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칼자루 쥔 익산시.. 부담 최소화를
신흥정수장 공원조성.. 비현실적인 계획

익산시가 보다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현재 자체 생산 공급해오던 신흥정수장을 폐쇄하고 광역상수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익산지역 39%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용담댐에 수질 원격감시장치(TMS)가 조작된 채 오·폐수가 유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하루빨리 시민불안을 해소하고, 전환할 경우 신흥정수장 활용에 대한 설득력 있는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익산시와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정부합동감사에서 한국수자원공사가 도내 식수원인 용담댐 상류에 위치한 진안·장수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원격감시장치(TMS)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TMS는 환경기초시설 방류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부유물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환경공단에 보고하는 장치이며, 수질 감시 차원에서 하루 처리량 700톤 이상의 환경기초시설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진안·장수 공공하수처리장은 지난 2006년부터 수자원공사가 위탁 운영해 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TMS를 조작해 기준치를 초과한 물이 흘러나가도 허용치 이하인 것처럼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합동감사반은 용담댐 상류의 환경기초시설 방류수가 단 한 차례도 기준치를 초과한 적이 없는 점을 이상히 여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용담댐 불안.. 광역상수도 설득력 잃어

이같이 전북도민, 특히 익산시민 12만명 가량의 생활용수를 공급해 오던 용담댐에 수질이 조작된 오·폐수가 유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다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다는 이유로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상수도 전환에 대한 신중론이 일고 있다.
전국적인 추세와 개방형 대간선수로로 인한 불안을 이유로 언젠가는 광역상수도로 전환이 되더라도, 용담댐 수질에 대한 불안해소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익산시는 기존 신흥정수장이든 광역상수도든 정수가 된 물에는 이상이 없지만, 신흥정수장의 상수원인 대간선수로가 개방형으로 돼 있어 수질오염에 대한 불안이 증가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용담댐 수질 조작 사건으로 인해 광역상수도 상수원의 수질오염에 대한 시민불안 또한 커지고 있다.
또한 익산시는 수자원공사 측과 협상을 통해 송수관 연결 비용을 확보하고 최대한 저렴한 약정요금제를 시행해 시민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지만, 4대강 사업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물을 팔아 적자를 메우려는 꼼수에 익산시가 휘둘리지 말고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의 입장에서 물 주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의회 박철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 신흥정수장을 거쳐 정수를 통해 별 무리 없이 먹어왔고,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로 전환해서 생기는 서민들의 물값 부담 특히 목욕탕이나 공장 등 많은 물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감안했을 때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자는 게 익산시의회의 생각이었다”면서 “경제적 차이의 부담이 적고 먹는 물의 질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면 시민들이 먹는 물을 모두다 농어촌공사에서 수자원공사로 바꿔야 한다는 건 의원이 아니라 익산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수자원공사의 용담댐의 오폐수 유입과 이걸 감추려던 의도는 익산시의회에서 좀 더 신중히 접근하자는 의견이 결코 민선 6기 무소속 시장의 발목잡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좋은정치시민넷(대표 손문선)도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수자원공사가 발표한 수질 결과는 믿을 수 없고, 국민들에게 물 공급 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인 수자원공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신뢰가 땅에 떨어졌으며 그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수자원공사는 도민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한편 민관이 참여하는 수질관리 기구를 설치해야 하고, 사법당국은 수자원공사와 관리감독 기관을 철저히 수사해 관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용담댐 물은 고산정수장에서 정수돼 공급되기 때문에 현재 익산지역에 공급되고 있는 물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현재 익산시는 수자원공사 측에 재발방지 촉구 공문을 보냈고, 지역 내 권역별 수질검사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강화했다”고 밝혔다.

# 시민호수공원.. 언제, 어떻게, 비용은?

아울러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상수도 전환시 현 신흥정수장의 활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민선6기 출범 이후 익산시는 광역상수도 전환을 추진하면서 현재의 신흥정수장을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0년만에 신흥정수장을 시민호수공원으로 재탄생시켜 시민들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박경철 시장의 대표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광역상수도 전환을 전제로 한 신흥정수장 공원조성 계획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시민호수공원 제공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가 아니라,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성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용담댐 수질 조작 사건이 시민들에게 광역상수도에 대한 커다란 불신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얻고 의회를 설득해 원활하게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가시화된 방안이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호수공원 조성시 신흥정수장에 유입되는 농어촌공사 소유의 물 사용에 따른 비용과 공원조성에 사용되는 비용 확보의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시는 생활용수는 전면 광역상수도로 전환하되 기존 신흥정수장에서 일일 3만5,000톤 생산하던 공업용수를 금강정수장을 증설해 5만톤 이상 생산하면서, 금강정수장에 유입되기 전 신흥정수장에서 이 물을 펌핑해 호수공원 조성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은 수자원공사에 수도요금을 부담하는 한편, 농어촌공사에 또 다른 수도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톤당 92원(2015년 기준)인 농어촌공사 물을 일일 5만톤 공업용수로 생산할 경우, 연간 소요되는 금액은 16억7,900만원에 달한다.
공원조성 계획 또한 현재의 저수지 주변에 흙길 그대로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인근 중앙체육공원까지 연결한다는 것으로 약 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는 신흥정수장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돼야 예산을 확보하고 용역 및 공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어서, 광역상수도 전환을 추진한다 해도 약속한 대로 시민들에게 신흥정수장을 호수공원으로 되돌려주는 것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황호열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광역상수도 전환을 추진하는 분위기이고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시민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추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시민을 위하는 일이고 특히나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생활과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에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대안이 우선 마련돼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이번 용담댐 조작 사건으로 인해 시민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한편,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이 수자원공사가 아니라 익산시인 만큼 수자원공사 측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호수공원 제공 약속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