, 사업기간은 2006년에서 2010년12월31일까지 4년간 연장, 공사금액 90억원 증액, 2007년 개최키로 되어 있는 골프챔피언십대회를 2008년으로 연기한다는 내용이다.

협약 변경으로 인해 돈을 벌어들이는 시설 즉 골프장 등의 면적은 23만여평에서 31만여평으로 늘어난 대신, 공공편익시설은 2만4천여평에서 1만700여평으로 줄었다.

시민과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나 전망대, 청소년수련시설 등 휴양문화시설 면적은 6만4천여평에서 5천900여평으로 눈에 띄게 없어졌다.

관광객을 잡아놓기 위해 조성해야 할 숙박시설 면적도 4만7천여평에서 2만7천평으로 줄었다. 익산시민들은 손해보고 업자는 이득을 보는 구조다.

민선4기에 들어와서 익산시는 1천800여원이었던 사업비를 1천998억원으로 증액하는데 동의하기도 했다.  

◆연장 불허방침 배경

이 같은 행정적 배려 속에서도 업자는 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4년 동안 공사기간을 연장해줬음에도 현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골프장 뿐”이라며 “골프텔도 건축 중단상태에 있다가 지난 8월 다시 공사에 돌입하는 등 손만 대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웅포관광개발(주)이 콘도 형태의 골프텔 공사을 중단한 이유는 자금난과 시공사 부도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9월 감사원 감사자료를 보면, 업자는 당시 자기자본과 주주차입금, 금융기관을 통해 1천790억원을, 골프 회원권과 골프텔 회원권, 전원형콘도 회원권 분양을 통해 2천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에다 골프장 운영수입금 62억원 등 업자가 끌어들인 유동자금만 해도 무려 4천160억여원었다.

그런데도 웅포관광개발(주)은 “자금난과 익산시의 비협조적인 자세” 때문에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익산시는 더 이상 업자를 신뢰할 수 없었고, 공사기간을 연장해준다 하더라도 업자가 사업을 제대로 완료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특히 사업 연장을 해줄 경우 관광개발은 완료되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지난 15일 익산시의회 송호진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웅포관광개발(주)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26억원, 금융차입 이자만도 80억원에 달해 회생 불가능하다”며 “협약사항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과감히 지체상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익산시의 이번 발표에 앞서 이한수 시장은 장시간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이 시장이 기간 연장문제를 두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청 안팎에서 여러 경로로 회유와 압력이 들어와 고민했지만 결국 냉철하게 판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장은 이 사업이 골프장 업자와 골프를 즐기는 소수 관광객들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고 웅포관광지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

협약서 만료시점인 오는 12월31일까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익산시는 웅포관광개발(주)에게 일일 8천여만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협약서상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은 총 공사비 1천998억원의 10%(198억원), 일일 지체상금은 총사업비에서 지금까지 투입된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의 0.1%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업자가 공익시설 등 약 800억원에 해당하는 시설을 조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일일 8천만~8천100만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키로 했다.

하지만 표면상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웅포관광개발(주)이 198억원의 지체상금을 납부하기에는 어렵다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민사소송을 통해 공사지연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익산시가 법률회사에 자문한 결과에 따르면 실시협약에 따라 익산시는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협약을 해지 하지 않고 지체상금을 부과할 경우 익산시에는 피해가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

게다가 감사원에 의해 업자의 귀책사유가 명확히 드러난 상태다.

따라서 소송과정에서 익산시의 행정협조와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업자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익산시의 행정행위가 정당하다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자가 부도날 경우에도 익산시와 시민들에게는 피해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부도가 나면 경매를 통해 익산시가 매입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에 관광개발을 맡길 수도 있고, 제3투자자가 인수해 공익시설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