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 측 “무죄” 주장, 소각장 발언 근거 제시할까 ‘촉각’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위기의 박경철 시장이 항소심 첫 공판을 치른 가운데, 1심의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서는 희망후보 보도자료 배포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한편 소각장 사업자 교체를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2면>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은 공소사실에 의거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님을 인지하고도 희망후보 명칭을 선거에 이용한 부분 ▲방송토론회 발언 당시에 그것이 사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가 있었는지 여부 ▲적시한 구체적 사실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경우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 등이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기존 대법원 판례는 ‘후보자에 관한 의혹제기는 그것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해 이뤄진 경우’에 한해 허용되며, 의혹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그러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달리 그 의혹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허위사실의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적시한 구체적 사실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물리적으로 사회통념상 가능했다고 인정됨에도 그러한 확인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가지고 그 사실의 적시에 적극적으로 나아갔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 판례는 행위자의 고의의 내용으로서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주관적 인식의 유무는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해 규범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어떠한 소문을 듣고 그 진실성에 강한 의문을 품고서도 감히 공표한 경우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지난 17일 검찰 측은 원심 판단에 대해 양형의 부당함을, 변호인 측은 무죄를 각각 주장하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3시 15분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노정희) 심리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먼저 검찰 측은 “공소사실 1항 희망후보와 관련, 지난해 5월 30일 배포한 희망후보 보도자료에 피고인이 관여치 않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 전권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에 대한 오인이 있다”면서 항소이유를 통해 양형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 측은 “원심의 판단에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희망후보와 관련해서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가 희망제작소에서 선정한 희망후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은 사실오인 및 관련 법리와 채증법칙에 위배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소각장 교체 발언과 관련해서는 “전임 시장에 대한 부채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제기한 의혹제기로서, 이는 방송토론회의 특성과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 측은 증인으로 당시 선거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모 씨를 신청했다. 이에 변호인 측이 피고인과의 개인적인 관계 등을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차후 김 씨의 증언을 통해 검찰 측이 피고인이 희망후보 보도자료 배포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반면 변호인 측은 희망제작소 소장 윤 모 씨와 소각장 선정과정 평가위원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당시 의혹제기 언론보도를 한 기자 두 명의 수사기록 등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및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윤 씨에 대한 증인신청은 받아들였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해 입증취지를 밝혀줄 것을 주문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항소심 법정기한 만료일이 4월 29일임을 밝히며, 다음 기일을 오는 3월 31일로 결정했다. 이날 증인 김 씨와 윤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