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보고서, 하류부문 정유시설 끼워파는 데 결정적 역할

전정희 의원

한국석유공사의 해외투자자문사 선정 평가에서 계량평가 점수 1등을 받고도 탈락했던 TD Securities사가 캐나다 하베스트사의 매각자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TD Securities사가 2009년 10월 14일 하베스트 이사회(상류 매각 불승인 결정)에 제출한 최종보고서가 하류부문(정유시설 NARL)까지 끼워파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TD Securities사가 하베스트 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베스트 현재 상태를 ▲법인 전환이 불가피하며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생산량 감소 및 자본투자에 집중해야 하며 ▲은행 차입계약 갱신이 이뤄져야 하는 등 하베스트 현재상태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특히 현지 12개 투자은행이 분석한 하베스트 생산량 예상치에 따르면 2009년 대비 2010년 평균 예상 생산량이 마이너스 10%인 것으로 나타나 12개 투자은행 모두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상황 진단을 바탕으로 TD Securities사는 당시 한국석유공사와 상류부문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막바지에 상류(생산광구) 매각을 전제로 한 각 부문에 대한 평가의견을 하베스트 이사회에 제출했다.

TD사는 “상류부문 매각과 관련해 인수가격이나 관리비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한국석유공사는 매수동기가 확실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전제한 뒤, “상류부문 매각은 분명히 프리미엄이 있지만 투자자들이 조정되면서 남는 정유사업은 단기적으로 위험이 대두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상류자산 매각은 투자자들의 잠재수익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최근 유가상승에 따른 시장가격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너무 이른 매각으로 보여질 수 있다”면서 “상류 매각으로 하류부문에도 장기적으론 공정이 개선되고 설비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과소차입 부채상태를 유지할 것이냐 기업합병을 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전정희 의원은 TD사의 이같은 보고서에 대해 하베스트 이사회가 상류자산 매각협상을 중단하고 하류부문까지 끼워파는 전략으로 수정하게 된 판단 근거가 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TD Securities사에게 투자자문을 받은 캐나다 하베스트 경영진은 30% 이상의 주가 시세차익을 봤고, 골칫거리였던 정유시설까지 끼워서 40억7,000만 캐나다달러(한화 약 4조5,000억원)에 팔고, TD Securities사에게 성공 자문에 대한 보수로 1천260만불(150억원)을 지급했다.

또한 매도인 입장에서 볼 때 뛰어난 M&A 자문사였던 TD사는 한국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자문사 선정 입찰에서 탈락한 바 있다.

2009년 3월 11일 해외투자 자문사 선정 1차 평가에서 총 10개 참가업체 중 계량평가에서 TD Securities사가 10점 만점 중 9.77로 1위였고, 메릴린치는 5.43으로 모건스탠리와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계량평가의 기준은 ‘인수자문팀 구성의 적정성(역량)’으로 M&A의 전문성이 평가 기준이었으나, 심사위원 주관적 판단인 비계량 평가에서 메릴린치가 40점 만점에 35.44점으로 최고점을 받아 석유공사의 주자문사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전정희 의원은 “M&A 경험이 없는 석유공사가 주자문사를 선정하면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전문성이었음에도 1위를 한 TD사를 제치고 메릴린치를 선정했다는 것에서부터 불행이 시작됐다”면서 “해외자산광구를 과대평가하는 규정까지 만들어 무조건 해외광구를 사들여야 하는 입장에 있던 석유공사의 상황을 TD사는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결국 하베스트사의 부실 자산에 대해 국제 호갱을 자처한 한국석유공사에게 프리미엄까지 받고 팔았으니 하베스트 경영진에게 TD사는 1등 자문사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면 메릴린치는 매수인의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자산가치를 평가해 인수가격을 낮춰야 했음에도 오히려 매도인측 입장을 대변하고 실사보고서까지 조작, 왜곡해 인수가격을 높여 80억에 달하는 성공보수료만 챙겼다”면서 “석유공사가 왜 이런 엉터리 자문을 받고 하베스트를 인수해야 했는지,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하는 데 외압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