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묵시적 동의 얻었다.. 지도부회의 및 대의원대회서 뜻 밝혀
명예조합원 탈퇴 종용.. 직·간접적인 지시 없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그간 공적심의위원으로 결재해 온 위원장.. 갑작스레 행정망 접속 차단

최근 박 시장의 당선무효형 1심 선고 이후, 노조의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과 이에 대한 익산시의 반박 보도자료로 인해 공직사회 내부가 크게 혼란을 겪고 있다.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개최가 노조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 위원장 개인의 독단적인 판단이라는 주장 이외에도 명예조합원 탈퇴 종용과 관련한 논란, 익산시의 부당노동행위 여부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쟁점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 노조 공식입장아니다 VS 묵시적 동의얻었다

지난 3일 익산시 안전행정국 이산재 국장은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이 조합원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김상수 위원장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익산시의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산재 국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간부급 공무원들은 정식 조합원이 아니라 노조를 후원하고 있는 명예조합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노조의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이 위원장 개인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면, 이에 반발하는 해당 조합원들이 주장해야 할 부분을 간부급 공무원들이 나서서 한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익산시 내부게시판에는 이번 기자회견에 반발하는 취지의 글이 10여 차례 실명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간부급 공무원들이 아니라 해당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냈어야 그 취지에 맞는 모습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이산재 국장은 “기자회견 이전에 자진사퇴 촉구는 옳지 않고 시간을 좀 달라는 이야기에 김 위원장이 수긍하는 듯 했는데,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했다”면서 “정식 조합원으로서 자격은 없지만, 그동안 관심과 성원을 보낸 명예조합원으로서 직원들이 선뜻 나서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이산재 국장은 “지도부 위원과 대의원 56명에게 일일이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의견수렴이나 회의 등 사전절차도 없었으며 과격한 표현이나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상수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익산시 인사와 관련해 3주간 1인 시위를 진행했을 당시부터 성명서 발표에 대한 의견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성명서를 남발하면 그 효과가 떨어질까 봐 신중하게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이후 어용노조라는 지적까지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러, 수백여 통의 전화와 주위의 의견을 듣고 재판부의 법적 판단이 나오게 되면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임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1월 지도부 회의와 대의원 대회에서 이러한 뜻을 전하고 묵시적인 동의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노조 지도부 간부인 공무원 A씨는 “위원장이 그동안 수차례 입장을 밝혔었고, 지난 1월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법원 판결이 나면 자진사퇴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회의석상에서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부와 대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위원장과 사무국장이 성명서를 작성해 발표하는 것이 그간의 일반적인 관례”라면서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게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 지도부 공무원 B씨는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는 성명서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 방법으로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에 익산시가 일일이 확인했을 때 몰랐다는 답변이 많이 나온 것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명예조합원 탈퇴 종용.. 무언의 압력 논란

또 한 가지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는 명예조합원 탈퇴 종용 주장이다.

현재 노조에는 920명의 정식조합원이 가입해 있으며, 가입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자동이체의 형식으로 후원을 하고 있는 명예조합원까지 포함하면 총 조합원이 1,400명에 이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익산시가, 조합원 자격은 없지만 후원을 하고 있는 명예조합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 탈퇴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실상 탈퇴를 종용하는 파렴치한 짓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특정 과의 경우에는 명예조합원이 일괄 탈퇴하는 등 무언의 압력이 있지 않고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명예조합원의 경우 별도의 가입이나 탈퇴에 대한 절차가 없고 자동이체를 해지하는 것이 곧 탈퇴하는 것”이라며 “기자회견과 관련한 글들이 내부게시판에 적잖게 올라오고 있어, 명예조합원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굳이 이 시점에 익산시가 나서서 명예조합원 현황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직·간접적인 지시에 의해 명예조합원 탈퇴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 행정망 접속 차단.. 부당노동행위 여부 관심

기자회견 이후 지난 2일 김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망인 새올행정시스템 접속이 차단됐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위원장이 휴직 상태이기 때문에 행정시스템을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수년 간 노조전임자로 휴직상태에 있었던 위원장이 그동안에는 아무 제한 없이 행정망을 이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 시장 자진사퇴 기자회견을 한 직후 접속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김 위원장은 익산시 공적심의위원으로, 그동안 이 행정망을 통해 연말 또는 시기에 다른 표창을 상신할 경우 결재를 해왔기 때문에 휴직자라는 이유로 행정망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관련 법령은 지방자치단체가 전임자임을 이유로 신분과 관련해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방공무원법과 공무원노조법에는 전임자라고 해서 행정시스템 접속을 일방적으로 차단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치졸한 방법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기 위해 노무사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