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과장 바꿔가며 주민 일부 말만 듣고 강행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이 박경철 시장 취임 전 인수위 시절부터 지시가 있었으며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에서 정한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지시를 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공무원을 훈계 조치하는 등 짜인 각본에 어긋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성급한 발동이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관련기사 3면>

지난 16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청원심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오, 이하 특위) 회의에서 임형택 부위원장은 (가칭)재건축추진위원회 김갑섭 위원장이 지난 8월 익산시에 보낸 공문의 내용을 근거로 박 시장이 취임 이전에 이미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공문에는, 박경철 시장이 취임 이전 당선인 신분으로 인수위 시절이었던 6월 18일 이미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김 위원장은 공문을 통해 “6월 18일 박 시장의 우남아파트 주민안전문제 피난대피명령 지시를 무시하고 주택과장이 7월 28일에도 그전과 다름없이 보수보강 공문을 보냈다”면서 “시청 관계자가 시장의 지시를 외면하고 방관·방치가 계속된다면 그 책임이 있을 것이며 주민을 총동원해 시청에서의 집회와 청와대·각 기관·언론사 등을 방문해 호소할 예정이니 불미스러운 사태가 없도록 해 줄 것”을 압박했다.

이후 박 시장은 9월 11일 그야말로 긴급하게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주민들의 이주지원 불만·강제퇴거 문제·아파트 매매거래 지난·집값 하락 보상요구·재건축 추진 지난 등 또 다른 민원 야기를 우려해 신중한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주택과장은 정기인사로 인해 자리가 옮겨졌고, 새로 온 주택과장과 계장 또한 정기인사가 있은 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다시 자리를 바꾸며 논란이 됐다.

아울러 당초의 주택과장과 계장에 감사가 이뤄져, 법령 및 직무상의 명령 준수 미이행 및 전결사항의 보고 등 위반을 이유로 이들이 훈계 처분을 받으며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인수위 시절부터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각본이 짜인 상태에서, 지시에 따르지 않는 주택과장을 연거푸 바꾸면서 발동을 성급하게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익산시는 지난 2007년부터 전문 업체에 의뢰해 계측기를 달고 한 달에 한 번씩 이상 징후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왔으며 최근까지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일부의 의견만을 가지고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것은 졸속행정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임형택 부위원장은 “이미 대표성을 상실한 일부 주민들의 말만 듣고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면담 신청은 거절한 채 정밀안전진단 등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 없이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한 것은 명백한 졸속행정”이며 “입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행정조치가 사전 설명회나 공청회는 물론이고, 발동 직전 세대 전부에 대한 한 마디 통보 없이 비밀작전처럼 진행됐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박철원 위원은 당시 주택과장이 자꾸 바뀐 것에 대해 “역량이 부족했던 것인지 시장의 의지가 반영이 되지 않아서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시장이 직접 나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