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령상 지정 요건 충족.. 행정은 미루적미루적
지정권자 전북도는.. 재량행위 이유로 검토 중
일선책임 익산시는.. 소송계류 중 이유로 뒷짐
하루하루 고통 속 삶.. 주민 위한 행정은 깜깜
끊임없는 악취 민원을 야기하며 주민 고통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왕궁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과 관련, 악취배출 신고대상시설로 지정하기 위한 악취방지법상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이 이를 지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왕궁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뉴워터(주)는 전북도를 상대로 악취배출 신고대상시설 지정·고시를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심판을 제기해 지난해 5월 인용재결을 받아냈다. 악취방지법은 악취배출시설과 관련된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준공 이후 해당 시설을 특정한 악취 민원이 1건에 불과하다는 익산시의 확인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 이에 주민들은 그간 지속적으로 악취를 유발하며 심각한 고통을 야기하고 있는 시설에 대한 악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납득하지 못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준공 이후 악취가 저감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해 온 익산시의 입장과는 달리, 준공 이후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악취는 계속되고 있어 주민 고통 및 민원을 끊임없이 야기하고 있다. 이에 익산시와 전라북도는 합동으로 악취배출검사를 실시해 왔으며,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은 준공 이후 지금까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것이 수차례에 달하는 상습적인 악취배출시설임이 드러났다. 또한 주민들의 정보공개청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에 대한 악취 민원은 매달 계속돼 무려 59건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1년 이상 지속되는 민원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기에는 충분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전북도는 관련 법령이 ‘지정·고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재량행위임을 이유로 아직까지 지정·고시를 하고 있지 않다. 지난 1월 배출허용기준을 초과에 따른 익산시의 행정처분으로 인해 오는 5월 31일까지 개선권고 기간이기 때문에, 현재 검토 중이라는 것이 전북도의 입장이다. ▲해당시설이 공공시설인 점 ▲법령의 취지가 개선에 있다는 측면에서 악취관리의 주체인 익산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지정의 상대방인 업체로부터 또 다른 민원발생의 소지가 우려되는 점 등이 전북도가 내놓은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이전에 이미 악취배출 신고대상시설로 지정·고시가 이뤄졌을 당시에 고려되고 검토된 사항이다. 다만 1년 이상 지속된 민원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행정심판을 통해 지정·고시가 취소된 경우이기 때문에, 법이 요구하는 요건이 충족된 지금에 와서는 지정·고시를 미룰 이유가 없다. 더욱이 주민들의 고통호소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전북도의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산시의 경우에도 한 발 물러서며 답답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악취방지법상 도지사가 지정권자이지만, 시장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도지사에게 지정·고시를 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익산시는 지속되는 민원을 접수하면서도 전북도에 이러한 요청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최근 지정·고시를 위해 전북도가 요구해 익산시가 제출한 의견의 내용은, 시민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익산시의 입장만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가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지 못하는 이유는 주민들로 구성된 춘포왕궁악취주민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익산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아직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속적인 악취 발생으로 인해 인근 지가가 떨어지고 공실이 발생하고 있어 익산시의 악취행정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현재 재판은 계류 중인 상태다. 따라서 익산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악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이 악취배출 신고대상시설로 지정·고시될 경우, 계류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지정권자는 전북도지만, 일차적인 악취관리와 주민들의 고통해소 및 민원해결의 책임이 있는 익산시의 행정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과 관련된 민원이 1건 밖에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지정·고시가 취소된 이후 주민들은 지긋지긋한 악취의 고통으로 1년을 기다려 왔다”면서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행정이라면 마땅히 지정·고시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빨리 악취가 사라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악취 저감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도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오는 27일 주민대책위와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