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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열린 박경철 시장의 항소심 5차 공판은 무려 4시간여 진행됐다. 이날 변호인 측은 소각장 발언과 관련해 “당시 익산시가 소각장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의혹수준이 아니라 비리사실의 근거가 차고 넘친다”면서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가 아니었음을 주장하는 한편, 피고인이 환경문제전문가로서 소각장 비리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또한 희망후보와 관련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취지로 일관했다. 반면 검찰 측은 변호인 측의 소각장 선정과정의 비리 주장이 추측이 가미된 설명일 뿐, 객관적으로 인정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 환경문제전문가 이날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당선 이전 시민사회단체 시절부터 지역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으며 이로써 시민들이 환경문제전문가로 인식하고 많은 제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각장 전면 재검토와 영어마을 추진 공약을 내세웠던 이한수 전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토론회 발언의 취지는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이한수 후보는 충분한 해명은 고사하고 정당성만 주장해, 발언의 핵심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사가 당시 토론회 녹취록을 제시하며 “충분한 해명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묻자 “해당 부분은 내가 주도권을 가진 시간이었는데 이한수 후보에 의해 질문이 중단된 것이며, 다른 부분을 보면 이한수 후보가 오히려 나에게 충분한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시간상 제약이라는 해명.. 어불성설 이 같은 발언의 취지를 강조하면서 변호인 측은 “그 표현 자체는 단정이 아니라, 방송토론회의 시간 제약상 빨리 언급하려다 나온 표현”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시간의 제약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심혈을 기울여 작성했을 공식 출마 기자회견문에서 이미 토론회 발언보다 더 확신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방송토론회보다 앞선 지난해 5월 16일 당시 박경철 후보의 공식 출마 기자회견문에는 “채규정 시장이 임기 중에 소각로를 코오롱건설로 추진했는데, 이한수 후보가 취임 후 전격적으로 대우건설로 교체한 이유를 31만 익산시민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으며, 당선 이후 인터뷰에서도 “채규정 시장이 코오롱으로 하려고 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안 하겠다고 하고 대우로 한 거 아니냐”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선거는 종합예술 1심 당시 소각장 발언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이유를 묻는 검찰 측의 질문에 피고인은 “선거는 종합예술”이라며 “이한수 전 시장의 소각장 재검토 공약은 중대한 정치적 행위이고, 거짓과 위선에 해명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당시 이한수 후보는 전과자를 운운하며 인신공격을 해댔고, 저는 공익을 위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제가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안다면 검사님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전과기록이 있지 않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6·25 당시 낙동강 전투의 영웅이셨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에 큰 충격을 받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잠시 탈선한 것을 두고 전과자라고 한다면, 전과자가 맞다”고 맞받아쳤다. 검찰 측이 선거 당시 가필된 지식인모임 지지선언문을 제시하며 본인의 필체가 맞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검사가 “증인으로 나섰던 선거캠프 김 씨는 이를 피고인의 지시와 수정을 거쳐 자신이 작성했다고 진술했고 반면 피고인은 전혀 관여치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당시 김 씨는 저명한 교수님들이 주축이 된 지지선언문에 접근조차 못하는 위치였으며, 작성된 지지선언문에 문구 수정 요청이 있어 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선언문에 스스로 가필한 것이 상식적으로 맞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문구를 수정한 것임을 강조하며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 ‘희망후보’ 아닌 ‘목민관 희망후보’ 희망후보 명칭 사용과 관련해서 변호인 측은 “희망제작소에서 지난해 5월 27일 등기우편으로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을 보내왔고, 이 현수막에 ‘우리 시대 목민관, 당신이 희망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내용을 조합해 6월 2일 기자회견 당시 ‘희망제작소로부터 인증 받은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선 5월 30일자 희망후보 선정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며 선대본부장 최 씨가 혼자 알아서 한 것이고, 당시 선거운동으로 너무 바빠서 보도 자료가 나간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과정에서 이미 피고인은 5월 29일 오전 10시경 희망제작소 송 모 씨와 직접 전화통화를 통해 정책협약을 맺지 않은 자신은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이미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후보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박원순 시장의 깨끗한 이미지 프리미엄을 얻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 또한 “피고인이 이미 직접 희망제작소 