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공무원과 대치.. 웃지 못 할 광경 벌어져
전국적 망신.. 사태 수습 적극적 모습 보여야

민선6기 출범 이후 박경철 시장의 무소불위식 행보로 인한 익산시 공직사회 내부의 갈등이,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돼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교육청노조·행정부노조·광역연맹·기초연맹 등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류영록, 이하 공노총)은 익산시청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박경철 시장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이날 공노총 류영록 위원장과 기초연맹 강창조 위원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공노총 소속 30여명의 공무원들은 익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경철 시장에게 ▲부당한 인사를 중단하고 희망찬 공무원 조직 만들기에 앞장설 것 ▲노조 와해작전을 당장 중단할 것 ▲부당한 지시 및 비난받을 행동을 당장 중단할 것 ▲의회와 소통 및 노조와 열린 자세로 대화할 것 ▲난무하는 고소고발을 즉각 중단할 것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 갈등의 골.. 점입가경

익산시공무원노조 김상수 위원장의 박경철 시장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에 이은 익산시의 고소 및 전북도 중징계 요구, 이에 맞선 김 위원장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및 철야단식투쟁 등 양측의 갈등이 법적공방까지 번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11일 기초연맹 소속 공무원 20여명이 김 위원장의 단식투쟁에 동참하며 박경철 시장의 불통행정을 규탄한 데 이어 이날 공노총 소속 공무원들까지 가세해 부당한 지시 중단 등을 촉구하고 나서자, 익산시도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대응에 나서는 등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는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공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박경철 시장이 취임 이후, 전임 시장 사람이냐는 질문을 내뱉고 정기인사에서는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도 없이 공무원들을 좌천시키는 등 익산시청 공무원들은 불안 그 자체에서 살고 있다”면서 “노조가 나서 정상적인 인사를 요구하고 직원들에게 보복성 인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며 1인 시위도 했지만, 박경철 시장은 묵묵부답이었고 익공노 또한 시장의 밑에 있는 조직이라고 압박하며 익산시를 이끌고 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익산시는 인사가 있을 때마다 노조가나서 시위를 하고 성명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뿐만 아니라, 의회와 대립각을 세워 갈등을 겪더니 본회의 시정질문에 관계공무원 전원을 출석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인사가 있을 때는 물론이고 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와의 불편한 관계 또한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애먼 공무원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불안감까지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택시타기 운동을 추진하면서 정작 자신은 관용차를 타고 나오다가 시내에서 택시로 갈아탄 행동은 시장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으며, “이러한 시장의 잘못된 행동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고소하고 노조 탈퇴자명단을 행정지원과에 제출토록 하는 등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지역의 민간 단체장과 언론들에 대한 고소도 남발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익산시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시는 이를 통해 “시정발전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에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행정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익공노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은 지난 14일 익공노의 취하서 제출로 노동위원회에서 사건 종결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취하한 내용을 가지고 또다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시와 노조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에 노조 지도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었는지 의문이며, 전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절차나 노력이 있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상수 위원장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취하한 것은 서류보완을 위한 것이며, 조만간 다시 신청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우리시 공무원이 소신껏 업무에만 매진하고 자존심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며, 직원 모두가 시민의 공복이 될 수 있는 공직환경 만들기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시청 현관 셔터까지 내렸던 해프닝

이날 오전 규탄집회를 마친 공노총 소속 공무원들은 익산시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공노총이 익산시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예고하자 익산시가 청사방호를 이유로 의회청사의 민원봉사실 문을 폐쇄하는 한편 비가 오는 와중에서도 수십여 명의 공무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대치한 데 이어, 본청 건물에 들어서려는 공노총 소속 공무원들을 막기 위해 현관 셔터까지 내리는 광경이 벌어진 것.

이에 공노총 측은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박경철 시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일 뿐인데, 같은 공무원들이 이를 가로막고 대치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민이 시장이다라고 걸린 현수막의 슬로건이 전부 다 거짓말인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류영록 위원장을 비롯한 5명만 본청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며, 박경철 시장 부재를 이유로 한웅재 부시장을 만나 성명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정작 김상수 위원장은 들어가지 못해 동료 공무원들과 본청 현관 앞에서 계속해서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상수 위원장은 “익산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는 말을 요즘 동료 직원들에게 많이 듣는다”면서 “잘못된 시정을 바로잡고 올바른 공직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인데, 지금 처한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 갈등 봉합, 박 시장 책임 있게 나서야

이날 공노총 소속 공무원들과 익산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결국 같은 목소리를 냈다.

공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전임 시장 사람이나 현 시장 사람이나 모두 익산시를 위해 일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공무원들은 웃으며 희망에 찬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정을 펴고, 자존감을 가지고 일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익산시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대다수의 익산시 공무원들은 시민의 공복으로서 시민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하루빨리 원만한 해결로 시민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익산시를 만들고자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직사회 내부의 갈등은 물론 지역갈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박경철 시장이 책임 있게 나서 갈등을 중재하고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신에 대한 쓴 소리는 마다하면서 정작 본인은 쓴 소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역사회 발전과 화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