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각장 발언.. 토론회 특성상 시간 제약 있었다고 해명
이미 출마 기자회견 당시 단정적 발언.. 논리상 ‘맹점’
박경철 시장의 항소심에서 변호인 측이 소각장 관련 방송토론회 발언은 단정이 아니라 단순한 의혹제기였으며, 더 나아가 소각장 선정 당시 익산시 비리사실의 근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의혹제기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비리가 있었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토론회 발언과 관련해서는 1심 당시의 주장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소각장 선정과정의 비리 주장과 관련해서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 측의 추측이 가미된 설명일 뿐이라는 취지로 검찰 측이 반박하고 나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8일 오후 2시 10분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노정희) 심리로 열린 항소심 5차 공판에서는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불꽃 튀는 신경전 속에 당시 평가위원이었던 증인 김 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과 증거조사, 피고인 신문이 펼쳐졌다. 이날 변호인 측은 소각장 선정 당시 익산시의 관련 공문 수십 건을 증거로 제출하며 ▲소각장 선정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평가위원회 일정이 연기된 점 ▲당시 담당 공무원이 업무에서 제외된 점 ▲이한수 전 시장이 평가위원을 5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관련 공문에 결재를 한 점 ▲최종 선정된 10명의 평가위원이 전부 대우건설 측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변호인은 “평가위원 선정계획 기안을 보면 당초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 가능이라는 설명이 달린 1안(배수 선정 없음)과 공정성 및 투명성 미약이라는 설명이 달린 2안(5배수 선정 추첨)이, 설명은 사라진 채 순서가 뒤바뀌어 결재가 이뤄졌다”면서 “이른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두 개의 안을 만들고 시장의 결재를 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별도의 밀봉문서로 돼 있었으며,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부분”이라며 “소각장 선정과정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규명된 적이 없으며, 의혹 수준을 넘어 부정하고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명백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 측은 “변호인이 객관적인 부분에 추측을 가미해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변호인 측이 제출한 증거를 탄핵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 측은 ▲변호인 측이 제시한 문서가 여러 차례 수정된 이후에도 감점총계표 위반항목 수에서 코오롱건설이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었던 점에 비춰 정상적인 과정이었다는 점 ▲5배수 선정은 관련 법령상 기준이 없어 문제가 없었다는 점 ▲1·2안 등 복수의 안으로 기안해 결재가 이뤄지는 것은 왕왕 있는 일이라는 점 ▲5배수의 평가위원 50명을 매수하는 것이 비용이나 비밀유지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 등을 들어 “변호인 측이 제시하고 있는 증거만으로는 소각장 선정과정의 비리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변호인 측은 초반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 피고인이 환경문제전문가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힘썼다. 이를 통해 변호인 측은 그간 피고인에게 환경문제와 관련된 제보가 많았고 방송토론회에서 피고인의 발언 역시 소각장과 관련한 환경문제전문가로서의 의혹제기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방송토론회의 녹취록을 제시하며 “당시 피고인은 ‘채규정 전 시장이 해놓은 것을 왜 대우건설로 취임하자마자 바꾸었는가’라며 의문문의 형식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채 전 시장이 정한 것’이라는 표현은 ‘결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방송토론회 특성상 시간상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다소 강박을 느껴 그런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빨리 언급하다 나온 표현임을 재차 되물으며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호인 측의 주장은 큰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왜 바꾸었는가’라는 의문문 형식의 의혹제기는 곧, ‘바꿨다’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의혹제기가 아니라 단정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관된 변호인 측의 주장과 상반된다. 아울러 변호인 측은 표현상의 문제를 방송토론회의 특성상 시간상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또한 맹점이 있다. 이미 피고인이 공식 출마 기자회견 당시에 오히려 소각장 발언보다 더욱 확신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고, 당선 이후 인터뷰 자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가 있기 때문. 방송토론회보다 앞선 지난해 5월 16일 당시 박경철 후보의 공식 출마 기자회견문에는 “채규정 시장이 임기 중에 소각로를 코오롱건설로 추진했는데, 이한수 후보가 취임 후 전격적으로 대우건설로 교체한 이유를 31만 익산시민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또 당선 이후 인터뷰에서는 “채규정 시장이 코오롱으로 하려고 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안 하겠다고 하고 대우로 한 거 아니냐”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변호인 측의 논리로는 설명이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15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며, 이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최종변론에 이어 검찰의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