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전 시장, 긴급대피명령 객관·보편·형평성 담보돼야
청원특위, 다각적 방법으로 청원 취지 살리고 대안 제시해야

지난달 16일 열린 청원특위에 긴급대피명령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 박경철 시장이 불참한 채, 관계공무원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청원특위에서 이한수 전 시장이 출석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조치에 있어 객관·보편·형평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이유와 요건, 절차적 문제점 여부 등을 살피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청원심사 특별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가운데, 관계공무원 및 이해관계인을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하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긴급대피명령이 졸속적인 행정조치였다는 점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청원의 취지를 살려 긴급대피명령의 문제점 여부를 명백히 밝히고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여건 마련 및 대안 제시 등 청원특위가 보다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발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박경철 시장이 반드시 출석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다.

또한 청원특위도 주민들 간 다툼이 있는 부분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발동 당시의 붕괴 위험성 여부 확인 ▲적극적인 조치를 함에 있어서 반드시 담보돼야 할 행정의 형평성 및 절차적 정당성 여부 확인 ▲문제점이 드러났을 경우의 책임규명과 명령 철회 등의 조치방안 마련 ▲현실 가능한 대안 마련에 주력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와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16일과 24일 2회에 걸쳐 열린 청원특위 회의 과정에서 다뤄졌던 사안을 쟁점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박 시장 불참.. 다각적 방법 모색해야

지난달 16일 열린 회의에는 정작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한 박경철 시장은 불참한 채 해당 부서 국장과 과장, 감사담당관이 자리를 대신했다.

해당 부서 실무 책임자인 국·과장들이 보다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시장의 불참 사유였다.

하지만, 신중한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주택과장은 물론 당시 감사담당관의 검토의견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발동을 강행한 박 시장이야말로 반드시 청원특위에 참석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간 별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의회의 지적 때마다, 관련 법령상 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이었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결과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권한과 함께 책임을 지고 있는 박 시장이 나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박철원 위원은 “불과 몇 개월 만에 담당 부서장인 주택과장이 수차례 자리가 바뀐 것은 물론이고, 특위에 정작 책임자인 시장이 나오지 않고 관계공무원들만 참석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위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긴급대피명령 발동의 필요성 측면에서 아파트가 과연 붕괴의 위험에 직면했는지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행정이 객관적인 발동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민들 간 갈등 해소와 공탁금 행방 확인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본래 주민들의 청원이 긴급대피명령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 주된 취지인 만큼 이 부분에 특위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 비상대책위원회 임현택 위원장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주민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과 아파트가 정말 무너질 상황인지 납득시켜 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 성급·졸속.. 신중했어야

이어 24일 청원특위 회의에는 이한수 전 시장이 출석했다. 특위는 이 전 시장을 상대로 재임 당시 상황과 행정조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당시 주민들 간 의견 차이로 인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던 점, 우남건설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점,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야 했던 점 등을 언급하며, 부실시공이라는 문제점이 객관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주민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정조치를 했음을 밝혔다.

특히 적극적인 행정조치인 긴급대피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고, 형평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이 전 시장은 “초기 부실시공이 드러난 상황에서 업체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시가 나서서 중재하는데 주력했다”면서 “하지만 당시에는주민들 입장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상황이었고 소송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행정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사유재산을 두고 문제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안전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예산을 세워 전문 업체에 의뢰해 계측기를 달고 매달 점검을 받았다”면서 “만약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발동된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현 시장의 정책적 판단을 두고 잘잘못을 논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상당히 신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지역 내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도 고려하는 한편 주민들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 8억4,000여만원의 행방

지난달 24일에는 (가칭)재건축추진위원회 김갑섭 위원장과 전 주민자치회 강대오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피명령 발동의 문제점 여부와 함께 대다수의 주민이 궁금해 하고 있는 공탁금의 행방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당시 주민들은 아파트 시공사인 우남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2008년 7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우남건설은 판결금액과 이자를 포함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 8억4,000여만원을 공탁했고, 이날 위원들은 이 공탁금의 행방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당초 입주자대표 자격으로 소송을 진행했던 김갑섭 위원장은 “소송 당사자로서 공탁금 지급내역을 확인하려 했지만, 소송 도중 입주자대표 자격이 상실돼 당시 강대오 자치회장의 동의가 없어 열람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다만 변호사를 통해 정밀안전진단 비용으로 3,300만원이 지급된 사실을 알고 있으며, 나머지 금액의 사용처는 강대오 전 자치위원장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대오 전 자치회장은 “전체 공탁금 중 4억4,000여만원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지만, 이 중 기존에 김갑섭 위원장이 법무사로부터 안전진단 명목으로 차용한 5,000만원에 대한 이자가 불어나 2억원 가량이 압류 추심됐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2억4,000여만원 중 3,000여만원은 아파트 관리비 명목으로 사용했고, 2억1,000만원은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총 공탁금 8억4,000여만원 중 4억7,000여만원의 행방은 일단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소송을 통해 받아낸 이 손해배상금을 결국 아파트 보수·보강을 위해서는 한 푼도 사용되지 않았으며, 나머지 3억7,000여만원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