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양 측 항소 모두 기각.. 1심 유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박경철 시장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에서 선고받은 벌금 500만원의 형이 유지됨에 따라 박 시장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이번 항소심 선고로 인해 공직사회 안팎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노정희) 심리로 열린 항소심 7차(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사실관계 오인 및 법리판단의 오해가 없어 위법하지 않고 정당하며, 원심 형량 또한 무겁거나 가볍다고 인정할 수 없다”면서 검찰 측의 양형 부당 주장과 변호인 측의 무죄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특히 1심과 동일하게 6월 2일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 배포와 방송토론회 소각장 발언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이들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이상 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저형일 뿐만 아니라 1심 이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고, 양형의 범위가 대법원 권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형을 유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따라 나눠 조목조목 설명했다.

# 아님 알고도 사용.. 미필적 고의 인정

공소사실 1항인 희망후보 공표와 관련해서는 1심과 같이 5월 30일자 보도자료와 6월 2일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로 나눠 판단했다.

먼저 5월 30일자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던 최 씨의 진술대로 최 씨에게 상당한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며, 피고인이 지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인정했다.

특히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서 자신이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를 담당했다고 주장한 김 씨의 진술과 관련 “김 씨가 최 씨로부터 피고인의 지시에 의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 진술은 전문진술(증인이나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것을 법원에서 말하는 것)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여타의 증인진술이나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에 대한 검찰 측의 주장이 유죄로 판단할 만큼의 입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어,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월 2일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공모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희망제작소 측의 제안서나 협약서, 보도자료 샘플, 메일 회신 내용 등을 볼 때 희망후보 선정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없는 점 ▲자신이 정책협약을 맺지 않아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기자회견 직후 기자의 질문에 피고인이 문제없다는 취지로 일관하고, 5월 30일자 보도자료에 대한 해명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기자회견에서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희망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명칭 또한 유권자들에게 ‘희망후보’와 동일한 취지로 보이기에 충분하다는 점 ▲희망후보 명칭이 실적이나 능력으로 인식돼 공직선거법상 ‘경력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점 ▲이러한 명칭 사용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행위는 당선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며, 이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 피고인 측 제시한 근거.. 수긍하기에는 박약

이어 재판부는 공소사실 2항인 소각장 발언에 대해서는 “단순한 의혹제기라고 볼 수 없고,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제시한 소명자료는 수긍하기에는 박약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따라서 방송토론회에서의 소각장 발언은 허위사실이고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도 있다고 판단되며,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이 전후 문맥이나 발언의 취지상 채규정 전 시장이 ‘내정’한 것을 이한수 전 시장이 ‘변경’했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점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이는 간접·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일 뿐 구체성을 가진 표현이라는 점 ▲채규정 전 시장 재임 당시 입찰공고 단계였기 때문에 내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파주소각장 외 타 소각장 견학도 이뤄졌으며,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점 ▲평가위원회 연기는 당시 담당 공무원이었던 이 씨의 진술에 비춰 의혹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 측이 제시한 사전검토보고서 형식의 문서가 수정된 것은 정상적인 일련의 과정이라는 점 ▲증인으로 나선 당시 기술위원이나 평가위원들의 진술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이한수 전 시장이 평가위원 5배수를 선정한 것은 당시 관련 법률상 위법하지 않고, 업무효율성을 고려해 선정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 ▲기타 이한수 전 시장이 소각장 사업자 선정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방송토론회에서 A4 용지를 흔들어 보였지만, 언론보도의 내용을 직접 확인한 바가 없는 점 ▲방송토론회에서 상대 이한수 후보가 명시적으로 반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유지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 크게 동요치 않은 모습.. “대법원 상고하겠다”

박 시장은 선고 직후 “변호인이 제출한 많은 증거를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시민의 뜻에 따라 최종 판결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크게 동요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미소를 잃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담담하게 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선고로 인해 공직사회 안팎은 물론 지역사회에는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 시장이 명확하게 상고의 뜻을 밝혀 아직 상고심이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항소심의 판단이 상고심에 가서 뒤집힐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면서 이른바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그간의 재판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정운영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책임론도 적잖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공소제기 이후 각각 7차례에 걸친 1심 재판과 항소심 재판 등 총 14차례에 해당하는 공판을 치르면서 적잖은 시간을 법원에서 보냈다.

아울러 지역정가 또한 10월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9월 안에 상고심에서 현재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는 것을 가정한다면, 재보궐선거가 바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미 재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입지자 4∼5명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