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일자 보도자료, 역풍 우려한 만류 불구하고 강력 지시 세 차례나 수정 후 배포.. “관여치 않았다” 주장과 상반돼 소각장 발언 자료준비도 지시.. 근거 부족 ‘부적절’ 보고 변호인 측, 파면이후 악감정 등 진술의 신빙성 탄핵에 집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진행 중인 박경철 시장의 항소심에서, 희망후보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피고인은 관여치 않았다는 그간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진술이 나왔다. 재판부가 이 같은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선고 양형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관련기사 2면> 지난 7일 오전 10시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노정희)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는, 당시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김 모 씨가 증인으로 나와 “내부적인 문서는 물론 외부로 나가는 모든 보도자료에 대해 피고인의 확인이 이뤄졌으며, 보도자료 뿐만 아니라 당시 선거캠프 내에서 피고인 허락 없이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 씨의 진술에 따르면 희망후보와 관련 지난해 5월 30일자 보도자료는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최 씨가 작성한 것이 맞지만, 이후 6월 2일자 보도자료는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김 씨 본인이 직접 작성했고 피고인에게 면대면으로 보고가 이뤄졌으며 세 차례나 수정이 가해졌다. 특히 김 씨는 “모든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했기 때문에 5월 30일자 보도자료가 나간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돼 당황스러웠고, 보도자료를 전담하고 있는 것은 나인데 나도 모르는 보도자료가 어떻게 배포됐는지 최 씨에게 강하게 추궁하자 피고인의 지시가 있었다는 최 씨의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후 당시 상대후보였던 이한수 후보가 희망제작소 측과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임이 알려지며 반박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자 피고인이 직접 재반박 보도자료 준비를 지시했고, 희망후보 자격의 확실성이 부족한 상태이고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맺은 상대후보에 맞서 반박할 근거가 없어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절치 못하다고 만류했다”면서 “하지만 피고인은 강하게 지시하며 역정을 냈고, 결국 직접 초안을 작성했지만 더 강력한 문구를 사용하라는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수정돼 최종안이 만들어져 배포됐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김 씨의 진술은, 희망후보 관련 보도자료는 최 씨가 전권을 행사했고 피고인은 관여치 않았다는 일관된 피고인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상반된다. 김 씨의 진술을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방송토론회 소각장 발언과 관련해서도 김 씨는 “피고인이 소각장 관련 자료를 만들 것을 직접 지시했지만, 언론보도 한두 건이 전부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인 간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방송토론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이 자료가 부족해 소각장발언 관련 근거자료를 만들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독단적으로 발언했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씨는 “나는 관련 자료를 만들어 보고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김 씨의 진술에 대해 변호인 측은 증인이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격 채용된 후 최근에 파면된 점, 원심부터가 아닌 항소심에서야 나선 점, 인수위 당시 당선자를 적극 돕다가 지금 와서 불리한 증언을 하는 점 등에 의구심을 표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는데 집중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당시 선거캠프 내부에서의 김 씨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파면과 관련된 악감정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변호인 측이 선거캠프에 뒤늦게 합류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총괄본부장 등 명시적인 역할 언급이 있었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묻자, 김 씨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당초 정책기획과 홍보분야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캠프에 왔는데, 본부장 역할의 연장자가 두 분이나 계셔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돕겠다고 했다”면서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던 최 씨는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는 손님 대응을 주로 맡았고, 외부로 나가는 보도자료는 전부 내가 작성했다”고 답했다. 공무원 신분에서 파면당한 이유와 파면 이후 증인으로 나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증인 출석과 관련해 오해 소지가 있는데 자발적으로 출석했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나를 알게 된 것으로 안다”면서 “증인으로 나서 진술을 요구해 1심에서는 소청 진행 중이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어 부담이 됐다”고 답했고, 검찰의 접촉이 파면처분 이전인지 이후인지를 묻자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또 “파면과 이번 증언과는 별개의 사안이고 연관이 없는 만큼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 시절 수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박 시장을 돕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불리한 증언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부담스러웠고 지금도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면서 “하지만 파면을 떠나 공익을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답했고, “만약 파면이 아니라 공무원 신분이 유지됐을 경우에도 이 자리에 섰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 성향상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변호인 측은 당시 선거캠프 총무팀장, 전 시의원, 소각장 사업자 선정 평가위원 2명, 채규정 시장 재임 당시 비서실장, 당시 코오롱 팀장, 컨소시엄 업체 제일건설 이사 등 7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기일 전에 증인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오는 4월 14일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