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로로 사용됐던 국유지를 개인이 수십 년간 무단점유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익산시는 정작 뒷짐을 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신흥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정 모(70) 씨는 기존 공공용 농로에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인근 농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복원해 줄 것을 청원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농로가 국유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실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그간 시가 행한 조치는 원상복구 이행명령을 내리고 이를 촉구한 것이 전부다. 이는 결국 개인이 국유지를 무단점유하는 것을 시가 허가해주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시가 관리 책임을 해태하며 이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시는 최근 해당 국유지가 도로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돼 용도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는 사실상 국유지를 매각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결국 국유지 무단점유에 대한 조치와 함께 기존 공공용 농로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에, 시는 관련 법령에 정해진 대로 원상복구를 하고 변상금을 징수하는 등 행정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유소에 국유지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정 씨를 비롯한 인근 농민들은 주유소가 들어선 이후 타인의 영업장 또는 밭을 통과해 농지에 출입하는 불편을 감수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농로를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 씨는 “지난 6월 30일부터 여러 차례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익산시는 무단점유자에게 원상복구 이행명령을 내렸다는 막연한 회신을 수차례 하더니, 급기야 지난 12월 1일에는 편의상 농로가 확보돼 농사를 영위하는데 지장이 없고 사실상 도로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돼 기존 도로에 대한 용도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황당한 회신을 보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익산시가 국유지 무단점유를 인지하고 나서도 적법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은 채 막연히 원상복구 명령만을 했고, 이제는 용도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등의 불성실한 답변만을 해오고 있다”면서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에 의거해 변상금을 징수하고, 동법 제74조에 의거해 행정대집행법을 준용해 철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3년전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자리를 차지했고, 최초 주유소 소유주로부터 주유소가 들어설 당시에는 농로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현재는 주유소 주인이 바뀌어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승욱 기자