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 집행기준 마련 및 지역 언론 자생력 갖춰야 
원칙과 기준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행되고 있는 홍보비 관행에 익산참여연대가 일침을 가했다. 지난 13일 참여연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라북도와 전라북도교육청, 도내 14개 시·군의 홍보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며 “나눠주기 예산 배분, 특정언론 예산 집중, 언론사 길들이기, 원칙과 기준이 없는 예산 사용, 홍보효과 없는 홍보 등 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진행돼 온 관행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많은 언론사 사이에서 눈치 보며 홍보비를 분배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들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홍보예산 집행기준을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비 집행 내역은 당연한 국민의 알권리이고 공개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의 관계를 핑계로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우려, 각 자치단체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같은 내용을 청구해 비교분석을 해보았다”면서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자치단체의 자료와 언론진흥재단의 자료가 일치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언론진흥재단 공개 자료에 없는 교육청은 제외). 이 같은 현상은 익산시의 경우도 마찬가지. 익산시의 경우 2012년 홍보비가 자치단체의 자료에는 6억98만원인 반면 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는 9억2,846만원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자치단체가 5억6,451만원이고 언론진흥재단이 7억6,597만원, 2014년에는 자치단체가 6억2,464만원이고 6억4,79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익산시가 제시한 홍보비 총액은 17억9,014만원으로, 언론진흥재단의 수치와는 무려 5억5,228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 같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치단체에서 언론진흥재단에 신고하지 않은 홍보비 예산이 있거나, 언론진흥재단에 신고하지 않고 자치단체 자체적으로 언론사들을 상대로 집행하는 예산이 있는 것”이라며 “자치단체의 정보공개자료 자체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무총리훈령 제541호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치단체에서 예산이 수반되는 모든 홍보 유료광고는 언론진흥재단을 경유해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집행되는 홍보비는 지역의 공공성을 위한 건전한 여론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기보다는 특정 언론에 홍보비를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폐해가 크기 때문에, 시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모든 홍보비에 대해 신고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행되는 홍보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현재 익산 지역에는 지역주간신문과 인터넷언론을 합해 9개의 언론사가 있지만, 언론진흥재단에 홍보비 집행이 표기된 언론사는 지역주간지 2곳과 인터넷언론 1곳뿐”이라며 “익산시가 공개한 홍보비 집행내역과 비교해 볼 때 언론사 수는 물론이고 홍보비 액수에도 차이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보비가 이와 관련된 조례 없이 담당공무원이나 이전의 관행에 따라 집행되고 있기 때문에, 광고 효과는 뒷전이 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홍보비가 집행된 언론사들을 살펴보면 도시이미지, 축제, 농·특산물, 자치단체별 주요사업 등의 배너광고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몇 개의 배너광고를 빼면 내용만 간단히 게재한 광고이거나, 배너광고에 링크가 걸려있어도 자치단체 홈페이지로 연결이 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내용을 알고 싶어 관심을 갖고 들어가도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든 단순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합리적이고 투명한 홍보예산 집행기준 있어야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참여연대는 홍보예산 집행에 있어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배분하는 자치단체 홍보비 집행은 관행처럼 굳어진 해묵은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나 언론사들도 폐해의 심각성을 알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침묵적 동의를 해왔다”면서 “그러다보니 언론 본연의 역할인 지역의 공공성을 위한 비판과 견제, 건전한 협력은 사라지고 광고를 수주하려는 치열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현실이 됐고, 주머니 쌈짓돈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홍보비 집행으로 인해 언론은 난립하고 자생력은 떨어지는 환경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사회의 건전한 여론형성과 난립하는 지역 언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지역 언론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도 자치단체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홍보예산 집행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며 “기준안 마련을 위해서는 발행부수 대비 구독률과 열독률, 사이트 방문자 수나 페이지뷰, 언론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기사 내용 등을 담은 지표, 단순 광고를 넘어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홍보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역 언론 스스로의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지역 언론의 난립은 필연적으로 경영악화를 부르고 경영여건 악화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이 확보되고 보장될 때 공공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도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며,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경영체계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지역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외면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더욱 깊은 어려움 빠져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