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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 높은 ‘소설’

지난 15일 열린 박경철 시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죄질이 불량하고 재판과정에서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과 동일하게 1,000만원을 구형한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목민관 희망후보’라고 칭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고 소각장 의혹은 진위불명인 상태라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공판에서는 먼저 검사의 논고가 30분 가량 진행됐고 변호인의 최종변론이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됐으며,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이어졌다.

# 상식적으로도 납득키 어려운 일

먼저 의견진술에 나선 검사는 공소사실 1항인 희망후보 공표와 관련해 피고인이 사전에 이미 희망제작소가 선정한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을 목적으로 이를 이용해 홍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5월 30일자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 측 증인 김 씨의 진술을 통해 등기로 온 현수막을 이용한 홍보에 대한 회의가 이뤄졌고, 김 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측 증인 김 씨의 지위 및 역할과 관련해서는 “당선 이후 피고인이 김 씨를 6급 전문계약직으로 전격 채용한 것은 신뢰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핵심부서인 기획예산과에서 정책계발 업무를 담당한 것을 보면 피고인이 김 씨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식인모임 지지선언문을 예로 들며 “자신을 지지하는 지지선언문조차 자신의 구미에 맞게 수차례 직접 수정을 가한 것은 당시 소수이고 열악한 조직이었던 선거캠프 내에서 모든 일에 피고인의 통제와 지시가 이뤄졌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얼마나 맹목적으로 권력을 갈구하는지 알 수 있고 결과를 위해서라면 수단의 적법성은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취임 이후 비판적 기사를 보도하는 언론을 고소고발 하는 등 재갈을 물리고 막대한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지역행사 개최 무산의 책임을 묻는 농기계협의회를 고발하는가 하면 공직사회 내부 조직인 공무원노조도 고발한 것에 비춰볼 때, 이러한 성향이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님을 직접 확인하고도 강행하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와의 녹취록 등 명확한 물증을 제시해도 유도신문이라는 이유로 진실을 회피하는 모습이 법정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 ▲피고인의 주장대로 5월 30일자 보도자료 배포를 최 씨가 독단적으로 했다면 후보로서 실수를 인정하고 해명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점 ▲검찰 측 증인 김 씨가 피고인과 한 번도 독대를 한 적이 없다는 변호인 측 증인 총무팀당 김 씨의 진술은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고 현재도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점 ▲6월 2일 기자회견 이후 희망후보 사용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계속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점 등을 들며 “피고인의 주장은 사후적으로 사안을 회피하기 위한 포장성 발언”이라며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고 합당한 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여러 차례 돌려봤다

공소사실 2항인 소각장 발언과 관련해서 검사는 “대법원 판례가 방송토론회에서의 의혹제기에 대해 즉시 반론이나 답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주어지는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러한 절차가 과연 지켜졌는지 의문”이라며 재판부의 검토를 요청했다.

특히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를 발췌해 발언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취지의 변호인 측 주장에 따라 방송토론회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봤다”면서 “우연하게 한 발언이 아니라 상대 이한수 후보의 실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각장 발언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소각장 사업자를 불법적으로 바꿨다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라고 판시한 점 ▲1대1 대결에서 728표(0.59%)라는 근소한 차이로 신승을 거둔 점 등을 강조했다.

# 이한수 전 시장이 바꿨다는 것을 직접 가리키지 않아

아울러 검사는 ▲8월 29일 입찰업체들의 등록이 시작돼 채규정 시장 재임 당시 사전에 아무런 행정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던 점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온 평가위원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에 임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5배수 선정과정에서 당시 이한수 시장이 무작위로 선정한 것이라는 당시 과장의 진술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변호인 측이 문제시하고 있는 평가위원 선정방식은 처음이 아니라 이미 2006년도 턴키발주의 선례에 따른 것이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정방식이 법과 규정에 어긋나지 않아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변호인 스스로도 법적인 하자는 없다고 하면서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을 펼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변호인 측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고, 결국 소각장 발언은 허위사실공표라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 측이 제시한 사전검토보고서 형식의 문서는 미완성의 문서일 뿐만 아니라, 편파적으로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면 평가시에 업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항의나 이의제기가 있어야 마땅한데 그런 것들이 없었다”면서 “기술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당 문서는 사문화돼 평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명하고, 이를 변호인 측도 인정하면서도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10명의 평가위원 전원이 대우건설 측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으로는, 이한수 시장이 불법적으로 소각장 사업자를 바꿨다는 주장을 방증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 목민관 희망후보로 칭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PPT를 슬라이드 형태로 제시하며 최후변론에 나선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과 1심 판결에 오류가 있음을 주장했다.

먼저 희망후보와 관련해서는 1심 재판부가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자가 희망후보인데 ▲피고인은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맺지 않았으며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표현 또한 정책협약을 맺고 선정된 후보를 의미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상 경력 등에 해당한다는 4단 논법을 사용해 판단한 것은 잘못된 전제를 둔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희망제작소가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자를 희망후보로 선정한 사실이 없고,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자만 희망후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고 결정한 사실이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희망제작소로부터 인증 받은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표현은 희망제작소 목민관 학교 수료생으로서 희망제작소가 응원하는 후보라는 의미”라며 “피고인은 ‘목민관 희망후보’라고 칭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6월 2일 기자회견문과 보도자료의 주된 주제는 클린선언이었고 희망후보 관련 내용은 한 줄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이후 상대 후보의 무차별적인 비방과 모욕으로 오히려 선거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에 당선을 위한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 5월 29일, 희망후보 아님을 이미 인지

이어 변호인은 “희망후보와 관련된 논란이 6월 2일 오전 기자회견 이후 일어난 것이 시간순서상·논리상 명백하다”면서 검찰의 기소 자체를 문제 삼았다.