측과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며 명칭 사용과 관련해 당시 상대 후보인 이한수 후보와의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기자회견을 한 것은 당선목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 선정사실 사전 인지 여부.. “몰랐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당시 평가위원 김 모 씨를 상대로 변호인 측은 김 씨가 이전 증인 석 모 씨와 같은 직장 동료였으며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고 평가 당일 새벽 동승해 익산에 온 점 등을 이유로 사전에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사실을 알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김 씨와 석 씨 모두 당시 공무원 신분으로서 새벽에 전화를 받고 근무시작 전인 오전 9시 이전에 연가를 낸 경위에 의구심을 표하며 “서로 평가위원이 될 줄 알았고, 만나서 같이 내려온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씨는 “새벽에 전화를 받고 내 차로 함께 이동한 것 같다”면서 “직장 동료로서 연가를 대신 내 달라는 석 씨의 연락을 받고 마침 나도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행했고, 당시 연가 처리는 적법하게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500명의 풀명단 평가위원 대상 중 나란히 선정된 것도 의아하고, 공교롭게 같은 직장에 다니며 같은 지역에 사는 두 증인이 선정된 것도 의문스럽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에는 “사전에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것은 서로 몰랐고, 오해의 소지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이 당시 김 씨의 평가점수를 공개하며 입찰 참가업체가 어디였는지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평가위원 전원이 특정업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에 대해 묻자 “사전에 입찰 업체가 어디였는지는 몰랐고, 특정업체가 월등하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의아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갑작스럽게 평가배점방법이 바뀐 것과 관련해 10명의 평가위원 중 7명이나 같은 방법으로 배점을 한 것에 의구심을 표하며 “총점차등배점과 총계점수가 똑같다는 것은 먼저 결과를 정해놓고 6개 항목 점수를 짜 맞춘 것이 아니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새벽에 온 전화를 한 번에 받았냐”는 질문에는 “환경사고 연락이 빈번하고 업무 특성상 비상대기망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검찰 측은 김 씨를 상대로 ▲익산시의 공고에 지원했고, 석 씨와는 서로 지원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당시 증인이 근무했던 국립환경연구원이 공무원 집단으로서는 유일한 전문가집단이라고 할 수 있고, 자격요건을 갖춘 공무원들은 연구원과 환경부 외 거의 없다 ▲대우건설이나 컨소시엄 업체로부터 청탁은 전혀 없었고, 이한수 전 시장이나 익산시 공무원들로부터 별도의 요청이나 부탁을 받은 일도 없다 ▲평가위원들은 상호간 의견교환 없이 독립적으로 평가에 임했다 ▲평가방식에 있어서도 공정하게 하되 제일 우수한 업체 점수를 먼저 매기고 이를 기준으로 차등 배점하는 방식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등의 진술을 받아냈다. # 신경전.. 다만, 다음 기일이라면 동의 증거채택 및 조사와 관련해서는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날 소각장 선정과정과 관련된 신문이 예정됐던 증인 신 모 씨가 불출석하자 검찰 측은 “신 씨가 증인으로 나서 위증할 것에 대비해 당시 청소과장이었던 이 모 씨가 법정에 와 있다”면서 재정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변호인은 “대단히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인 일이며,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차회에 증인신청을 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검사는 “재정증인신청은 형사소송법상 정상적인 절차이며, 이미 이 씨에 대한 조서를 미리 변호인 측에 제시한 상황이기 때문에 방어권 침해의 소지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재판부는 “오늘 증거조사를 마치기로 했고, 검찰의 취지와는 달리 신 씨가 나오지 않은 이상 굳이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변호인 측이 40여개에 달하는 증거를 신청하자 검찰 측은 “그간 검찰 측은 방어권 보호를 위해 증거신청에 앞서 전부 사전에 변호인 측에 제출했는데, 오늘 처음 제시하며 증거조사를 하자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특히 앞서 재판부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진술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소각장 선정과정의 익산시 공문을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정리한 것일 뿐 새로운 것이 아니고, 수사기록은 있지만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이 신청한 선거캠프 김 씨의 보도자료 문서에 대해서는 “김 씨가 작성한 초안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관여했다는 판단이 불분명하다”며 부동의했다. 특히 지지선언문 가필본에 대해서는, 문서가 담겨 있다는 목록은 동의하면서도 문서 자체에 대해서는 부동의했다. 또한 “검찰 측이 제시한 대우건설 측의 기본설계보고서 및 부록을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형평상 코오롱건설과 동부건설의 문서도 함께 채택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제출하기 위해 가져왔고, 증거로서의 의미가 있다면 제출하겠지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이 함께 제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재판부는 “일단 모두 제출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내용고지는 하지 않고 전반적인 의견진술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