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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불출석한 특위 ‘의미 없다’

▲ 사전 지시에 맞춰 행정절차 거쳐 발동

반드시 출석해 책임 있는 답변 내놔야

“지금이라도 이 자리에서 재난위험시설을 선포할 수 있다. 다만 선포하면 그 즉시 강제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어 앞으로 진행될 대책위가 주민간담회를 통해 이주대책을 경절해 부시장 직속 TF팀과 협의, 진행토록 하라.”

일부 보도에 따르면, 긴급대피명령 한 달 여 전인 지난해 8월 4일 시장과 부시장을 비롯해 해당 국·과장과 모현 우남아파트 주민 일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공무원들과 주민들 간 치열한 토론과 논쟁 끝에 박경철 시장이 자리를 마무리하며 한 말이다.

이처럼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박경철 시장의 사전 지시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행정행위가 이뤄지고, 결국 긴급대피명령이 발동된 것이라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긴급대피명령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익산시의회 청원심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오, 이하 특위)는 지난 6일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며, 그 권한과 책임이 있는 박 시장의 출석 및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특위는 거듭된 박 시장의 불출석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사전에 재건축 및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지시가 있었고 이를 위한 행정절차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형택 부위원장은 “일부 언론에 따르면, 박 시장이 지난해 6월 16일 인수위 시절 이미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으며 8월 4일 간담회에서는 긴급대피명령 및 재건축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면서 “이미 정해진 긴급대피명령을 두고,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해당 과장을 경질하며 행정절차를 거치고 발동을 감행한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박철원 위원 또한 “담당부서인 주택과장으로 발령받은 지 열흘 남짓 만에 다시 전보조치된 전 주택과장은 주민들에게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었고, 시장의 지시로 구성된 TF팀의 종합의견도 보수·보강을 선행하고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한 것은 의문”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윤영숙 위원도 “2007년 이후 매달 계측기 관측 결과 변이사항이 없었고 TF팀의 의견도 시급을 요한다는 내용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내려진 긴급대피명령은 박 시장 혼자의 추측에 따른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위에 참석한 발동 당시 주택과장은 “이미 정해진 긴급대피명령에 맞춰 행정절차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재건축이든 보수·보강이든 결정은 주민들이 해야 할 부분이고 TF팀 보고서에도 두 가지 방안이 모두 올라와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시장님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연 의원은 발동 이전에 재건축업체와의 접촉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며 “현재 재건축을 위해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관계공무원은 “당시 재건축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현실 가능한 방안인지 확인하기 위해 재건축업체를 한 번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주민이나 재건축업체를 위한 발동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특위는 박 시장의 불출석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시장과 부시장이 참석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태열 의원은 “명령 발동권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며, 잘못한 부분이 있어 회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때문에 특위의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애먼 공무원들만 고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철원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할 시장이 불참하는 특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차라리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종오 위원장은 “그동안 진행된 회의 과정에서 2회에 걸쳐 박경철 시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박 시장은 충실한 답변을 위한다는 이유로 담당 국·과장들을 대신 출석시킨 채 불참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주요 질문사항에 대해 참석한 공무원들이 답변을 회피하거나 충실한 답변이 이어지지 않아 특위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이로써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제6차 회의는 기존 계획과는 달리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후 중단됐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