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아닌 전문적 판단 필요.. 마땅한 대안제시 우선돼야
감수해야 할 손해배상.. 결정권자 등 구상책임 명확히 해야

익산시는 소각방식이 악취가 심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소각방식 백지화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공사가 중단돼 시공사 측은 현장 철수를 진행하며 기성공사부분에 대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투입비용은 기자재 제작비 26억원을 포함해 47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에 달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단계에서 기성공사부분 등 막대한 손해 발생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실무적·기술적·전문적인 판단을 토대로 한 신중한 검토가 선결되지 않은데 따른 책임론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마땅한 대안도 없이 공사 백지화를 결정하고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가볍지는 않지만, 수십억원의 손해 발생을 시민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 마련이 우선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의 의견만으로 사업 추진이 좌지우지되기에는 사업 자체가 기술·전문성을 필요로 할뿐더러 손해배상이나 행정 신뢰도 추락 등 감수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판단을 요하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판단을 우선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주민들이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한 부분들은, 사업 추진에 있어서 본격적인 공사 이전에 이미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선행됐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이번 결정으로 인해 시는 사업 추진에 앞서 면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현재까지 익산시는 건조연료화 방식으로의 공법 변경과 현행 위탁처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일 뿐,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사업 추진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이에 시 행정력 및 예산 낭비와 이미지 실추, 막대한 손해에 대한 명확한 책임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총 공사비 198억원 중 국비가 138억원 지원되지만, 기성공사대금 등 시공사 측의 요구에 따른 손해배상은 전액 익산시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민 정 모 씨는 “그동안 숱한 지적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소각방식으로 추진됐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이 결국 주민들의 뜻에 따라 백지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시 행정이 답답하다”면서 “재정비상이라는 익산시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배상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주민들 의견만으로 이 같이 어려운 결정을 한 시가, 사업 추진에 앞서 도대체 무엇을 검토하고 확인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