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채용한 법무담당.. 마치 시장 법률대리인처럼 활동
묻지 마 고소·고발.. 행정력 낭비·시정운영 공백 우려

민선6기 박경철 호 출범 이후, 익산시의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행정력 낭비 및 시정운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활한 시정운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4년간의 임기 동안 익산발전을 위한 구상에 몰두해야 할 박 시장이, 진행 중인 재판도 모자라 각종 고소·고발을 자행하고 있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월 박 시장 취임 이후 익산시는 초기부터 의회 및 언론, 지역단체 등과의 갈등이 생길 때마다 고소·고발을 천명하는 등 강력대응 방침으로 일관해 왔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 9개월여 간 익산시가 무려 4건의 고소·고발을 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특히 그 대상이 익산시 발전을 저해하는 집단이 아니라,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해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는 지역 언론을 비롯해 공직사회 내부인 익산시공무원노조, 지역단체인 익산지역농기계협의회 등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고소·고발의 경우 사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적게는 1~2회 많게는 6~7회 이상에 걸쳐 경찰이나 검찰에 출두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된다. 잘잘못을 떠나 보통 반나절 이상 진행되는 조사 과정을 겪게 되면 누구나 진이 빠질 정도로 쉽지 않은 절차다.

익산시는 이 같은 과정을 감수하면서 최소 4~5회 이상에서 한 달 가까이에 이르는 기간을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 당사자가 박 시장이든 관계공무원이든, 그만큼의 행정력 낭비와 그만큼의 시정운영에 대한 공백이 우려되는 이유다.

아울러 익산시의 명예훼손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의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박 시장 개인에 대한 모욕을 이유로 사법당국에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경우에까지 민선6기 들어 일반임기제로 채용된 법무통계 계장급 직원이 대리인 자격으로 나서는 것 또한 문제시된다.

연봉 하한이 4,000여만원에 달하는 고급 인력을 송무 및 법제 분야 행정주사로 채용해, 시장 개인의 법률대리인인 양 부리는 것은 행정력 및 혈세 낭비는 물론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는 최근 또다시 고소·고발을 감행했다.

지난 4일 시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 등을 이유로 도내 주요 일간지 기자 2명을 고소·고발했다. 이번에도 역시 고소·고발장을 법무통계 담당 직원이 제출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익산시와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시장의 독선적 행정행위에 대한 비판과 시장으로서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도덕적·정책적 비판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칼럼을 게재한 지역 주간지 기자를 같은 이유로 고소·고발한 바 있다.

이에 부정확한 보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정정 보도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특히 익산시의 왜곡된 언론관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부가 지역 언론을 주시하고 있다고 판단, 언론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식의 이른바 ‘보여주기 용’ 고소·고발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익산시는 지난 1월 익산지역 농기계협의회를 협박 등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고발했다. 시는 이미 무산된 박람회를 두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이를 가지고 진행 중인 박 시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은 협박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사건은 결국 지난달 26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묻지 마 고소·고발’, ‘고소공화국’ 등등의 웃지 못 할 신조어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이유다.

당시 협의회는 무고 및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즉각 맞대응에 나섰으며, 이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같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고소·고발에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민 정 모(37, 송학동) 씨는 “예산이고 인사고 뭐고 모든 행정을 독단과 독선으로 하고 있어 시정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고소·고발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면 도대체 시정운영은 언제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시민이 시장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면서도, 시 행정을 보면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