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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작전처럼 펼쳐진 졸속행정

▲ 박 시장 지시에 따라.. 진행된 행정행위

전체 주민들과 단 한 차례의 소통 없이
긴급 붕괴위험에 대한 객관적 증거 부족
지금까지의 경우와 극명한 차이.. 부실

익산시의회 청원심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오, 이하 특위)가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은 준비와 소통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진 부실한 졸속행정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관련기사 3면>

지난 10일 모현도서관에서 익산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특위는 그간의 조사내용을 통해 긴급대피명령이 ▲박경철 시장의 피난명령 및 재건축 지시에 따라 ▲긴급한 붕괴위험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민과 소통이 없는 상태에서 비밀작전 같이 발동됐다고 밝혔다.

특위에 따르면, 박경철 시장은 지난해 6월 16일 인수위 시절 이미 피난명령 검토를 지시했고 8월 4일 일부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강제피난명령 및 재건축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담당 공무원에 대한 감사·인사 조치를 취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부서인 주택과장이 열흘 남짓 만에 전보조치 되기도 했다.

또한 시는 주민들의 생계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긴급대피명령을 내리면서 특정 일부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의견을 교환했으며, 전체 주민과는 단 한 차례 소통의 과정이나 간담회 자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특위는 시설물 안전진단 전문기관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정기적으로 변위조사를 실시한 결과 7년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긴급대피명령이 발동됐으며, TF팀 운영 결과에 대한 익산시의 검토의견도 객관성과 타당성이 부족한 일방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진 3곳은 모두 E급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2곳은 대피명령 직전 정밀안전진단이 실시됐으며, 1곳은 긴급한 위험징후로 주민들의 자발적 대피가 이뤄졌고 대피와 동시에 대피명령이 발동된 후 정밀안전진단이 실시됐다.

반면 우남아파트의 경우 2002·2004·2005년에 걸쳐 3번의 안전진단 결과 D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에는 정밀안전진단이 실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위 임형택 부위원장은 “안전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서민들의 형편을 생각해 볼 때 사유재산에 대한 행정행위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면서 “안전을 볼모로 주민에게 생명과도 같은 재산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긴급대피명령과 같은 행위가 졸속으로 행해져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사전 뚜렷한 대책을 강구하고 신중하게 행정행위를 했어야 했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긴급대피명령이 남발됐을 경우 그 피해는 전적으로 주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몫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위는 익산시가 주민총회 개최 등 주민과의 소통에 총력을 기울일 것과 정밀안전진단을 적극 추진할 것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주민과의 소통과 관련해 특위는 “박경철 시장이 진정 주민을 위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특정 주민을 편들지 말고, 전체 주민들의 민주적 토론의 장·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면서 “특히 의도적으로 소란을 피우고 토론의 장을 무력화시키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마련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아파트 소유자 전원 소집을 위한 연락망 형성 ▲주민총회 개최를 통한 주민 다수의 합리적 의견 도출 ▲신뢰할 수 있는 주민 대표자 선출 ▲주인의식을 가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을 요구했다.

정밀안전진단 추진과 관련해서는 “우남아파트 이전까지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진 3곳 모두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고, 사유재산인 관계로 이렇게 신중하게 행정행위를 해도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피명령에 응하지 않고 계속 거주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라며 “익산시는 현재까지 사유재산에는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안전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함에 따라 사유시설에도 지원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위에 따르면, 실제 서울시가 2014년 공동주택 4곳과 단독주택 및 옹벽 7곳에 3억8,000만원을 지원했고 올해에는 행정행위를 하기에 앞서 행정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매우 열악한 형편의 시설물·정밀안전진단으로 사유재산 가치가 재산중식에 영향이 없는 곳·특정 주민에게 실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닌 공익의 목적에 부합하는 곳을 대상으로 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서울시 성북구청은 스카이아파트의 열악한 형편을 고려해 재건축조합이 결성되면 상환하기로 하고 우선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지급한 바 있다.

이에 특위는 “주민들이 행정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정밀안전진단 실시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단과 처방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익산시는 현재 남아있는 공탁금을 사용할 수 방안에 대한 주민의사를 타진해 보거나, 타 지자체 사례와 같이 관련 규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해 정밀안전진단 비용 지원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