희망후보 명칭 사용이 문제가 된 시점은 6월 2일 오전 기자회견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측이 6월 2일 기자회견문과 보도자료를 대상으로 한 공소제기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논란이 된 것과 공소제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피고인이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희망후보 명칭을 사용한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회견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바쁜 일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주장하는 피고인이 5월 29일 직접 희망제작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한 사실은 1심 재판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태다.

당시 피고인과 전화 통화를 한 희망제작소 송 씨는 “희망후보 명칭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희망후보라는 명칭은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협약을 맺지 않은 박경철 후보 캠프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목민관클럽 교육 이수한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역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연합뉴스 6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경철 후보는 “당연히 희망후보라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계속 사용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1심에서 검찰이 밝힌 기자와의 녹취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희망후보는 협약식을 해야 돼. 나는 희망후보가 아니네”라고 말했고 기자는 유도질문 없이 “예”라는 대답만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 1심 판단 오류 다분하다

소각장 발언과 관련해서는 ▲발언이 비리나 불법이라는 언급 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는 점 ▲1심에서 두 개의 토론회를 각각 판단하지 않고 모아 판단한 점 ▲방송토론회에서의 전체 발언 취지와 분량의 비중을 보지 않고 해당 문구만을 발췌한 점 ▲당시 방송토론회의 시청률이 0.2%로 애국가 0.3%보다 낮았던 점 ▲당시 업무에서 배제된 공무원 이 씨가 당초 작성한 사전설계검토서가 코오롱건설 쪽에 유리했던 점 ▲공무원들이 작성한 사전검토보고서를 기술위원들이 의결해 평가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은 점 ▲매수당한 평가위원은 새벽에 업체가 실어 나르는 것이 관행이라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1심 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1심 당시 공판에서 방송토론회 영상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의견조율을 거쳐 재생시간 조정에 합의가 이뤄진 후 상영됐다.

또한 이 씨가 작성한 사전검토보고서는 작성 과정에서 수정이 이뤄지는 문서이며, 설사 코오롱건설 측에 유리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코오롱건설로 정한 것을 이한수 전 시장이 바꿨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사전검토평가서가 평가위원회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호인 스스로 변호인 측 증인신문을 통해 밝혀낸 사실일뿐더러, 증인의 진술에 따르면 기술위원회는 제출 여부를 의결을 통해 결정할 수 있고 법령상 문제가 없다.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이어 변호인은 18대 대선 당시 BBK 사건, 19대 대선 당시 전교조 명예훼손 사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방송토론회를 통해 의혹을 제기한 사건들을 예로 제시하며 “이 사건들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방송토론회의 특성을 고려해 대법원이 의혹의 제기를 넓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정당한 의혹제기였으며 무죄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리판단은 마땅히 동일하겠지만, 방송토론회를 통한 의혹제기라는 사안 자체가 유사하다고 해서 전부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법원 판례는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비록 나중에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더라도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 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무죄선고를 받은 경우라면,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으로 판단된다.

# 진위불명이라면 입증책임은

아울러 변호인은 “소각장 사업자 선정 관련 의혹은 대검 중수부에서도 수사했지만, 유야무야 결론을 내지 못하는 등 진위불명 상태”라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고인이 아닌 검찰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익산시청 창고에서 발견된 소각장 사업자 선정 관련 공문서에서 이한수 시장이 대우건설로 바꿨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 더 이상 이것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검찰 측의 탄핵이 전혀 이뤄진 바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이 사항은 원점에서 다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허위사실공표죄에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이 존재한다고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 측은 변호인 측이 제시한 문서에 대해 각 분야별 전문직 공무원들이 확인을 통해 수정·가필해 완성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라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또한 편파적으로 작성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인 스스로 평가위원들에게 제출되지 않아 사문화됐고 평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 “저의 추측입니다”

특히 이날 변호인은 자신의 변론에 대해 “소설이지만, 가능성이 높은 소설”이라고 전제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같이 변호인의 추측이 가미된 변론은, 피고인이 발언 당시에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깨뜨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판례는 ‘후보자에 관한 의혹제기가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해 이뤄진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이를 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의혹제기 당시’의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발언 당시 언론보도 외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피고인 입장에서는, 공소사실을 깨고 무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의혹제기의 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라 진실한 사실이었다는 점, 즉 비리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변호인 측이 제시한 증거들을 재판부가 비리사실의 객관적인 증거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증거들이 직접적으로 비리사실을 가리키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또 다른 의혹제기에 불과한 셈이다.

# 정당하게 보여야 할 책무

마지막으로 변호인은 ‘공적지위에 있는 자는 정당하기만 해서는 불충분하고, 정당하게 보여야 할 책무도 가진다’는 미연방 대법관의 말을 인용하며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의 소각장 발언은 시장의 지위에 있었던 이한수 전 시장에 대한 정당한 의혹제기라는 취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의혹이 제기된 시장과 사법기관인 검찰의 기소에 이어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은 시장 중 어느 시장이 ‘정당하게 보여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