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례 개정 하루 전 내부적 행정행위.. 효력 발생치 않아
뿔난 주민들 행정소송.. 제소기간 도과로 각하 ‘억울’
직권취소까지 언급했던 익산시는 모르쇠.. 신뢰도 추락
<속보>거리제한을 강화하는 조례가 입법예고 된 후 공포 하루 전에 신고가 접수된 춘포면 인수리 일원 양계장을 두고, 허가권자인 익산시와 주민들 간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결국 법정소송으로 치닫고 있다. 민원 발생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허가를 내준 행정에 뿔이 난 주민들이 시청을 항의 방문하자 익산시는 직권취소 가능성과 담당 공무원 감사조치까지 언급하며 주민들을 달랬지만, 결국 한 발 물러선 공사중지명령에 그쳤을 뿐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익산시 행정에 대한 불만이 비등하다.<2013년 11월 11일, 2014년 3월 17일·31일, 4월 14일 보도> # 공포 하루 전, 신고수리 지난 2012년 9월 4일 A씨는 춘포면 인수리 일원에 양계장을 짓기 위해 익산시에 복합민원 형태의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시 주택과는 9월 10일경 관련 부서인 도시개발과와 환경위생과에 협의를 요청했고, 환경위생과는 9월 13일 가축분뇨 배출시설 설치신고를 수리했으며 도시개발과는 9월 18일 개발행위를 허가했다. 이후 9월 19일 익산시는 A씨에게 양계장 건축허가를 내렸다. 이에 주민들은 ▲해당 허가가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500m 이내에서 1,000m 이내로 확대하는 조례가 입법예고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 하루 전에 신고를 받아 공포 이후인 9월 19일에 내려진 점 ▲주민들이 익산시의 입법예고를 통해 조례 개정에 대한 보호가치 있는 신뢰를 형성한 점 ▲양계장 분뇨와 분진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주민피해 ▲AI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대해 시 환경위생과는 심의 당시 시행 중이던 조례를 적용했기 때문에 적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된 조례에 의하더라도 가축분뇨 배출시설 신고수리는 재량행위를 규정한 것이므로, 재량권 내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 직권취소 가능성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익산시의 행정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허가를 내준 익산시 관계부서의 신중한 검토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갈등이라는 주장이다. 문제의 양계장은 마을로부터 약 620m 떨어져 있고, 환경위생과 신고수리 하루 전의 조례상 가축사육 제한거리는 500m 이내였지만 이미 2012년 7월 23일부터 1,000m 이내로 제한거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례가 입법예고 돼 있었기 때문에 개정 조례를 적용하면 신축 허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익산시는 신고수리 시점을 기준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허가를 내줬다. 뻔히 주민들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허가를 내 준 셈이다. 이에 주민들은 행정이 건축주를 의도적으로 도와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민원이 야기되자, 익산시는 이미 내 준 허가에 대해 직권취소 가능성과 담당 공무원 감사조치까지 언급하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와 주민들은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 있는 전봉호 변호사 측에 법률 자문을 구했고, 전 변호사 측은 ▲양계장 건축허가신청 전에 이미 제한거리를 강화하는 조례가 입법예고 된 점 ▲건축허가가 신청됐을 경우에도 다수 관계부서의 허가·인가·협의·확인 등을 받아야 하는 복합민원에서는, 건축법상 허가요건을 구비했다 해도 다른 법령(개정된 가축사육제한 조례)에 의해 절대적으로 금지돼 있어 그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함이 명백한 경우(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두8766) 건축허가도 할 수 없는 점 ▲9월 13일 환경위생과의 협의가 완료됐지만 그 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행정절차법상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고, 이 상황에서 조례가 개정된 점 ▲대법원이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을 보호하는 법익은 양계농장을 운영하는 법익보다 우월한 법익이라고 판단해온 점 ▲500m인지 1,000m인지는 외관상 명백한 하자가 분명한 점 등을 이유로 직권취소 돼야 한다고 회신했다. 이러한 자문 회신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직권취소는 흐지부지됐고, 시는 한 발 물러선 공사중지명령에 그쳤을 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신고접수 민원인의 권리도 있기 때문에 조례가 개정 중인 사항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시에서 별도로 고문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직권취소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시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스스로 행정행위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고, 직권취소를 언급하며 주민들 설득에 나섰고 직권취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자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것은 주민들을 기망하고 행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대책위 이화일 위원장은 “9월 13일 환경위생과의 신고수리 및 협의는 A씨에게 통보되지 않아 내부적인 행정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재판부가 확인했고, 직권취소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전문 변호사 자문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직권취소를 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민 외면한 법원의 판단.. 하지만 처분의 하자는 인정 익산시가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주민들은 시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건축허가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방창현)는 주위적 청구에 대해서는 해당 허가처분의 위법 여부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제소기간이 도과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하지만 판시내용을 살펴보면 ▲가축사육 제한 조례가 개정되면서 경과규정을 두지는 않았지만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확대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생활환경보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조례의 개정 취지를 고려할 때 ▲개정 전 조례에 대한 A씨의 신뢰가 개정 후 조례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개정 후의 조례가 적용된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가 아니라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일단 허가처분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처분을 재량행위로 판단하면서, A씨가 신축하고자 하는 계사는 닭 372마리를 사육하는 소규모의 축사이기 때문에 분뇨 또는 악취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주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 전 조례에서 일부제한지역 내에서 거주하는 세대의 100분의 80 이상 동의시 축사를 신축할 수 있었던 조문을 삭제한 것은, 재량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대적 금지를 강화하는 취지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또한 실제 3,705㎡(약 1,120평)에 달하는 면적에 허가가 내려졌는데 닭을 372마리만 키운다면, 주민들이 굳이 소송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택과 관계자는 “사육 수가 아니라 면적을 대상으로 허가가 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육 수는 알 수 없다”고 말했으며,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재판부가 무슨 이유로 372마리라는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년이 도과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2013년 10월 4일을 기산점으로 삼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도과했다는 이유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전임 이한수 시장이 이 사건 처분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주민들에게 제시했고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A씨에게 업종변경을 권유하기도 해 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는 주장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제소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는, 불확정 개념으로서 제소기간 도과의 원인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지연된 제소를 허용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에 의해 판단해야 하고, 당사자가 그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나 천재·지변·전쟁·사변 그 밖에 불가항력적인 사유보다는 넓은 개념이다(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누6521 판결). 이에 대해 주민들은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주민대책위 이화일 위원장은 “A씨와의 원만한 합의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익산시의 입장에 따라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며 직권취소의 경우 익산시와 주민들이 전문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회신을 받았다는 공문도 있는데, 이러한 점들이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